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민족주의'로 인류애 소멸"..'지구인'이란 것 명심해야

김종수 2021. 4. 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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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백신 '민족주의.."과학의 인류애 없어져"
일반인도 이젠 "바이러스/박테리아 구분"
4월 과학의 달.. '해피사이언스 축제'
국립과천과학관 "경쟁상대는 EBS 방송국?"


"코로나 19 백신의 수출을 막고 그 결과로 일부 나라에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린 걸 보면 과학의 인류애가 줄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은 인류의 공공재여야 한다."

과학 지식 전달자, 해설자로 유명한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사진). 관장직을 맡은지 1년이 넘은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5월 과학관을 임시로 휴관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과학의 인류애'를 설명했다.

■ 특허 내지 않은 뢴트겐 사례…'인류애'가 바탕

그는 과학의 인류애가 발휘된 사례로 X-선에 대한 특허를 내지 않은 뢴트겐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X-선은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처음 발견한 것. 이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뢴트겐은 음극선관에 대한 실험을 하던 중 밀봉된 곳에서 알 수 없는 빛이 빠져 나가고, 이 빛이 손가락뼈를 인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출처=게티이미지

"엑스레이는 방사선의 사진작용을 이용해 몸 안을 촬영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값싸게 신체 어느 부위든 촬영하고 몸속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수 있게 된 것은 뢴트겐이 특허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걸로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뢴트겐은 자신은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이라며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며 특허를 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관장은 이처럼 기자와 만나서도 '과학 커뮤니케이터'란 별명에 걸맞게 대중 특강을 하듯이 풍부한 과학 지식을 예로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짧은 1년 여의 시간만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배경에는 환자에 대한 진료 정보 등을 공유한 전세계 병원과 연구실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

촬영=프리랜서 작가 최준혁


하지만, 이것을 생산하는 일부 글로벌 제약 업체는 결국 백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생산시설이 있는 국가까지 합세해 자신들이 생산한 백신의 해외 유출을 막는 상황까지 이른 것은 '과학의 인류애' 부족 현상이 원인이란 설명이다.

■ 코로나 지식?…바이러스/박테리아 구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큰 변화로 이 관장은 일반인들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구분할 정도로 과학적 상식이 증대된 것을 지목했다.

출처=게티이미지


우선 코로나19를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염색체가 있으며 단백질로 된 표피(表皮)에 여러 개의 뾰족하게 내밀거나 도드라진 돌기가 있다는 것이 특징.

또 바이러스는 다른 세포 속으로 들어가야만 증식이 가능하며 자체적인 증식은 불가능하다.

코로나바이러스란?

현재까지 연구 결과 단기간 내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종류의 바이러스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 중국과 홍콩 등지를 강타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호흡기 질환

이에 반해 박테리아(Bacteria)는 핵(核)과 세포막이 있으며 자체적으로 증식이 가능하다.

박테리아는 항생제(抗生劑)로 죽일 수 있으나 생명체 내의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죽지 않고, 알코올 등 을 쓰면 바이러스는 겉의 단백질 표면이 파괴되어 소멸된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이런 '바이러스' 관련 기획전을 이미 준비중이다. 전시 시기는 내년이지만 이미 3년 차 계획으로 준비중인 것.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너무 뜨거울 때 이런 전시를 급하게 하다보면 '허술하다','졸속이다'란 평을 듣게 되기 마련이니 객관적 시각이 생길 때쯤에 심도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성인들도 흥미를 느낄수 있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엮어 낼 테니 기대해 달라"며 "이미 박사급 연구사들은 책을 쓸 준비를 해왔고 올해 쉽게 풀어쓴 과학관련 책들이 5권이나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촬영= 최준혁 프리랜서 작가

코로나19로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조심하는 이 시기에 4월이 '과학의 달'이란 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

과천국립과학관은 이미 한 달간 일정으로 '해피사이언스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과학의 달에 개최되는 이른바 종합과학축제로 올해는 '과학은 재미있다(Science IS Fun)'이 주제.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 추세에 맞게 체험, 실험, 쇼, 대회 등 과학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 활동을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과학관 현장에서 진행되는 대면 행사도 빼놓을수 없다. 오는 24일부터 5월 5일 중 주말 및 공휴일에 과천과학관은 거대한 '과학 체험 놀이터'로 탈바꿈한다.

각 체험관 마다 특색 있게 화석표본 관찰하기, DNA 이중나선 만들기 등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과학 책 박람회', '과학자 코스프레로 불리는 의상·분장 흉내내기' 등을 준비하고 있다.

■ 이 시대의 과학지식은?…지구인의 '생존 방식' 찾기

연세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독일 본 대학교에서 화학을 공부한 이 관장은 2011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으로 일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맛봤다.


"원래 (과학분야)교수들은 반복된 실험만 하거나 사회에 대해 비판만 할 줄 알고 실무와 동떨어진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당시 업무 보고를 위한 자료를 제가 새벽까지 직접 쓴 뒤에 구청장, 의회 등의 승인을 받아서 예산을 요청해 실행하면서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공무원이란 것은 이렇게 일하고 실행할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이 관장은 "과학관 예산 중에 입장 수입으로 충당할 것이 코로나19로 어려워지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개발 등에 예산을 쓰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라며 "청소년들을 위한 간단한 '과학 키트' 보급 사업도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요즘 "과천과학관의 경쟁상대는 EBS 같은 방송국"이라고 말했다.

이미 과학관 차원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과학 지식 관련 동영상 프로그램을 100 여 편정도 제작했는데, 이 영상들이 학습자료로 더 널리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부분일식'을 해설과 함께 인터넷 계정을 통해 생중계하기도 한 과천과학관은 완성된 영상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기초 수준 영상을 만들어 누구나 널리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촬영= 프리랜서 작가 최준혁

과학 번역서와 교양 서적들의 감수를 도맡다시피한 이정모 관장은 '지구인' 혹은 '우주의 일원'으로 삶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앞서서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미 내연기관 차를 팔고 전기차를 샀다가 이젠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만으로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모 관장은 '기후위기' 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성인들이 과학 관련 책을 요즘 많이 읽고 영상도 찾아 보는 것은 과학자들의 사고법을 따라 배우기 위한 것이다. 이런 것을 많이 보다 보면 안전하게 내 돈과 세금을 절약할 방법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떤 진영이나 계층에 속한 게 아니라 지구인이고 우주인의 일원"이라며 천문학자이며 저술가인 칼 세이건의 글을 인용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결국 우주 관점에서 보면 '창백한 푸른 점' 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김종수 기자 (sweep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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