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성근, 자신 탄핵 소추한 국회 측 돕고 나선 까닭은?

김은정 기자 2021. 4. 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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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최근 국회 측 대리인단에게 비공식적인 경로로 자신의 항소심 소송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부장판사 측 관계자는 14일 “서울고법이 국회 측에서 요청한 항소심 형사 기록 사본을 주지 않고 있어서 탄핵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에 나중에라도 기록을 받았을 때 국회 측이 내용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그간 자신이 정리해놓은 재판 증거목록을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자신의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국회 측 대리인단을 자발적으로 돕고 나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2012년 당시 임성근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탄핵 심판 빨리 좀”...임성근, 비공식적으로 나서

이렇듯 임 전 부장판사가 직접 나선 까닭은 헌재의 탄핵 심리 속도가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달 24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지 3주가 지나도록 본안 재판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 측이 요구하고 있는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재판 기록이 오지 않고 있어서다.

앞서 국회 측 대리인들은 임 전 부장판사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칼럼을 쓴 일본 기자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 기록도 확인해야겠다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작년 2월 이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국회 측은 1심 판결문 외에 항소심에 제출된 소송 자료들도 봐야 탄핵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기록을 제공할 지를 놓고 한 달 넘게 고심 중이다. 헌재가 지난달 11일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에 기록 사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 등으로 ‘가부(可否)’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규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상위법인 헌법재판소법 32조는 헌재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기록에 대해선 송부 요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심판규칙 39조는 국가기관이 원본을 제출하기 곤란할 때엔 헌재가 인증등본(사본)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이 규칙을 근거로 사본을 달라고 하고 있고, 서울고법 재판부는 ‘헌재 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 지장을 줘선 안 된다’는 법률 취지를 근거로 기록 제공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탄핵 본안 재판, 빨라도 6월에나 가능할 것”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항소심 결심(結審)공판을 마친 뒤에야 기록 사본을 보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항소심 재판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임 전 부장판사가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일본 기자 재판의 주심(主審) 판사를 증인 신문하는 일만 남았다고 한다. 다만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로 담당 재판부 구성이 바뀜에 따라 당장 이달 말 열릴 공판에서 증인 신문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달 공판에선 형식적인 변론갱신 절차만 밟고, 증인 신문은 다음 달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변호사는 “5월에 곧바로 결심공판을 하고, 관련 기록을 국회 측에 전달한다 해도 헌재 탄핵 재판은 아무리 빨라도 6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에 따르면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재판 기록은 21만여쪽으로 트럭 한 대 분량에 달한다. 기록 복사와 검토에 적어도 한 달이 소요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앞서 법조계와 학계에선 탄핵 소추된 임 전 부장판사가 퇴직함에 따라 탄핵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헌재가 사건을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헌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지난달 변론준비기일에서 “(본안)절차를 속행하는 것이 부적법하다는 주장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가급적이면 (절차를)빨리 하자는 게 우리 재판부의 생각”이라고 했다. 사실상 본안 심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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