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듀] 극과 극, 한국 VS 미국 학교 코로나 거리 두기

이경희 2021. 4. 1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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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립학교 온라인 수업 체험기 2
K 방역은 과학 보다는 기적에 가까워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분야는 아이들의 교육이다. 교육부는 "학교 일상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 수업은 등교 수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필자는 지난 한 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 카운티 지역에 연수를 다녀왔다. 코로나 초기, 미국 정부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원격 수업으로 이양하는 과정에선 배울 점이 많았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자녀(2020년 상반기 당시 초등 1, 5학년) 옆에서 목격한 미국 온라인 수업 체험기를 연재한다.


미국 VS 한국 거리 두기

미국 유타주 한 고등학교의 거리 두기 표지판. REUTERS/George Frey 연합뉴스

지난 연재에서는 갑작스러운 휴교 이후 미국 공립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온라인 수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쓰기에 앞서, 미국과 한국 학교의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가 어떻게 다른지 짚어 보려 한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코로나 19 누적 사망자는 30만 명에 달했다. 인구 약 3억 명 중 0.1%가 하나의 바이러스 때문에 숨진 그토록 '위험한' 나라라니. 코로나 19에 걸리지 않은 건 요행이라 생각하면서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고비(기내)만 넘기면 K 방역으로 빛나는 고국에 돌아가 코로나의 위협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나 입국 심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환상은 와장창 깨졌다.

미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 6ft(약 1.8m) 지키기가 기본이었다. 상점 계산대 등에선 6ft 간격으로 줄 설 자리를 표시해뒀고, 누구나 거기 맞춰 띄엄띄엄 서서 기다리곤 했다. 줄이 길어서 이중으로 겹쳐 서게 될 경우에는 제1열과 2열 사이의 간격도 6ft가 되도록 거리 두기 스티커를 배치했다. 길을 가다 누군가와 6ft 이내에서 마주칠 것 같으면 한 명이 차도 쪽으로 벗어나서 거리를 뒀다. 모두가 자석의 같은 극이라도 된 듯 서로를 일정 거리만큼 밀어내거나 비키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거리 두기 스티커는 언뜻 보아도 1m 남짓 간격으로 붙어 있었고, 스티커 하나에 한 명이 아니라 한 팀이 서 있었다. 공포를 더 크게 느낀 건 북적이는 출근 지하철 안에서였다. 미국의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사람과 그토록 가까이 선 적이 없었다. 이제는 그 밀도에 적응했지만.


미국선 한 학급 절반만 등교

지난해 8월,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거리 두기를 하는 학생들. REUTERS/Cheney Orr 연합뉴스

학교의 거리 두기도 미국과 한국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웨이크 카운티 교육청은 지난해 3월 15일 갑작스레 휴교한 뒤 긴 온라인 수업 기간을 거쳐, 그해 11월부터 순차적으로 등교를 재개했다. 돌봄이 필요한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이 먼저 등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작은 아이는 B조에 배치됐다. 한 반을 A, B, C 3개로 나눠 11월 첫 주부터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등교 연습을 했고, 11월 중순부터는 저학년은 모두 등교하는 수순을 밟았다.

등교 주간에는 담임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주간에는 다른 선생님의 온라인 학급에 흩어져서 수업을 받았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다른 반에 들어가는 게 저학년에는 쉽지 않은 일이긴 했다.


확 줄어든 학급 정원

아이가 다니던 미국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메시지 캡처. 등교를 재개하되 3개의 코호트로 나눈다는 안내문이다.

한편 A조나 B, C조는 등교를 선택한 학생들 이야기다. 교육청은 개학 전 여름 방학 동안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버추얼 학교' 지원을 받았다. 코로나 상황과 관계없이 한 학기 동안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학습하겠다고 선택한 학생들과 교사들을 원격으로만 진행되는 '버추얼 학교'로 분리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한 학급 인원은 둘째 기준으로 코로나 이전 22명 남짓에서, 버추얼 학교 분리 이후 17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이렇게 미리 학급 인원을 줄여뒀기에 온라인 수업도 좀 더 원활히 이뤄질 수 있었고, 전원 등교 수업을 재개한 뒤에도 학급의 밀도를 낮출 수 있었다.


