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민일보

안락사 D-1, 어미 들개에게 찾아온 기적 [개st하우스]

이성훈,김채연 입력 2021. 04. 17. 09:07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안락사 직전 구조된 호두와 5남매 이야기
들개 사회화 논란..동물유기부터 해결해야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재개발지역에는 주민들이 떠나면서 버린 가엾은 유기견들이 있습니다. 배고픈 유기견들이 하나둘 모여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들개 무리가 된답니다.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신고를 하면 포상금을 노린 민간 포획업자들이 나타납니다. 그들에게 잡혀 ‘마리당 50만원’에 팔리는 운명. 한때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들개들은 그렇게 안락사를 당하지요.

그런 안타까운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돼 무사히 새끼를 낳은 2살 어미개가 있는데요. 하얀 털이 우아한 오늘의 주인공, 어미개 호두와 다섯 남매를 소개합니다.

버림받은 유기견들, 하나둘 모여 들개가 됐다

떠돌이 시절의 호두가 포획된 곳은 들개 문제로 떠들썩한 인천입니다. 인천은 2019년부터 대대적인 들개 포획이 진행 중이죠. 재개발지역 중심으로 버려진 개들이 적게는 3, 4마리에서 많게는 10마리씩 몰려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있답니다.
인천의 들개 포획작업 현장. 사냥용 엽총과 포획틀이 눈에 띈다. 마리당 50만원씩 보상하는 방식으로 총 5300여만원이 투입된 해당 사업을 두고 근본적인 유기견 문제 해법부터 마련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천시 제공


호두는 지난해 11월 인천 서구를 떠돌던 들개 4인방 중 한 마리였어요. 8㎏의 작은 체구에 귀밑머리가 우아한 호두는 하얀 여우를 닮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무척 심했답니다. 동물구조단체 행유세(행복한유기견세상) 활동가 윤성희(32)씨는 “시보호소 측은 ‘얘는 너무 사납다’ ‘구조를 포기하기를 권한다’며 사실상 포기했던 들개”라고 소개했지요.

호두와 함께 무리지어 다니던 4마리의 유기견들. 금세 사회성을 회복한 윗줄 2마리는 입양갔다. 오른쪽 하단의 검은 개는 결국 안락사 조치됐다. 포인핸드


이대로 두면 호두는 안락사를 당할 운명이었죠. 하지만 윤씨는 “네가 물면 나는 아프겠지. 하지만 네가 죽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는 심정으로 호두를 품에 안았습니다. 야성이 강한 유기견 여럿을 사회화한 경험이 있었던 그는 모두가 포기한 호두를 돌볼 자신이 있었거든요. 윤씨의 도움으로 안락사 1순위였던 호두는 지난해 12월 6일 행유세에 구조돼 안락사 걱정 없는 쉼터로 이동했어요.

"간석동 개통령이랍니다" 구조된 유기견들의 사회화를 돕는 행유세 활동가 윤성희(32)씨. 윤씨의 노력으로 들개가 된 유기견 상당수는 사회성을 되찾았다.


호두의 경계심은 갈수록 심해졌어요. 사람을 물지는 않았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둑한 곳으로 자꾸만 숨어들었답니다. 호두를 돌봤던 봉사자 이슬(32)씨는 “호두는 벽만 바라보고 있어 안타까웠지만 무리해서 사회화하면 안 되기에 다들 조심스럽게 대했다”고 설명했어요.

호두가 그처럼 사나웠던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한 보호소 직원들은 전날 밤과는 완전히 달라진 호두를 만나게 됩니다. 알고 보니 호두는 임신을 한 상태였고, 배 속의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이었던 것이죠. 쉼터에 도착한 지 2주 뒤, 호두는 모든 직원이 퇴근한 새벽에 자신을 쏙 닮은 5남매를 출산합니다. 출산 직후 빠르게 상냥해진 호두를 보며 보호소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요.

새끼를 낳고 경계심이 누그러진 호두 모습. 제보자 제공


"제 사나움에는 이유가 있었답니다." 제보자 제공
들개에서 반려견으로…5남매 낳고 순해진 호두

꼬물거리는 다섯 남매를 보며 흐뭇해하는 봉사자들과는 달리, 보호소 직원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어요. 형편이 넉넉지 않은 보호소 처지에 늘어난 식구를 감당해야 하니까요. 직원들은 급히 5평 작은 방에 푹신한 이불을 깔고, 호두와 다섯 남매의 육아방을 만들었답니다.
"저희를 보고 귀엽다고 느꼈다면 당신은 봉사자이군요. 어떻게 돌봄과 입양을 감당할 지 걱정했다면 보호소 직원이랍니다." 제보자 제공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호두 가족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석 달간 뒷바라지를 맡은 활동가 윤씨의 설명을 들어봤어요.

“(호두가) 처음에는 벽에 붙어서 벌벌 떨면서 경계심이 완전히 최고조였어요.”
“이제는 얼굴을 알아보고, 냄새를 맡고, 쓰다듬으면 좋아하는 정도까지 좋아졌어요. 들개였던 과거와 비교해보면 정말 마음을 열어주는 게 보여서 직원들도 무척 뿌듯해하고 있죠.”

"우리 호두, 얼굴 피었네~" 출산한 뒤 빠르게 사회성을 회복하는 호두의 모습. 제보자 제공


들개의 포획과 사회화 문제는 아직도 논란의 주제입니다. 들개를 야생동물로 생각하는 시민들은 ‘왜 야생동물을 억지로 포획하느냐’ 혹은 ‘성격도 사나운데 안락사하지 왜 굳이 사회화를 시도하느냐’며 반발하지요.

그런데 곱씹어야 할 지점이 있답니다. 타고난 들개는 없다는 사실이에요. 들개 문제를 담당한 익명의 공무원은 “들개들도 원래는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다. 버림받고 헤매면서 야성을 기른 경우”라며 “포획, 사살보다는 동물유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쉼터의 대표 미모견, 호두와 5남매 가족을 기다립니다

지난 14일, 국민일보는 인천 간석동의 유기견 쉼터에서 호두와 5남매를 만났습니다. 생후 3개월된 강아지들은 따뜻한 혓바닥으로 날름날름 취재진을 환영해줬어요. 귀여운 외모에 사람을 반기는 성격 덕분에 5남매 중 3마리는 벌써 입양을 떠났답니다.
"어미개를 쏙 닮았죠?" 호두가 낳은 첫째(암컷)과 둘째(수컷). 다 커도 10kg을 넘지 않는 중소형견이 될 예정이다.


어미개 호두의 사회화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에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보호소 직원의 따뜻한 돌봄이 있기에 머지않아 사랑스러운 반려견으로 거듭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호두 역시 입양 가족을 찾을 계획입니다.

인간을 향한 공격성이 많이 누그러든 호두 모습. 번쩍 들거나 품에 안는 행동에는 공격성이 남아 있어, 사회화 진행 중이다.


한 마리의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2마리를 살리는 일이라고들 합니다. 안락사의 위기에서 한 생명을 구하고, 입양 간 동물의 빈자리에는 또 다른 유기동물 1마리가 구조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호두의 남은 두 남매에게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의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안락사 D-1 구조된 어미개, 호두가 품은 5남매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첫째: 3개월 / 암컷 / 사람 좋아하고 애교 많은 성격 / 예방접종 5차 완료
막내: 3개월 / 수컷 / 차분한 성격, 사람과 어울림 / 예방접종 5차 완료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의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naver.me/5eGYOeWA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김채연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