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외치던 정부, 입장 바꿨나.. "소형원전 개발 지원"

이재은 기자 입력 2021. 4. 14. 14:02 수정 2021. 4. 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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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원자력 업계가 손잡고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육성을 위한 첫발을 뗐다. 원전 없이는 정부 계획대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탈(脫)원전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국회포럼’ 출범식에 참여한 국회, 정부, 원자력 관련 산학연 관계자들은 10년 뒤 세계 원자력 시장을 주도할 혁신적인 SMR을 개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소형원전을 보조 발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330MW급 다목적 일체형 원자로 SMART / 한국원자력연구원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담은 일체형 원자로다. 발전용량은 300㎿급 안팎으로 기존 1000~1500㎿급 대형 원전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공장제작, 현장조립이 가능해 건설비용이 기존 원전보다 저렴한 데다 소형이기 때문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전원을 구축할 수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대자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국장은 "산학연 관계자들의 의견을 잘 경청해 (SMR 개발에 있어) 산업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장보현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도 "SMR 상용화와 안전한 운영에 필요한 안전기준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전 세계적 흐름은 '그린 대세론'이며 SMR 개발은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와 전력업계는 친환경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면서 "현재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신재생 에너지 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날씨나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신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의 공존이며, 혁신형 SMR을 통해 원전의 미래를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500억원을 들여 지난해 하반기부터 SMR 개발을 시작했다. 그는 "혁신형 SMR 개발이 성공하려면 대규모 예산이 수반된 정부 국책 과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국회포럼’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재은 기자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5~85GWe, 약 650~850개의 SMR이 건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규모는 연 150조원으로 추산된다.

원전 시장의 주도권이 소형원전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세계 주요국이 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원전 강국이 70여종의 SMR을 개발 중이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열린 국무총리 주재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했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SMR 개발, 왜 해야 하는가?'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개발 중인 70여개 SMR 디자인 중 40개가 개념 설계 단계라 실제 적용되려면 2030년대 초반이 될 것"이라며 "이때 시장 선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이날 포럼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늦게 SMR 시장에 뛰어든 만큼, 2030년 초 글로벌 소형원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면 정부와 원전 업계가 협력해 체계적인 개발 및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물론 규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한곤 한수원 중앙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SMR 시장 진입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SMR이 성공하려면 산학연이 역량을 결집해 혁신 기술을 개발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규제 개선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소형원전인 'SMART'를 개량해 경제성, 안전성이 대폭 개선한 ‘혁신형 SMR’을 현재 개발 중이다. 2028년까지 인허가 획득 후, 2030년 본격적으로 원전 수출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김한곤 원장은 "건설기간을 2년 이내로 맞추고, 인공지능 기술 등을 적용해 발전소를 거의 무인으로 가동해 발전단가를 기존 대형원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 프로젝트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재원이 제때 투입되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2030년 초 혁신형 SMR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내년에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고, 개발에 필요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기용 두산중공업 부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국회포럼’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재은 기자

산업계도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나기용 두산중공업(034020)부사장은 "두산중공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 소형원전 프로젝트의 경우, 미국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와 규제 기관이 나서서 SMR 규제 프로세스를 세워 간소화된 심사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지원했다"고 언급했다.

‘혁신형 SMR 국회포럼’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앞으로 대국민 공감대 형성, 인허가 등 규제체계 정립, 수출 전략 수집 등에 포럼이 다양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에는 두 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변재일 의원, 이광재 의원, 이용빈 의원, 조승래 의원,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박성중 의원, 정희용 의원, 최형두 의원 등 총 11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이밖에 원자력 산업계, 학계, 연구계 관계자와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등 정부 유관부처 주요 인사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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