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주사기' 이물질 사태, 70만개 긴급 회수

최재훈 기자 2021. 4.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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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더 맞힌다는 '최소 잔여형' 50만명 맞았는데 이물질 발견
정부가 방역 쾌거 홍보한 주사기

정부가 코로나 백신 접종용 주사기에 불량이 생겨 전국 보건소·요양병원 등에 배포된 주사기 70여만개를 회수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의료 기기를 제조하는 A사가 공급했던 이 주사기는 정부가 K방역의 쾌거로 홍보했던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의 일종이다. 이 회사는 당초 120만여개를 정부에 납품했고 그중 50여만개는 이미 접종에 사용됐다고 한다.

본지 취재와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해당 주사기가 문제 된 이유는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넣는 과정에서 주사기 내에 섬유질처럼 보이는 이물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주사기 눈금이 지워졌거나 부정확했다고 한다.

보건 당국은 해당 이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규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물질의 정확한 성분과 원인 등을 조사 중이며 생산 업체를 점검해 시정하도록 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측은 “주사기 이물질로 인한 이상 반응이나 피해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

16일 서울의 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최소 잔여형 주사기에 옮기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물질 주사기’ 신고는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다음 날인 2월 27일 경북 지역에서 처음 접수됐다. 이후 서울과 경기, 부산,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20여건의 신고가 이어졌다.

이 신고 사례들의 경우, 접종 전에 이물질이 발견돼 백신을 주사하진 않았지만, 이물질을 인식하지 못한 의료진이 그대로 접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와 관련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약 이물질이 백신과 결합하면 항체 형성을 방해해 면역 효능을 떨어뜨리거나 과도한 염증 반응과 근육통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7월 말까지 A사에서 2750만개, 신아양행에서 1250만개 등 LDS 주사기 4000만개를 납품받기로 계약했다. 이 중 문제가 생긴 것은 A사 납품분으로 지난 14일까지 122만700개가 일선에 공급된 상태에서 ‘불량’이 발견된 것이다. 신아양행이 이미 납품한 384만3200개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LDS 주사기는 접종 후 남는 백신량을 최대한 줄여 백신 1병당 1~2명을 더 접종할 수 있는 주사기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한 달여를 앞두고 ‘충분한 백신 확보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LDS 주사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북 군산에 있는 풍림파마텍이 정부와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백신용 LDS 주사기를 월 1000만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2월 1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업체를 방문해 “주사기의 효율을 고도화해 백신을 20% 아끼게 됐다”며 “진단 키트에 이어 K방역의 우수성을 또 한번 보여주게 됐다”고 했다. 또 지난달 30일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방문해 “한국판 뉴딜의 정신을 여러모로 잘 살린 소중한 성공 사례”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풍림파마텍이 아닌 A사와 신아양행에서 LDS 주사기를 납품받았다. 수출을 주로 하는 풍림파마텍의 주사기는 1개당 800~1000원 수준인 반면, A사와 신아양행 제품은 1개당 88~98원 정도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풍림파마텍 제품은 비싸서 국내 접종에는 사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불량 주사기’를 공급했던 A사는 현재 주사기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 설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접종 초기 정부에서 빨리 생산하라고 재촉하다 보니 직원들은 밤낮없이 2교대로 작업을 해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하자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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