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변희수 하사에 "호기심 대상돼 융합 어렵다" 입장문 논란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1. 4. 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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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전역을 당했다가 생을 마감한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해 육군이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융합이 어렵다', '한 개인의 인권만을 위해 그 외 다수 인원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등 혐오 표현이 들어간 입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육군은 같은 답변서에서 "성전환 수술에 따라 타 부대 전입을 가더라도 다른 부대원들이 원고가 성전환 수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어 융합하기 어렵고,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에 비춰 부대원과의 융합 측면 등을 고려 시 군에서의 활용성과 필요성 부분에 있어서도 현역복무가 제한된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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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부대 전입 가더라도 융합 어렵다" 단정
수술 당시 부대 지휘관들 응원 등과는 상반돼
"한 개인 인권만을 위해 다수 인원 인권 무시"한다며 '군 특수성' 거론
육군 "복무시 예상되는 제한사항 중심..차별이나 혐오 담지 않았다"
고 변희수 하사. 황진환 기자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전역을 당했다가 생을 마감한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해 육군이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융합이 어렵다', '한 개인의 인권만을 위해 그 외 다수 인원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등 혐오 표현이 들어간 입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육군에 따르면 육군본부 법무실은 대전지방법원에 육군 측의 입장을 설명하는 54페이지 분량의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변 하사는 생전에 전역취소 청구소송을 냈기에 이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군인사법 37조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은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육군은 이 답변서에서 "원고(변 하사)는 고의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심신장애에 해당하는 고환결손 양측성 및 음경상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전역심사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한 바와 같이 3주에 한 번씩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고 하였는 바, 전차 조종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제한된다 할 것이다"며 "원래의 병과(기갑) 특기인 '전차특기' 또는 자신의 직책인 '전차 조종수'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할 것인바, 원고가 "해당 병과와 계급에서 요구되는 근무, 훈련, 작전 등 임무를 수행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다"고 기술했다.

그런데 육군은 같은 답변서에서 "성전환 수술에 따라 타 부대 전입을 가더라도 다른 부대원들이 원고가 성전환 수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어 융합하기 어렵고,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에 비춰 부대원과의 융합 측면 등을 고려 시 군에서의 활용성과 필요성 부분에 있어서도 현역복무가 제한된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덮어놓고 성전환 수술 때문에 부대원들과 '융합하기 어렵다'고 단정지은 셈이다. 정작 그의 사후 방송된 시사 프로그램 등에 따르면 오히려 상급부대 지휘관들이 수술을 잘 받고 오라며 응원했고, 변 하사가 공군참모총장상을 받은 적도 있다는 사실과는 상반된다.

육군은 그러면서 "한 개인의 인권만을 위해 그 외 다수 인원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 또한 국가의 안전보장을 최우선시하면서 최상의 전투력 발휘를 위해 구성원 전체의 사기를 강력하게 유지하여 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 존립 목적과도 맞지 않다고 할 것이다"고 했다.

또 "원고가 계속 복무를 하게 되는 경우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원고와의 공동생활로 인해 다른 인원들이 느끼고 부담해야 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간과하는 것은 원고를 위해 그 외의 인원들에게 희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원고의 행복추구권만을 고려해 다른 이들의 행복추구권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여러 차별 철폐 사례에서 철폐 반대측이 아주 흔하게 거론하는 논리다.

지난달 4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윤창원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미 2019년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정신장애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는 점과 함께 그 동안 군 당국이 녹음기처럼 반복해 오던 '군의 특수성' 만을 또 거론한다는 점을 보면, 이는 심각하게 후진적인 사고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육군은 해당 답변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병력이나 부대 관리 차원에서 향후 복무시 예상되는 제한사항 등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으로, 차별이나 혐오를 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변 하사의 전역취소 청구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대전지법은 원고가 사망함에 따라 유족들이 이 소송을 이어받는 것을 지난 9일 허가했다. 첫 변론은 오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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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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