'핵바다 공포' 밀어넣고 "오염수 마셔도 별일 없다".. 日 부총리 망언

김청중 2021. 4.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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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해양 오염' 논란 고조
도쿄전력 2018년 오염수 정화처리 뒤
삼중수소 외 방사성물질 잔류 확인
농도만 규제, 총량은 제한 없어 논란
韓, 日에 투명한 정보공개 강력 촉구
IAEA팀에 추천 전문가 참여도 요구
日 대응방법 따라 양국 관계 격랑 예고
아소 부총리 "오염수 마셔도 별일 없어
韓·中이 방출하고 있는 것 이하" 망언
동일본 대지진 때 원전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 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동북아를 핵(核)바다 공포에 밀어넣었다. 일본 정부 결정은 한·일 관계에 다시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동북아 ‘핵바다 공포’ 유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고가 난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돼 하루 평균 140t의 고농도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알프스)에서 1차 정화 처리돼 현재 부지 내 125만844t 탱크 1061기(지난달 기준)에 보관 중이다.

1차 정화 처리했어도 이 오염수(일본식 표현 처리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탱크의 72%(2019년 12월)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농도의 방사성물질이 보관된 상황이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은 알프스로 1차 정화 처리를 해도 잔류하는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바닷물로 400∼500배 희석해 삼중수소의 경우 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낮춰 바다에 흘려보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일본 정부 기준(L당 6만 베크렐)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L당 1만 베크렐)의 7분의 1 이하여서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망언(妄言)제조기로 악명 높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이날 해양 방출할 오염수에 대해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며 “(삼중수소 농도가) 중국이나 한국(의 원전)이 바다에 방출하고 있는 것 이하”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 일본 측 주장대로 핵종 제거와 삼중수소 농도 저하가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것이다. 2018년 도쿄전력이 알프스에서 62개 핵종에 대해 정화 처리를 한 오염수에서 삼중수소 외 다른 방사성물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일본 측 대응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 기준대로 일련의 과정이 진행돼도 근본적인 안전성 우려 해소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중수소 외에도 알프스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가 함께 배출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와 더불어 탄소14도 제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했으나 농도가 기준치 이하라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시민단체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탱크에 보관된 방사성물질을 의도적으로 추가 방출해 재오염을 야기하려 하고 있다”며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배출되는 방사성물질의 농도만 규제하고 총량을 규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의 시민단체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인체에 무해한 수준까지 희석해 순차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희석해도 바다에 버려지는 방사성물질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며 “해양생태계를 넘어 인간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 관계 격량 예고

향후 한·일 관계에 해양 방출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오염수를 비롯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니터링팀에 정부 추천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주변국 참여는 배제한 채 IAEA와의 협력과 IAEA를 통한 홍보만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인접한 국가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모니터링 등에 한국 측이 참여하는 구상에 관해서는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그간 IAEA나 각국 외교 사절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며 “중국·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이나 국내외의 규제·규칙을 확실하게 준수하며 안전성을 확보해 간다”며 “해양 방출 전에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고 방류 후에도 모니터링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향 평가와 모니터링 진행 계획을 설명하면서도 한국 등의 참여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아 불씨가 되고 있다.

탈핵시민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 중단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물과 결합하면 분리 안 돼… 수산물에 축적 섭취 땐 유전자 변형·세포사멸 등 가능성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바다로 방출될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와 함께 세슘134, 세슘137, 스트론튬90 등 방사성 핵종(核種)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중에서도 삼중수소는 해양 방출로 오염수에 노출된 수산물을 섭취할 경우 신체 내 방사성물질이 쌓여 내부 피폭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트리튬으로 불리는 수소의 방사성동위원소로 수소원자(H), 트리튬(T), 산소원자(O)가 결합해 삼중수소수(HTO) 형태로 존재한다. 수소와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고 물과 하나가 돼 존재해 현재의 기술로는 물리·화학적으로 솎아내기가 어렵다. 오염수가 방출되면 삼중수소도 바다를 떠돌게 된다. 삼중수소가 인체 내로 들어와 정상적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면 베타선을 방사하면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전환이 일어난다. DNA에서 핵종전환이 발생하면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세포가 사멸할 수 있고, 생식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월 13일에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삼중수소 못 걸러낸 오염수 최소 137만t 방류

일본 정부 결정에 따라 앞으로 2년 후부터 현재 125만844t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바다에 쏟아져 들어가게 됐다. 현재 전체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는 2000조 베크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의 오염수 저장 능력(137만t)은 내년 8월(도쿄전력 예상)∼내년 가을(일본 정부)쯤 한계에 이른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승인 등 법령 절차와 배수관 설비 등 설치에 필요한 시간이 약 2년 소요돼 실제 방출은 2년 후 시작된다.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에서 1차 정화 처리를 해도 잔류하는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바닷물로 400∼500배로 희석해 삼중수소의 경우 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낮춰 바다에 흘려보낸다는 방침이다. 이는 일본 정부 기준(L당 6만 베크렐)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L당 1만 베크렐)의 7분의 1 이하다. 해양 방출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廢爐) 작업 완료 시점으로 내걸고 있는 2041∼2051년까지 마친다는 입장이다. 2023년 해양 방출이 시작되면 20∼30년 동안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태평양에 방출된다.

후쿠시마=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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