중학교 건물에선 일방통행

지난 3월 미국 켄터키주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 REUTERS/Amira Karaoud 연합뉴스

여름방학 이후 인근 중학교에 진학한 큰 아이는 12월 초가 되어서야 첫 등교를 했다. 겨우 1주일 등교 수업을 했을 뿐이지만 아이는 "거리 두기가 잘 됐다"고 회고한다. 학교 복도는 아이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바닥에는 통행 방향 지시 스티커와 경로가 붙어 있었다. 급식실에는 비말을 막기 위한 1인용 칸막이가 설치됐고, 아이들은 한 방향으로 앉아 학교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보며 밥을 먹었다. 급식 도중 대화는 금지됐다.

중학교도 한 반을 A, B, C조로 나눠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번갈아가며 했다. 등교한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같은 내용을 동시에 공부했다. 교사는 수업을 구글 미트로 중계했고, 등교한 아이들 역시 모두 크롬북으로 수업에 접속했다. 온라인 수업처럼 진행하되 3분의 1은 교실에서, 3분의 2는 집에서 공부한 셈이다.


미국에서 부족한 건 일회용 마스크
요약하면 미국 학교의 '거리 두기'는 사람과 사람의 간격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한 학급의 밀도를 낮추고, 마스크를 벗을 때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따랐다. 한국보다 뒤지는 점이 있다면 마스크다. 등교에 앞서 교육청에서는 흰색 면 마스크를 10장씩 나눠줬다. 코로나 19 창궐 초기 미국에서는 의료진을 위한 방역용 마스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일회용 방역 마스크가 코로나 감염 예방 효과는 가장 뛰어나지만, 의료진과 환자에게 우선 공급되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원칙이었다. 방역 당국은 천으로 된 마스크나 두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라고 권고했다.


한반 모두 나오는 한국 학교

지난해 여름, 대면·비대면 수업이 동시에 진행된 서울 화랑초등학교. 화랑초등학교는 사립초등학교다. 아이가 다니던 미국 공립 중학교가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귀국 후 지켜본 한국 학교의 거리 두기는 미국의 시스템과 비교하자면 허점이 많아 보였다. 큰 아이의 중학교는 학년별로 1주 온라인 수업, 2주 등교 순서로 돌아갔다. 한 학교 재학생 3분의 2 이하로 등교 인원을 제한하라는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맞춘 것이다. 그러나 1, 2학년은 등교하고 3학년은 안 나오는 식이라 한 학급의 인원은 줄어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서로 다른 학년끼리 만날 일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인구 밀도가 떨어지는 곳은 점심시간 급식실뿐이다. 그러나 급식실에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면 점심시간을 늘려서 한 번에 식사하는 학생의 수를 줄이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등교 시간 맞추느라 몰린 아이들
작은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요일별로 등교 학년을 나눈다. 3학년은 월~수 등교, 목~금 온라인 수업이다. 역시 한반 인원은 줄어들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학년별로 등교 시간대도 나눈다고 공지했다. 3, 6학년은 8시 40~50분 등교, 2, 4학년은 8시 30~40분 등교하는 식이다. 그러나 매일 아침 학교 교문 앞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보안관 선생님은 학년별로 줄 세우느라 바쁘다. 자기 학년 등교 시간이 아닌데 미리 도착한 아이들을 교문 밖에 대기 시키다가 정각이 되면 한꺼번에 들여보내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열 체크를 하고 손 소독제를 바르기 위해 또 긴 줄을 만들어낸다. 방역을 위한 분산이 먼저인지, 등교 시간 지키기가 먼저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매일 무증상임을 보고
한국에 돌아온 뒤 매일 오전 8시에 자가진단 앱을 켜서 열, 호흡기 증상 등이 없다고 체크해 학교에 제출하는 것도 의아한 경험이었다. 문제가 있을 때만 통보하면 간단한 일인데, 왜 전국의 학생이 매일 이상 없다고 기계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걸까.

미국 초등학교에선 '열, 호흡기 증상 등이 없고, 2주 내 여행 경험 없다'는 등의 내용이 프린트된 A4 용지를 코팅해서 나눠줬다. 아이들이 매일 등교할 때 이를 들어 보이면 교직원이 온도 체크를 하고 들여보냈다. 중학교에서는 아예 코로나 관련 증상이 없을 때만 등교시키겠다는 문서에 보호자 서명을 미리 받아둬 절차를 더욱 간소화했다. 방학 중에는 이상 증상이 있거나 양성이 확인된 때에만 학교나 교육 당국에 통보하도록 했다. 학부모 입장에선 미국 학교나 교육청의 가이드라인이 훨씬 합리적이었다.

내가 경험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일부 학교일 뿐이라 지역이나 학교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피부로 느낀 K 방역은 과학보다는 기적에 가깝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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