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어떡하나? '수학 1등급' 94% 이과생이 '싹쓸이'

장지훈 기자 2021. 4. 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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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 수능 가늠자 '3월 학평' 결과
수학 2등급도 이과생이 83% 차지.."문과생 수시 비상"
경기 화성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2021년 4월 전국연합학력평가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문·이과 통합형으로 개편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방식이 처음으로 적용된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에서 이과생이 문과생에 비해 초강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본 조사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94% 이상이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에 따르면 일반고 14곳, 자사고 2곳 등 서울 지역 16개 고등학교 3학년 4451명의 3월 학평 성적(가채점)을 분석한 결과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4.99%로 집계됐다. 전국 1874개 학교에서 34만6950명이 3월 학평에 응시한 만큼 실제 결과와 이번 분석 결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3월 학평은 수능 개편에 따라 국어·수학에도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를 도입했다. 수학의 경우 선택과목이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등 3개로 나뉘는데 이과생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문과생은 '확률과통계'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분석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88.5%가 미적분을, 5.5%는 기하를 선택해 이과생이 94.0%에 달했다.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 중 1등급을 받은 비율은 6.0%에 그쳤다.

미적분·기하 선택 수험생의 등급 내 분포 비율은 2등급 83.4%, 3등급 80.0%, 4등급 62.3% 등으로 상위 등급을 휩쓴 것으로 집계됐다. 5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54.1%가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문과생 열세가 뚜렷했다.

기존 수능에서는 수험생들이 수학 가형(이과)과 수학 나형(문과)으로 나뉘어 응시하고 등급과 표준점수도 따로 산출됐지만 올해부터 통합형 수능이 시행됨에 따라 이과생이 수학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된 상황이다.

특히 미적분에서 원점수 기준 84점을 받은 수험생은 1등급과 130점의 표준점수를 받은 반면 확률과통계에서는 89점을 받아도 2등급에 머무르고 표준점수도 129점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등급뿐만 아니라 표준점수에서도 격차가 발생했다. 원점수 만점 기준 미적분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1점에 달했지만 기하·확률과통계는 137점으로 5점이나 낮았다. 미적분에서 96점의 원점수를 받은 수험생의 표준점수는 138점으로 기하·확률과통계 만점자보다 표준점수가 오히려 높았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의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표본 조사 결과.(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제공)© 뉴스1

국어에서도 선택과목별 등급 분포에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1등급 비율은 전체의 5.4%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수험생이 66.3%를 차지했다. '화법과작문'은 33.7%에 그쳤다. 2등급 수험생 중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비율도 57.7%로 강세가 이어졌다.

이는 표준점수 격차로도 이어져 원점수 만점을 기준으로 언어와매체는 134점으로 나타나 화법과작문(132점)보다 2점 높았다.

학교 현장에서는 통합형 수능 시행에 따라 수학 성적이 대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된 만큼 문과생 고전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문과생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백상민 경북 문명고등학교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사무국 간사)는 "문과생들이 수학영역에서 이과생들에게 문자 그대로 등급을 깔아주게 된 상황이라 수시에서도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나올 것"이라며 "기존 수능 기준으로 1등급을 받던 문과생도 얼마든지 2~3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사는 "정시의 경우 여러 보정 수식을 활용해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차이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있지만 수시는 등급으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문과생으로서는 국어·영어·탐구 등 나머지 영역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이어 "다만 계열 구분 없이 학생들을 통합해 교육하고 평가한다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고려하면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끌어올린 이과생들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와 등급을 받는 일을 두고 불공평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3월 학평 성적표를 통지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수학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57점으로 나타났다. 1등급 내 표준점수 최저점은 139점으로 무려 18점이나 차이가 났다.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2점으로 나타났다. 1등급 내 표준점수 최저점은 131점으로 11점의 격차가 발생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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