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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강남의 오세훈 '몰표', 부동산 '계급 투표'인가

손원제 입력 2021. 04. 17. 09:06 수정 2021. 04. 1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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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4·7 재보선 지역별·계층별 '부동산 민심' 분석
[논썰] 강남의 오세훈 몰표, 부동산 ‘계급 투표’인가 한겨레TV

보수야당의 압승,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4·7 재보궐선거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 판도를 가장 크게 좌우한 부동산 정책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뜨겁습니다. 국민의힘에선 4·7 재보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분출했다는 점을 들어 부동산 정책 기조를 확 바꾸라고 공세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내리고 각종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대거 풀라는 겁니다.

반면, 여권 내부에선 서로 조금씩 다른 목소리가 섞여 나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재보선 다음날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해결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유세 강화와 공공 주도 공급 등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LH 투기 사태로 중요성이 커진 부동산 부패 근절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여당 일부에서는 보유세나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어느 정도 손봐야 한다는 ‘정책 조정론’도 제기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저는 어떤 쪽이다 말하기 전에 먼저 이번 재보선에서 표출된 ‘부동산 민심’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민심의 큰 흐름은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심판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다양한 층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보선 중 서울시장 보선 결과는 특히 눈길을 끕니다. 부산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3석밖에 못 얻은 민주당 약세 지역인 반면, 서울은 민주당이 전체 49석 중 41석을 싹쓸이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57.50%, 박영선 민주당 후보 39.18% 득표로 전세가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또 3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1위를 했지만, 이번엔 오세훈 후보가 서울 전역을 석권했습니다.

‘17 대 1’, 뚝방전설의 부활인가

그러나 오 후보가 석권한 25개 자치구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보면 뚜렷한 득표율 차이가 드러납니다. 먼저, 이른바 ‘강남 3구’라고 하죠, 강남권 3개구는 오세훈 후보에게 그야말로 압도적인 몰표를 몰아줬습니다. 강남구 73.5%, 서초구 71%, 송파구 63.9%가 오 후보를 찍었는데요. 25개 자치구 중 오 후보 득표율 1~3위를 기록한 겁니다. 오 후보의 서울 전체 득표율 57.5%보다 훨씬 높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대단지 초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곳이죠. 강남구 압구정동에선 오 후보가 무려 88%를 득표했습니다. ‘구현대 아파트’ 재건축 이슈가 걸려 있는 압구정동 제1투표소로 좁혀 볼까요. 투표수 1815명 중 1700명, 93.7%가 오 후보를 찍었습니다. 이 투표소에서 박영선 후보는 단 100표만 받았습니다. 정확하게 17 대 1입니다.

이들 지역에서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압도적인 몰표가 오세훈 후보에게 쏟아진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오 후보의 공약에 대한 기대가 투표용지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투표하는 전형적인 ‘계급 투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 기회에 확실히 꺾어놓아야 한다는 적극적 의지를 투표로 표출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강남권의 ‘계급 투표’ 성향은 이번에 처음 나타난 건 아닙니다. 11년 전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미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데요. 개표 당시 한 후보는 20%포인트 안팎의 열세로 나타났던 여론조사 결과를 비웃으며 2% 넘게 오 후보를 앞서나갔습니다. 그러나, 새벽 3시께부터 강남 3구에서 오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지면서 새벽 4시께는 판이 뒤집힙니다. 결국 오 후보가 0.6%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합니다. 지난 4·15 총선 때도 서울의 거의 모든 지역이 민주당 색깔로 덮인 와중에도 강남 3구에선 송파병 한 곳을 제외한 8개 지역구가 보수야당을 택했습니다.

물론 부유층이 몰린 지역에서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은 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후 강남권의 계급 투표에선 이런 일반성을 넘어서는 특징적인 측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이전까지는 강남 부유층이 출신 지역이나 이념에 따라 보수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노무현 정부 이후로는 특히 종부세와 재건축·재개발 등 부동산 정책의 유불리가 투표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강남권 고가 주택 소유자들은 정권과 정책에 따라 엄청난 자산 이익이 왔다갔다한 경험을 한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가 도입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세대별 합산 위헌 결정과 과세표준 인하 등을 거치며 실제 내야 하는 세금이 집값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줄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유명무실해진 종부세가 문재인 정부에서 세율이 일부 높아지고 공시가격이 올라가면서 고가 주택 소유자들에겐 다시 현실적인 문제로 닥쳤습니다.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집부자들이 이에 대한 불만을 이번 선거에서 ‘계급 투표’로 표출한 것이라고 봅니다.

‘부동산 계급 투표’가 강남 3구를 넘어 종부세 대상 가구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강남 3구에 이어 오세훈 후보 득표율 4~5위를 용산구와 성동구가 기록한 것도 이들 지역에서도 종부세 대상 가구가 늘어난 것과 연관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종부세 대상 가구 16%…그러나 절반 이상이 무주택

그러나 이들 지역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넓힌다고 해도 종부세 대상 가구는 올해 1월 기준 41만3천가구입니다. 서울 전체 가구의 16%입니다. 적다고 할 수 없고 지난해 28만842가구보다 47%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계급 투표’를 전체 부동산 민심으로 등치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여전히 서울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무주택 세입자 가구입니다. 2019년 기준 51.4%로 절반이 넘습니다. 물론 무주택 세입자 가구들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투표로 표출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강남권 고가 주택 소유자들과는 다르다고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무주택자들이 보유세를 낮추고 재건축 규제를 풀어줄 것을 바라며 투표소에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보다는 집값 폭등으로 내집 마련 꿈이 멀어진 데 대한 실망과 불만, 여기에 임대차보호법 국회 통과 직전 전셋값을 선제 인상한 집권세력의 표리부동한 위선적 행태에 대한 분노를 담아 ‘응징 투표’에 나섰거나 여권 지지층의 경우는 아예 투표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 사이에 서울 가구의 33% 정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비고가 주택 소유 가구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도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로 재산세 부담이 수십만원까지 올랐을 겁니다. 불만이 없을 수 없습니다. 강남권과 집값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데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깔려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부동산 민심을 강남권 고가 주택 소유자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요약하자면, 부동산 민심은 결코 하나의 결이 아닙니다. 다층적입니다. 그런데도 재보선 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에선 보유세 인하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부동산 민심의 전부인 양 그런 쪽으로 정책을 확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집부자 민심’ 아닌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실현을

집부자들의 ‘계급 투표’도 민심의 표출인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일부일 뿐이죠. 더 큰 민심을 읽고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 다수와 공공의 이익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는 게 정치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서로 앞다퉈 ‘부동산 민심’을 거론하고 있는 여야 모두 되새겨보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이후 정책적 대안도 전체 민의를 포괄하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강남권 계급 투표가 가리키는 대로 보유세를 내리고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갔다가는 더 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2·4 대책’ 이후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고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약화되는 등 집값 불안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습니다.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인 2·4 대책으로 이른바 ‘공포 매수’가 줄어든 효과로 분석됩니다. 그러다 오 시장 당선 전후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집값이 불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 시장의 공약이 가까스로 진정세를 찾아가던 부동산 시장에 다시 기름을 끼얹은 셈입니다.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동산을 둘러싸고 정치세력에 따라 대변하는 이해관계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야를 떠나 ‘집값 안정’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정부 여당은 보유세 등에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신속한 공급 확대를 통해 무주택자 등 다수 주거 약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부동산 민심’에 대한 부응이라는 걸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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