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회장 '폭언' 논란에 마사회 숙원 '언택트 경마' 또 물거품되나

강성규 기자 2021. 4. 1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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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신속 단호한 조치"..김우남 체제 한달반만에 '흔들'
여론 악화로 법개정 표류 우려..국회는 "6월 처리 방침 유지"
김우남 마사회장이 지난 3월4일 취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한국마사회의 최대 숙원사업인 '언택트 경마'가 또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김우남 한국 마사회장이 '측근 특별채용'과 직원에 대한 '갑질' '폭언'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김 회장에 대한 즉각적인 감찰과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하면서, 김 회장은 취임 1개월 반만에 거취 자체가 불안한 상황이다.

15일 마사회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개혁과 언택트 경마 실현의 '적임자'라는 평이 마사회 안팎에서 잇따랐다. 그는 여당 3선 국회의원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국내 말산업의 메카인 제주도 지역 의원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이번 폭언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혁신 동력 상실을 우려해야 할 처지다.

◇김 회장 '침묵'…마사회 내부 '경영악화 가속' '혁신 좌초' 우려 고조

김 회장과 마사회는 14일까지 욕설 논란과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과 14일은 마사회의 휴업일이라 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대다수가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사회는 현재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비상경영체제로 경마가 열리는 주말을 끼워 목~일요일 주 4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과 마사회의 공식 입장은 이르면 15일 오전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마사회 내부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진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술렁이는 분위기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린만큼 성실하고 철저하게 감찰에 응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김 회장 개인을 넘어 마사회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등 공공기관·공기업에 대한 비위 문제가 최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의혹을 처음 제기한 노조마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이 '언택트 경마' 실현을 위한 '적임자'로 여겨졌던 만큼 내적갈등과 내부논쟁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거듭되는 '인격모독'에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노조의 결정이 마사회의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촉매제가 되더라도 후회는 없다"고 토로했다.

마사회 노조는 지난 13일 의혹제기와 함께 김 회장의 즉각적인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김 회장과 사측의 입장 표명에 따라 향후 추가 요구나 세부 대응 계획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 회장이 예전 지역 보좌관을 마사회에 채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라고 인사 담당 직원에게 지시했으며, 직원이 국민 권익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근거로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자 김 회장은 욕설과 막말을 퍼부으며 직원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특별채용 사건뿐 아니라 김 회장의 취임 후 한달 반 동안 이러한 폭언 사례가 비일비재했다고 강조했다.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에서 무관중으로 경마가 진행되고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언택트 경마 성패 가를 '여론' 향방은…국회 농해수위 "6월 개정 목표"

김 회장은 지난 3월 4일 취임식부터 언택트 경마 실현 등 마사회 혁신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당시 Δ온라인 발매의 조속한 법제화를 통한 경영위기 극복 Δ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제도적 시스템 구축과 내부 경영혁신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온라인 발매, '언택트 경마'는 코로나 위기극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마 산업의 혁신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마사회는 지난해 2014년 온라인 발권 플랫폼인 '렛츠런파크 마이카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준비에 일찌감치 착수한 바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규제가 걸려 있는 마사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있다. 현행 마사회법 제6조 1항에는 "경마를 개최할 때에는 경마장 안에서 마권을 발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항에는 "경마장 외 장소에 마권의 발매 등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이전 또는 변경하려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즉 경마장 안이나 특별 허가를 받은 장외 발매소 등을 벗어나면 마권을 발매할 수 없다. 애써 마련한 온라인 발권 플랫폼도 경마장내에서만 활용할 수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 언택트 경마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여야를 막론한 의원들 사이에서 넓게 확산되며 이번 임기내 처리 기대감이 높아졌다. 현재 국회는 발권 제한 규제 해소와 경마장 외 온라인 발권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총 4건이나 발의된 상황이다.

그러나 법안 처리 유무를 가를 핵심요인은 '여론'이다. 특히 경마 산업의 경우 가뜩이나 '사행성' 조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국회 개원 직후부터 마사회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이를 이유로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여론이 더욱 악화돼 법안 통과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야 모두 법안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올해 6월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해수위 야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한 여론의 향방이 관건이 될 수 있다"면서도 "마사회의 이해관계가 아닌 말산업의 발전을 이끌기 위한 '필요성'에 의해 추진되는 법안인만큼 현재까진 예정대로 논의,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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