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상트·아식스·미즈노 日패션 줄적자..계속되는 노재팬에 "맥 못추네"

배지윤 기자 2021. 4. 1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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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코로나19 여파에 2년째 실적 미끄럼
韓 소비자 눈치보기?..4곳 중 3곳 기부금 늘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일본 패션 기업들이 국내에서 2년째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노재팬'(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여파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일부에선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재팬 운동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한국산 제품의 상향평준화로 자연스레 토종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불매·코로나 겹악재에 줄줄이 적자전환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데상트·아식스·미즈노·무인양품 등 주요 일본산 소비재 브랜드 4곳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내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패딩·스키복·골프복 등으로 MZ세대(1980년생~2004년생)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데상트코리아의 매출이 한순간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4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노재팬 첫 해 유니클로와 대표 일본 브랜드로 거론되며 실적 하락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매년 스키 인구 감소도 감소하고 있다. 데상트는 인기 스키복 브랜드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스키장 방문객 수는 지난 2008년 663만명에서 2018년 435만명까지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스키장 영업정지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아식스의 프리미엄 라인 '오니츠카타이거'로 인기를 끌던 아식스스포츠도 적자로 돌아섰다. 실제 지난 2019년 흑자로 돌아선 아식스스포츠는 지난해 다시 5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전년 대비 22% 감소한 999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산 골프 용품·의류 등을 판매하는 한국미즈노도 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726억원) 대비 19% 감소한 589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인양품 무지도 2년 연속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연도 변경(1월~12월→9월~8월)을 거친 무인양품은 최근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 1~8월까지 매출을 공개했다. 이 기간 무인양품의 매출은 6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개월간 매출은 지난해 연매출(137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8개월 만에 영업손실 폭도 더욱 커졌다. 지난 2019년 71억 수준에서 지난해 8개까지 117억원까지 확대됐다.

국내 사업 부진에 한국 시장에서 짐싸는 기업들도 있다. 프랑스 로레알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는 오는 9월 말을 끝으로 한국 사업을 접는다.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른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지만 일부에선 노재팬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도 분석도 나온다.

2019.8.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부정적 여론에 4곳 중 3곳 '적자'에도 기부금 늘렸다

이처럼 불매운동부터 코로나19까지 악재가 겹치차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적자 전환에도 오히려 기부금을 늘리는 등 국내 소비자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9년 120만원의 '쥐꼬리 기부금'으로 질타는 받은 아식스스포츠는 지난해 약 60배 늘어난 76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무인양품도 전년 대비 69% 증가한 2억6900만원 가량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한국미즈노도 전년 대비 기부금(2100만원)을 소폭 올렸다.

다만 매출이 급감한 데상트코리아는 기부금을 줄였다. 지난 2019년 12억2800원이었던 기부금은 지난해 거의 절반 수준인 7억6000만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및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인 것"며 "한일갈등으로 인한 반일 감정은 이전보다 희석되면서 일본산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불매운동 촉발 당시 국산 제품의 품질 우수성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국산 제품으로 옮겨간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일본 패션의 제품 및 브랜드력을 믿고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 불매운동 효과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산 제품이 일제(日製)를 대체하기에는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빈번히 불매운동에 실패했다.

실제 지난 1995년에는 김영삼 정부가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일본담배 퇴출운동도 벌였다. 당시 일부 상점에선 일제 담배 판매 거부를 선언하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담배 '마일드세븐'의 화형식이 하기도 했지만 그해 마일드세븐의 한국 점유율은 전년 보다 1.2p 오른 5.7%로 뛰었다.

다만 최근 2~3년 들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양상이 달라진 분위기다. 국내 기업들이 일본산 못지않은 수준으로 제품력을 끌어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손길도 자연스레 토종 상품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일본 기업들이 실적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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