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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막던 마스크, 자연에선 야생동물 죽인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04. 17. 08:01 수정 2021. 04. 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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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줄에 엉켜 목숨을 잃은 캐나다의 지빠귀./네덜란드 레이덴대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같은 개인용 보호 장비(PPE)가 전 세계 야생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네덜란드 레이덴대 멘노 실추이젠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동물 과학’에 전 세계에서 코로나 보호 장비 폐기물에 다양한 동물이 사고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예방용 장갑과 마스크는 모두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무단 폐기되면 페트병이나 포장용 비닐처럼 자연에 피해를 준다. 사람을 구하던 마스크가 동물의 목숨을 빼앗는 덫이 된다는 것이다.

◇물고기에서 펭귄, 새까지 다양한 동물 희생

지난해 8월 레이덴의 운하를 청소하던 자원 봉사자들은 라텍스 장갑의 손가락에 끼어 죽은 민물고기를 발견했다. 장갑 올가미에 걸린 물고기는 네덜란드에서 코로나 보호 장비 폐기물로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은 첫 사례였다. 실추이젠 교수 연구진은 이후 전 세계 언론에 보고된 비슷한 사고 사례를 조사하는 한편, 인터넷 사이트(www.covidlitter.com)를 열어 시민 제보도 받았다.

네덜란드의 운하 청소 과정에서 라텍스 장갑 손가락에 끼어 죽은 물고기가 발견됐다./네덜란드 레이덴대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 보호 장비 폐기물로 동물이 사고를 당한 사례 28건을 발견했다. 첫 사고 사례는 지난해 4월 캐나다에서 지빠귀가 마스크 줄에 목이 졸려 죽은 사고였다.

이후 다양한 사고 사례가 확인됐다. 브라질의 마젤란 펭귄은 마스크를 삼켜 굶어 죽었으며, 미국 마이애미 해안에서는 복어가 마스크에 갇혀 죽은 채로 발견됐다. 프랑스에서는 꽃게가 마스크에 목숨을 잃었다.

영국의 고슴도치는 장갑에 갇혔고, 네덜란드의 박쥐는 마스크에 엉킨 채 발견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원숭이가 마스크를 먹으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애완동물 피해도 있었다. 필리핀에서는 고양이가 장갑을 삼켰으며, 미국 보스턴에서는 애완견이 마스크를 삼켰다. 연구진은 “위에 플라스틱이 들어간 동물은 결국 굶어 죽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코로나 보호 장비 폐기물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조사한 첫 성과로 평가됐다.

마스크를 삼키고 굶어 죽은 브라질의 마젤란 펭귄./Instituto Argonauta

◇마스크 15억6000만개 바다로 흘러가

코로나가 전 세계로 대유행하면서 1회용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같은 개인용 보호 장비 사용도 급증했다. 그만큼 폐기물도 증가했다.

홍콩의 환경보호단체 오션아시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5억6000만개의 마스크가 전 세계 바다로 흘러갔다. 무게로 따지면 4680~6240톤에 이른다. 이들은 한해 800~1200만 톤에 이르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일부가 됐다. 영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청소를 한 해변의 3분의 1에서 코로나 보호 장비 쓰레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자연에 버려진 다양한 코로나 보호 장비들./네덜란드 레이덴대

연구진은 개인용 보호 장비가 코로나를 막으면서 동물 피해도 줄이려면 가능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라고 제안했다. 또 동물이 엉키지 않도록 마스크를 버릴 때는 줄을 잘라 버리도록 권고했다.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개인용 보호 장비를 무단 폐기하면 벌금을 매기기도 한다.

연구진은 “코로나 관련 쓰레기는 포장재 쓰레기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우리 사회의 1회용품 사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사람들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고통을 받지만 자연은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으로 앓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부에서는 코로나 보호 장비 폐기물이 야생동물에 도움을 준 사례도 확인됐다. 네덜란드에서는 새가 버려진 마스크를 둥지 재료로 쓴 예가 있었다./네덜란드 레이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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