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영국이 부럽다니 말인데..
영국, 전면봉쇄령 해제했지만
확진자·사망자 수 여전히 많아
부러워말고 예방수칙 철저해야
봉쇄 기간 동안에는 필수품을 파는 가게들, 즉 대소형 식료품점이나 약국 등 소수의 상점을 제외하고는 문을 열 수 없었다. 코로나 전에는 영국에서 피자 등 한정된 종류를 제외하고는 음식 배달을 시킨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는데 차츰 배달앱이 자리 잡게 되었다. 미용실을 가지 못하니 대개들 엉망인 머리 매무새로 다녔다. 영국의 50대 남자의 50%가 대머리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탈모가 심했거나 자기 머리를 스스로 손질해 왔었다면 오히려 이 기간 동안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기도 어려웠으니까 큰 의미는 없겠다.
사람이란 정말로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봉쇄 중 새삼 실감했다. 처음에는 가구 구성원 이외의 사람과는 아예 만날 수 없었다가, 실외에서 운동 목적으로 한 명을 만나는 것은 허용되는 것으로 완화되었다. 영국에서 골프는 한국에 비해 대중적 스포츠다. 이건 실외 운동이니까 허용해달라는 열화와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금지되었다. 같이 달리기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없었다. 만난다고는 해도 같이 식사를 하거나 차나 술을 마시는 건 허용도 안 되고 가능한 일도 아니었으나 바로 헤어지지를 못하고 엉거주춤 길가에 서서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 멀찍이 떨어져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리 봐도 가구원처럼 보이지는 않는 사람들이 서너 명 강변에 모여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영국과 같은 방식의 봉쇄 조처가 내려진 적이 없다. 술집이나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나 다수 모임 금지, 특정 업종의 영업 금지 같은 부분적 통제가 있었을 뿐이다. 한국에서 코로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전면적 봉쇄라는 것이 얼마나 기이하고 불편한지, 가게가 거의 다 문을 닫은 거리란 얼마나 스산한지, 쇼핑하러 나가는 것도 식당에서 가볍게 한 끼를 때우는 것도 차를 마시는 것도 불가능한 일상이 얼마나 우울한지, 심지어 가족조차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를 잘 모르는 듯하다.
다행히 상황이 호전되어 봉쇄가 해제되었다. 일일 확진자가 2000명 선이고 사망자가 20~30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일부는 그 원인을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데서 찾는 듯하다. 영국의 50세 이상 모든 인구가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막상 영국 총리는 이는 백신이 아니라 봉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계속하여 사회적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결국 저 결과는 백신과 봉쇄가 결합되어 나온 것이 아닐까.
봉쇄 해제에 심하게 기뻐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을 한국에서도 접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저런 생활을 석 달이 넘게 한 거니까. 이제 영국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는데, 사실은 확진자 수도 사망자 수도 여전히 영국이 훨씬 많다. 일상생활로 돌아갔다지만 만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여섯 명이나 두 가구까지다. 그것도 실외에서만 가능하다. 결혼식은 15명, 장례식은 30명, 인원 제한이 있다. 공공장소 안이나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니 펍의 야외좌석에서 마스크 없이 있다가도 내부의 화장실에 갈 때는 마스크를 쓴다. 지금 한국에서 누리는 일상과 그리 다른 모습이 아닐 것이다. 더 험한 꼴을 겪다가 이 정도의 일상을 이제 간신히 되찾았을 뿐이다. 그러니, 지치겠으나,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잘하고 사회적 거리를 둘 일이다. 그리고, 백신 차례가 오면 맞고, 맞으라 권하고.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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