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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미끼 매물' 내세운 뒤 반지하 계약 강요

입력 2021. 04. 14. 19:41 수정 2021. 04. 1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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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그나마 정부 지원 대출금이라도 받아보려는 사회 초년생들을 부동산 업자들까지 울리고 있습니다.

정부 대출이 가능하다는 '가짜 매물'을 올려놓거나, 고압적인 자세로 계약을 강권하기도 합니다.

현장카메라, 권솔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중소기업 대출로 받을 수 있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있을까요?) 이쪽 동네에서 그런 건 없어요."

"거의 반 포기상태죠."

"서울시 청년보증금 대출 말씀하시는 거죠? 대출 잘 안 나와요."

"서러운 게 제일 컸던 거 같아요."

[권솔 기자]
"취업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목돈을 마련하기가 힘들다 보니, 공공기관 등에서 저리로 보증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품을 이용하려 하면 해당되는 주택이 없거나, 차라리 월세로 구하라는 권유를 받습니다.

왜 그런 건지, 현장으로 갑니다."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24살 이모 씨.

최대 7천만 원까지 대출해 준다는 서울시 청년임차보증금 지원을 받아 전세를 구하려 합니다.

부동산에 문의했더니, 일단 와보라고 합니다.

[공인중개사]
"예약시간 잡으신 다음 오시면 다른 매물도 여러 개 보여드릴게요."

만나자마자 이 씨를 차에 태웠습니다.

[공인중개사]
"(청년 보증금대출 혹시 가능한지) 지금 보증금이 아예 없으세요? 나라에서 뭐 직장이 없는 분한테 혜택을 준다 해서 대출을 받잖아요?신용 점수 깎일 거예요."

전세매물에 대해선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보증금 500 에 월 38만 원짜리 반지하 월세방을 권합니다.

[공인중개사]
"전세 사기로 해서 날려 먹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좀 더 저렴한 곳이라며 보여준 월세 25만 원짜리 반지하 방.

곳곳에 곰팡이가 슬어있고, 죽어있는 바퀴벌레도 눈에 띕니다.

다른 부동산도 전세가 아닌 지하 월세방들을 소개했습니다.

[현장음]
"지금 몇 시지? (오후 1시.) 오후 1시인데…. 여기가 아까 말씀드린 반지하. (너무 어두워요.) 그렇죠.”

일부이긴 하지만, 이런 행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까 솔직히 어쩔 수가 없어요. (중개사 두 명이) 한 명이 쉬면 한 명이 쪼고 약간 이런 식이거든요.젊은 여성분들은 무서워서 계약하고…."

청년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취업준비생]
"무섭기도 하고. 두 시간 세 시간 나 몰라라 (데리고) 돌아다니는 그런 상황들이. 대신 싼 값이니까 그냥 그렇게 살아라. 약간 이런 느낌?"

청년들이 원하는 집은 매달 돈이 드는 월세나 반전세가 아닌, '전세'입니다.

하지만 7천만 원 한도까지 청년지원금 대출을 다 받는다 해도 그 가격대의 전세 매물은 거의 없습니다.

[공인중개사]
"청년 전세대출이 가능한 집은 시세보다 비싸요.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전세는 대략 2억 2천만 원, 1억 8천만 원 정도는 돼야…"

본인 돈 1억 원은 있어야 전세 계약이 가능한 겁니다.

7천만 원대의 비교적 싼 전세 매물을 발견하더라도 '방 쪼개기' 등 불법 개조가 됐을 경우엔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공인중개사]
"한 호수당 화장실이나 취사시설이 들어가 있으면 안 돼요. 근데 그런 걸 불법개조해서 원룸으로 쓰고 있는 거죠."

중소기업에 다니는 29살 청년 신모 씨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월세보증금 대출 한도인 1억 원으로 전세를 구하려 했지만, 부동산에 말 꺼내기조차 창피했다고 합니다.

결국,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신모 씨 / 중소기업 회사원]
"열 군데 넘게 돌아봤어요. 금액을 말하자마자부터 코웃음을 치거나 알아봐 주지도 않고. 다음에 이사할 때도 또 월세를 살아야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나."

[권솔 기자]
수입 대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하면서, 더 저렴한 방을 찾아 전전하는 청년들은 스스로를 '월세 난민'이라고 부릅니다.

주거 문제를 해결 못 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PD : 김종윤 석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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