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법정관리] 'IMF·금융위기·코로나' 위기마다 휘청

최종근 입력 2021. 4. 15. 10:09 수정 2021. 4. 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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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가장 큰 약점은
경쟁력 떨어지는 해외 '모기업'
자금력도 약해 공격적 투자 어려워
미래차 기술 개발에서도 밀려나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쌍용자동차가 10년 만에 또 다시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엔 코로나19라는 악재를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이처럼 쌍용차가 위기 때마다 휘청거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력이 떨어지고 자금력이 약한 해외 모기업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외환위기 당시 경영난을 겪다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됐고,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채권단에 넘겨졌다. 이후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지만 2009년 철수를 선언하면서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2011년 법정관리 졸업 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이후 티볼리가 큰 성공을 거두며 한때 탄탄대로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16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로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쌍용차에 신규 자금 투입을 중단하고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후 매각작업에 나섰지만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상이 무산되면서 12년 만에 법정관리에 결국 돌입하게 됐다.

이처럼 계속 이어지는 쌍용차의 위기는 자금력이 약하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모기업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쌍용차 입장에선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하이차나 마힌드라그룹에겐 자금 이외에 추가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 자금력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비교하면 떨어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의 모기업이 글로벌 기업이었다면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쌍용차 자체적으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세계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가 대주주로 있다. 한국GM은 GM에서,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으로부터 신차 플랫폼을 공급받거나 미래차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어 쌍용차 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출에 있어서도 한국GM과 르노삼성이 모회사로부터 수출 일감을 따낼 수 있지만 쌍용차는 독자적으로 수출길을 개척해야 했다. 마힌드라그룹이 인도에서 CKD(반제품 조립) 형태로 G4 렉스턴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판매량은 미미했다.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이렇다 보니 쌍용차는 신차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때 쌍용차가 탄탄대로를 달린 적도 있다. 2015년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5년 티볼리 판매량은 내수 시장에서만 4만5021대로 국내 판매순위 9위에 올랐다. 2016년에도 5만6395대를 기록하며 전체 9위, 2017년엔 5만5280대로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른바 티볼리 신화를 쓰며 2016년에는 쌍용차가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2018년엔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하며 갈등 봉합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강점을 가지고 있던 SUV, 픽업트럭마저도 경쟁사들이 신차를 쏟아냈고, 티볼리 이후 출시했던 차량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바뀌고 있음에도 쌍용차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지 못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며 적극적으로 신차를 늘리지 못하면서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었고 코로나19라는 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모기업이 손을 떼기로 했다. 작년 쌍용차는 10만6840대를 생산하는데 그쳤는데, 올해는 10만대선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미래차 기술력을 지적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에선 쌍용차의 정상화를 위해선 인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총고용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노조는 2009년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쌍용차 사태'라는 아픔을 겪은 후 지금까지 11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하며 파업에 나선 적이 없지만 구조조정에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갈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인력감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지적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가량 적게 들어가고 유휴인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폭스바겐이 최대 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한편, 아직 투자 의사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은 HAAH오토모티브 외에도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 6∼7곳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채권단에선 실제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쌍용차의 법정관리 절차가 시작된 이후 추가 인수 후보군이 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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