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일곱 가정이 의기투합, 산골에 일곱채의 집을 짓다

이지선 기자 2021. 4.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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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위해 전북 진안 정착한 귀농 8년차 임진이씨
"살면 살수록 정도 새록..자연 벗삼아 크는 아이들 보며 만족"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전북 진안군 부귀면 소태정휴게소에 위치한 카페 비꽃. 귀촌 8년차인 두 여성이 지난 여름 개업해 운영하고 있다./© 뉴스1

(진안=뉴스1) 이지선 기자 = 전북 전주시에서 동쪽으로 쭉 뻗은 26번 국도 '전진로(전주-진안)'를 따라가다보면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을 잇는 소태정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의 가파른 경사를 지나 진안의 경계로 진입하면 도로 오른쪽에 작지만 눈에 띄는 하얀 단층 건물이 보인다.

귀촌 8년차 임진이씨가 지난해 7월 개업한 카페 '비꽃'이다. 임씨는 '한동네 언니' 최선희씨와 함께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건물은 얼마전까지만해도 10년 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곳이다. 빛바래고 벗겨진 페인트와 깨진 유리창, 때묻은 벽면. 여느 시골 마을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여기에 마법처럼 생기를 불어넣었다. 건물 전체에 하얀 페인트를 칠하고 소녀감성을 풍기는 그림을 직접 그려넣었다. 영어로 'Bikkot'(비꽃)이라는 간판을 달자 도심에서도 충분히 눈길을 끌만한 산뜻한 카페로 탈바꿈했다.

도시생활을 하던 임진이씨가 2014년 진안으로의 귀촌을 결정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당시 1기 혁신학교로 지정된 부귀면 장승초등학교에서 교육을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짐을 쌌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품은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는 마음도 있었다. 뜻이 맞는 일곱 가정이 힘을 합쳐 부귀면에 대지를 구입하고 동시에 일곱개의 전원 주택을 지어 올렸다. 녹록하지만은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그렇게 한 마을을 이룬 일곱 가정은 서로 친구이자 가족처럼 함께 지낸다. 최씨 역시 임씨의 두집 건너 사는 이웃이다. 두 사람의 자녀가 한 학년에 다니면서 인연이 깊어진 이들은 비슷한 가치관을 통해 금세 자매처럼 친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됐다.

전북 진안군 부귀면 카페 비꽃 사장 임진이씨./© 뉴스1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결국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이들은 말했다.

임씨는 "도시에 있는 학교를 보내는 것과 비교하면 해외 연수나 예체능 교육 등 혜택이 정말 많다"며 "학교 방과후가 잘 돼 있다보니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바로 옆에 냇가가 흐르는데 아이들이 더울 땐 쉬는시간에 물놀이도 하고 방과후에는 산을 놀이터삼아 즐겁게 자란다"고 덧붙였다.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은 카페 곳곳에서도 드러난다. 건물 옥상에는 대표적인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설비가 설치돼 있다. 탄소배출을 조금이나마 줄이겠다는 의지다.

또 카페 비꽃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가져오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부득이하게 써야한다면 생분해되는 친환경 테이크아웃컵을 사용한다.

일반용기의 두 배 가격임에도 쓰레기 문제를 두손 놓고 바라볼 수 만은 없기에 환경에 대한 '투자' 명목으로 기꺼이 내린 고집스런 결정이다. 이후 인근 카페들에도 친환경컵 사용 바람이 불었다.

소태정고개 국도는 하루에 두 번 붐빈다. 출·퇴근 시간이다. 진안과 무주, 장수에 근무하는 다양한 직종의 공무원들이 이곳을 지난다. 카페 비꽃은 전주에서 이들이 출근하는 시간을 고려해 오전 7시 문을 활짝 연다.

아직 개업한 지 몇 달 되진 않았지만 아침 식사가 되는 샌드위치, 향긋한 커피가 제법 입소문을 탔다. 낮에는 토박이 동네 사람들도 이곳을 찾아 여유를 즐긴다. 커다란 창밖으로 보이는 부귀면의 풍광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카페비꽃 사장 최선희씨/© 뉴스1

이들은 앞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이 조금 더 생동감있는 모습이기를 꿈꾸고 있다.

임씨는 "현재 진안군 인구가 2만5000여명인데 새로운 인구 유입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살아보니 아이들 키우는 집엔 특히나 장점이 많은 곳인데 새로운 분들이 많이 들어오셔서 변화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진안이 남한의 유일한 고원이다 보니 한여름에도 서늘하고 공기도 굉장히 맑다"며 "위에서 도시 쪽에 짙은 회색 안개를 내려다보면 시골살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슬쩍 매력을 자랑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임씨는 "다양한 이유로 귀촌을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아낌없이 공개해드리고 싶다"며 "얼마든지 도와드리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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