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학자, 美의회서 "촛불혁명은 사악한 기획..한국, 전체주의로 가"

입력 2021. 4. 16. 09:11 수정 2021. 4. 18.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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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대북전단법 청문회..이인호 전 대사 등 일부 증인들 문재인 겨냥 '맹폭'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한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일어난 일은 단순히 정권 교체가 아니었다. 촛불 혁명은 세밀하게 잘 짜여진 각본과 흥분한 미디어에 의해 추동됐다. 부패척결, 경제정의, 북한과의 평화, 기회의 평등과 같은 매력적인 구호를 내걸고 급진적인 뒤집기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 뒤에 숨겨진 사악한 기획을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한국은 전체주의적이 되어 가고 있다. 집권세력은 국회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한 뒤 대담해져서 진정한 이념적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집권세력은 비판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범죄화하는 것은 김정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일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이며 이미 많은 가치가 파괴되었다. 나는 진심으로 큰일이 날 것 같다."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화상 청문회('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 한반도 인권에의 시사점')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이 청문회는 지난해 연말 한국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전단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기반해 열렸으며, 이 법에 대해 따로 개인 성명을 낼 정도로 비판적 문제 의식을 가진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주도해 성사됐다. 스미스 의원은 이 위원회 공동 위원장이기도 하다.

이인호 명예교수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과 연관이 있고, 뉴라이트 사관이 반영된 '교학사 교과서'를 적극 옹호한 인사다. 친일파 청산이 '소련의 지령'이라고 주장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KBS 이사장을 지내면서 '이승만 미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인호 전 대사, 美 의회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 허울뿐인 민주주의"

대북전단법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 의식에 기반해 열린 만큼 이 법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제기됐다. 이인호 교수처럼 대북전단법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발언자들도 있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 포퓰리즘이 허울뿐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보수논객인 고든 창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공포의 통치'라고 마치 독재자인 것처럼 비판하기도 했다.

청문회를 주도한 스미스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북한으로의 모든 정보 유입을 범죄화했다"며 "나는 이 법을 성경 금지법, BTS 금지법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은 한국 헌법이 명시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위반"이라며 "ICCPR 규약상 같은 회원국인 미국 정부나 의원은 이런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6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는데 독재자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자 문 대통령 소속 정당 의원들이 바로 이걸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부식됐다"고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의 공동의장인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접경 지역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대북전단법에 대해 "한국 의회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맞게 이 법안을 수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프레시안(전홍기혜)

전수미 "다수 탈북자들이 대북전단에 비판적...미국이 다양한 탈북자들과 소통 희망"

여기에 남북 대치 중인 한반도 상황, 대북전단 자체의 정치적 성격,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북전단금지법을 찬성하는 이들의 근거였다.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북전단 억제는 최소 1972년 이후, 진보 정권만이 아니라 보수 정권도 추진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 연구원은 특히 북한 이슈는 남한 내에서 굉장히 정치화되어 있는 측면도 있다면서 "미국의 관여는 한반도 평화라는 관심과 직결시켜야 하지 불필요하게 정치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리 연구원은 또 일부 증인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적 비판 등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국에서 정부 비판은 자유롭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들도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미 변호사(화해평화연대 이사장)는 자신도 한때 활동하면서 국내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기도 했지만 실제 탈북자들은 대북전단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전 변호사는 특히 대다수의 대북전단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김정은 정권을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자극적인 내용이라며 실제 전단지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무자비한 독재정권의 최후"라는 빨간 글씨 아래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이 있고 그 다음에 2011년 시민군에 의해 체포돼 사살된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사진이 배치되는 등 일방적인 비난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가족이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자들은 오히려 대북전단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고 전 변호사는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미국 의회 내 대북전단에 대한 높은 수준의 비판적 여론은 일부 탈북자들(국민의 힘 지성호 의원 등 보수 성향의 탈북자들)의 주장에 편향된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이 다양한 탈북자 집단과 소통하는데 열려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수미 변호사 ⓒ프레시안(전홍기혜)

"미국도 지난 4년간 난민에게 피난처 제공 실패했는데..."

한편, 일부 증인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남한이 탈북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인호 교수는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이에 대해 맥거번 의원은 "미국도 지난 4년간 난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는데 실패해왔다. 나는 그동안 국경 지역에 여러 차례 가보았고 정말 많은 난민들이 국경을 넘으려다 죽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런 문제를 말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대해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를 개최한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었던 톰 랜토스 전 의원의 뜻을 잇고자 만든 의회 내 기구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초당적 기구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권위를 인정받지만 법이나 결의안을 자체 처리할 권한이 있는 상임위는 아니다. 따라서 이날 청문회는 일종의 공청회라고 보면 된다. 청문회가 열린 이날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라는 점에서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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