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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아이 표정이..그걸 왜 찍었을까" 정인이 학대증거에 재판 방청객 분노

정은나리 입력 2021. 04. 17. 13:31 수정 2021. 04. 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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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양부모 결심공판서 학대정황 담긴 CCTV·메시지 공개
방청객 김씨 "몸 곳곳 학대·고문 흔적 선명한데 변명..참기 어려웠다"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이’의 양부모의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이 양부모의 학대를 받다 숨진 사건 관련 결심공판을 지켜본 방청객이 “정인이 부검 사진을 봤는데 머리부터 몸 구석구석 학대 고문 증거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며 “그 앞에서도 양부모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놔 참기 어려웠다”고 방청 후기를 전했다.

결심공판을 방청한 김모씨는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특히 양부가 자기는 학대 사실을 진짜 몰랐다고 계속 부인하는 행태에 너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소리 지르고 욕하고 싶었다. 검사님이 사형 구형하실 걸 믿었고, 그걸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에 참았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이어 김씨는 “최후진술 때 양부모 변호사가 하시는 말씀이 ‘세상이 장씨를 악마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자기가 보는 장씨는 결코 악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 심리로 지난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양모 장모(35)씨에게 사형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장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모(37)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 구형했다. 

특히 검찰은 그동안 공개됐던 학대 정황 외에도 부부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안씨가 장씨의 학대 사실을 인지했고, 이를 방관했다고 판단해 안씨에게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형량을 구형했다.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 모인 시민들이 양모 장모씨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버스가 도착하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김씨는 “(재판에서) 많은 증거가 공개됐는데 특히 영상 증거를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정인이 목을 잡고 짐처럼 들어 올려서 엘리베이터 안전 손잡이에 올려놓고 자기(장씨)는 거울을 보면서 머리 손질하고, 문이 열리니까 그냥 짐 들듯이 손목 낚아채 나갔다. 아기 다리가 땀 때문에 미끄러져 계속 넘어지는데도 다리가 찢어진 채로 그걸 지켜보면서 영상을 찍었다”고 전했다. 또 김씨는 “사망 당일 잠에서 막 깬 아이가 걸어 나오는데 계속 이리 오라고 소리 질러서 애가 겁먹은 영상, 아이한테 강제로 손뼉 치게 해서 우는데도 계속 박수를 멈추지 않게 하는 영상도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런 영상을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며 “부모라면 아이의 예쁜 모습을 찍을 텐데 왜 그런 가학적인 영상을 찍었는지”라며 영상을 찍은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아기가 정말 표정이, 그건 정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양부모가 나눈 (카카오톡)대화를 보면 절대 정인이를 사랑하고 아꼈다는 자신들 말처럼 그런 부모가 절대 아니다”라며 “오히려 양부가 양모의 학대를 부추기는 듯한 내용도 있었고, ‘한 달 동안 굶겨라’ ‘하루 종일 굶겨라’ 하거나 양모가 욕하면서 힘들어하니까 ‘아이를 두고 잠깐 나갔다 와라’ 그런 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량에 아이를 혼자 두고 가서 학대 신고를 받자 블랙박스가 증거로 남았는지 서로 대화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그런 내용도 있었다”며 “이건 공범이지, 자기(양부)가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건 절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 정인양의 생전 사진들이 걸려 있다. 뉴스1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장씨가 목이나 한쪽 손목만 잡아서 정인양을 들어 올리고, 엘리베이터 안 좁은 손잡이에 정인양을 앉혀둔 채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등을 장씨의 학대 증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검찰은 부부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양부 안씨는 장씨의 학대행위를 방관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듯한 정황도 보인다. 입양 직후인 지난해 2월 장씨가 ‘얘(정인양)는 기침도 장난 같아. 그냥 두려고’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안씨는 ‘약 안 먹고 키우면 좋지’라고 맞장구쳤다. 같은 해 3월에는 장씨가 ‘오늘 온종일 신경질. 사과 하나 줬어. 대신 오늘 폭력은 안 썼다’고 하자 안씨는 ‘아침부터 그러더니 짜증이 갈수록 느는 것 같아’라고 폭행을 방관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화가 오갔다.

장씨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안아주면 안 운다’고 보내자 안씨는 ‘귀찮은 X’이라고 정인양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해 9월에는 ‘애가 미쳤나 봄. 지금도 (밥을) 안 처먹네’라고 하자 안씨는 ‘종일 온전히 굶겨 봐요’라고 학대를 부추기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또 정인양 2차 학대 신고 당시 경찰에 가짜 진술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부부의 대화 중에는 장씨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잘려서 다행이다. 경찰에 10분 정도 (아이를) 차에 뒀다고 말했는데 사실 더 둔 것 같다”며 “블랙박스가 언제까지 저장되는지, 영상이 남아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하는 내용도 있었다.

한편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4일 오후 열린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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