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선두국' 칠레 확진자 급증..중국산 덫에 걸렸나

최서윤 기자 입력 2021. 4. 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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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대 연구 "시노백 1회 접종 시 예방효과 3% 그쳐"
칠레 보건부 "2회 접종 14일 후 예방효과 67%" 발표
칠레 탈라간테의 한 종합병원 입구에 2021년 4월 15일 코로나19 감염 증가로 인한 자원 부족과 보건시스템 포화 상태에 항의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는 모습. 칠레는 현재 중환자실 병상 점유율이 97%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보건시스템 붕괴 위기에 처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칠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 '중남미 백신 챔피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현지시간) BBC는 이 같은 칠레의 확진자 급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칠레에서 광범위하게 접종된 백신이 중국 시노백의 제품(CoronaVac)인 점에 주목했다. 시노백의 예방효과와 관련해 논란이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인구 절반 가까이 백신 맞았는데 최대 9000명 신규 확진: 뉴욕타임스가 집계한 전 세계 백신 접종 현황에 따르면 칠레는 인구 40%가 적어도 1회 접종을 완료, 이스라엘과 영국 등에 이어 선두 접종국이다. 2회 접종까지 마친 비중도 27%다.

그러나 칠레의 최근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9일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9000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일 5000~7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엔리케 파리스 칠레 보건장관은 지난주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팬데믹의 절정을 겪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 그리고 여러분 자신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칠레는 현재 이동을 금지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수도 산티아고에 사는 소피아 핀토는 BBC에 "음식을 사거나 병원을 가는 등 필수적인 이동 시에만 일주일에 두 번까지 특별 이동 허가를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수산 부에노 칠레 가톨릭대 면역학 교수는 "최근 확진자 급증의 원인은 복합적"이라면서 "변이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예방 조치가 여름(한국의 겨울 시기)에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에노 교수는 칠레에서 광범위하게 접종 중인 중국 시노백 백신의 예방효과 관련 혼란도 있다고 덧붙였다. 칠레는 백신 접종자의 93%가 중국 시노백의 제품(CoronaVac)을 접종했다. 부에노 교수는 칠레의 시노백 임상시험 책임자이기도 하다.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 칠레의 백신 접종자 93%가 시노백의 백신을 맞았다. © AFP=뉴스1 자료 사진

◇"시노백은 1회 접종으로는 효과 미미": 시노백 백신의 예방 효과는 초기 브라질 임상 결과 50.4%였지만, 이후 인도네시아와 터키에서는 65~83% 수준의 더 높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주 칠레대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노백은 1회 접종 때와 2회 접종 후의 예방효과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회까지 접종을 완료했을 땐 56.5%의 예방효과를 보였지만, 1회만 접종한 경우 3%에 불과했던 것이다.

엔니오 비발디 칠레대 총장은 이 같은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면서 "시노백은 한 번만 맞아선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시노백의 1회 접종 시 미미한 예방효과가 최근 칠레 확진자 급증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칠레는 전체 1900여만 인구 중 740만 명 이상이 적어도 1회 백신을 맞았지만, 2회까지 접종을 완료한 사람 수는 430만 명 정도에 그친다.

부에노 교수는 "백신을 한 번 맞는다고 예방 반응이 다 나오는 게 아니다"면서 "백신 접종 일정 전체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속한 2차 접종 '관건': 산티아고에서 이날 1회 접종을 받은 마리아 곤살레스는 BBC에 "백신이 효과를 나타내기 전에 2회분까지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며 "(백신을 맞은 뒤에도) 여전히 조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다른 방역 조치들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섣불리 방역수준을 완화한 정부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칠레 콘셉시온 한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서 2021년 4월 12일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받는 모습. 칠레의 중환자실 점유율은 97%로 병상 포화 상태다. © AFP=뉴스1

높은 접종률에도 감염률이 오히려 늘자 칠레인들 사이에서 시노백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산티아고 내 몇 안 되는 화이자 백신 센터를 일부러 찾아온 곤살로 시르는 "화이자가 더 효과적인 것 같아 이걸 맞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에노 교수는 "시노백 임상 결과 (2회까지 접종을 마친 경우) 감염자 약 50%가 경미한 증상 혹은 무증상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중환자실에 갈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시노백은 사망과 중증 예방뿐만 아니라 브라질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부에노 교수는 특히 백신을 맞아도 감염된다는 생각에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백신을 맞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고, 어떤 백신이든 모두가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칠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10만1698명, 누적 사망자 수는 2만4766명이다. 전일 신규 확진자는 7431명, 신규 사망자는 218명이었다.

한편 칠레 보건부는 이날 시노백 접종자 1050만 명을 분석한 결과 2회 접종 14일 후 유증상 감염 예방효과는 67%, 입원 및 중환자실 치료 예방효과는 95~89%, 사망 예방효과는 80%였다고 발표했다. 다만 1회만 접종했을 경우의 예방효과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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