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가진단키트' 학교 도입에 교사·학부모 당황.."학교 방역에 혼란줄 것"

김송이 기자 2021. 4. 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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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자가 진단 키트' 시범사업을 학교에서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와 민감도가 낮고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아 음성이라고 나와도 코로나 감염자가 아니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라며 "음성 결과를 믿었다가 학교 내에서 전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일상적으로 학교와 집, 지역사회를 오가는 학생에게 매일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비용 대비 실효성이 낮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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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자가 진단 키트’ 시범사업을 학교에서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키트 도입으로 학교 방역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자가 진단 키트는 일반인들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한 뒤 코로나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도구로, 15~30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결과 확인까지 3~6시간이 걸리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보다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전자 증폭 과정을 거치지 않아 98%에 이르는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낮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는 17~90% 사이로 연구결과마다 들쑥날쑥하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5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검사를 원하는 사람이 언제나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어 접근성이 높고 최근 지역사회에 감염이 확산된 상황에서 확진자 스크리닝이 가능하는 등 장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도입해야 하고, 특히 학교에 시범사업으로 적용하는 것에 긍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자가 진단 키트 학교 도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발표한 ‘서울형 상생방역’의 일환이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유흥시설 등 업종별로 영업 제한 시간을 완화하고,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 후 업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13일에는 "학교에서 진단키트를 사용하자고 국무회의에 건의했다"고 했다.

문제는 자가 진단 키트 시범 사업의 주체가 되는 일선 학교 교사들의 의견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자가 진단 키트의 효능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교사 한모(30)씨는 "일부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자가 진단 키트를 활용하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다른 시설보다 감염도가 낮은 학교에 정확도가 떨어지는 키트를 굳이 왜 도입하려는지 모르겠다"라며 "매일 800명의 학생이 등교하고 교직원만 50명이 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어떤 식으로 검사를 진행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21학년도 초·중·고교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열린 개학식에서 학생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실천교사모임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키트의 낮은 정확성으로 교육에 차질을 빚게 되면 학교는 민원의 대상이 되고 학교에 검사를 전담할 인력도 없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와 민감도가 낮고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아 음성이라고 나와도 코로나 감염자가 아니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라며 "음성 결과를 믿었다가 학교 내에서 전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일상적으로 학교와 집, 지역사회를 오가는 학생에게 매일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비용 대비 실효성이 낮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마다 효과에 대한 평가가 다른 키트를 학교에 도입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사 정확도가 낮다고 하는데 자가진단키트에서 음성이 나오면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마음 껏 놀아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교육부는 자가 진단 키트 시범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신속항원검사 방식의 자가검사키트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검사정확도에 대한 논란이 크고 학교 방역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학교 현장, 전문가 검토 및 협의가 필요하다"고 15일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자가 진단 키트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협의 요청이 온 것은 없다"면서 "일단 지켜보고 있는 상황으로, 방역당국과 서울시의 협의 결과에 따라 추후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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