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합금지? 집으로 부르면 되지"..'방문 유흥업소'까지 등장

김도엽 기자 2021. 4. 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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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 5년차 실장 "과태료 넘는 수익..계속 몰영 이득"
"허점, 알 사람 다 알아..민생·방역 모두 챙길 수 없어"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유흥시설에서 직원이 업소 정리를 하고 있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이날부터 수도권, 부산 등 거리두기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은 집합이 금지된다. 해당 시설은 유흥주점업(룸살롱, 클럽, 나이트 등), 단란주점, 헌팅포차·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 포함), 홀덤펍 등이다. 2021.4.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레지던스, 파티룸, 모텔? 집합금지 이후 대세는 '사초·집초'다."

서울의 한 유흥업소 5년차 영업실장 A씨의 말이다. '사초'와 '집초'는 각각 '사진 초이스', '집 초이스'를 뜻하는 유흥업계 은어다.

그는 최근 수도권·부산지역 유흥업소 집합금지 조치로 단속을 피한 몰래영업을 넘어 종업원이 고객의 집으로 방문해 영업을 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유흥업소는 종업원들의 사진을 보내고 고객이 초이스(선택) 된 종업원이 집으로 방문하는 방식이다.

유흥업소 종업원들은 집합금지가 몰래영업을 더 부추겨 확진자를 더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솜방망이 과태료에 2차례 이상 적발되면 처벌이 더이상 가중되지 않아 몰래영업을 조장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집합금지 이후 서울의 유흥시설 방역수칙 위반 건수는 증가 추세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유흥시설 방역수칙 위반 건수는 방역수칙 강화 전 일주일간 30여 건에서 시행 후 150여 건으로 4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영업정지로 음지가 더 확대됐다는 게 뉴스1이 만난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였다. 이들은 단속에 걸려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과태료를 문제로 꼽았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위반 시 집합금지 등 행정 명령과 1차 150만원, 2차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데 이미 2번을 걸린 업소 입장에서는 3번 걸려도, 4번 걸려도 300만원만 내면 되니 여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지난 1년4개월 동안 8개월이 집합금지 상태였던 유흥업소 입장에선 2주 집합금지 조치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A씨는 "몰래영업을 악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너무 오래 영업이 정지됐다"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야 하는 사람들이 다수고, 실제로 문을 열어도 단속이 잘 안 이뤄진다. 단속에 걸리고 나서도 불이익이 크지 않고, 이득이 더 크니 계속 여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인근 가게들도 따라 여는 식이다"고 전했다.

방역수칙 위반 이용자에 대한 과태료도 10만원 이하로 미미하다. 10만원을 내고서라도 놀러 오는 손님들의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유흥업 종사자들은 '손님'과 '종업원'을 구분하기 힘든 허점을 노려, 단속되도 손님으로 위장해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목으로 과태료 10만원 이하만 내고 만다고 했다.

특히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식품위생법상 '보건증'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는데 일명 '선수'들은 이직이 잦고, 하루 벌고 그만두거나 다른 업소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건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소에서 '종사자 명부'도 정확히 작성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확진자가 나와도 추적이 힘든 이유다.

1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유흥업소 입구에 구청직원이 집합금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이날부터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수도권과 부산 지역 유흥시설의 영업이 금지된다. 2021.4.1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업계 내에서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몰래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서울의 또 다른 유흥업소 영업실장 B씨는 "닫을 거면 다 닫아야 하는데, 확진자가 나오면 항상 첫 타깃이 유흥업소다 보니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이라며 "음식점을 포함해 모든 가게를 다 셧다운해서 짧고 굵게 했으면 이런 불만도 안 나온다"라고 했다.

A씨도 "민생과 방역을 모두 챙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지 않나"라며 "이미 집합금지의 허점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주변 60~70%는 몰래영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몰래영업을 할 엄두가 안 나게끔 방역수칙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방역수칙을 잘 지켜온 업소에 한해 '시범운영 업소'를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방역당국으로부터 상시 점검받고, 폐쇄회로(CC)TV 2주 보관 의무화, 종사자 명부 제출, 간편전화 체크인 의무 사용, 확진자가 나오면 배상을 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재난지원금은 바라지도 않는다. 버팀목자금으로 대출을 해주든 그게 힘들다면 단기 일자리라도 제공해야 몰래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깰 수 있다"라며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몰래영업 가이드'를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했다.

이 같은 대안에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흥업소의) 자율적인 대책은 완전한 통제에 비해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하다"며 "유흥업소가 확진의 통로가 되는 경우가 많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반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유를 주는 대신 과태료와 집합금지 기간을 더 강화 처벌할 필요가 있다. 현행 300만원이 아닌 위반 횟수에 따라 곱절로 처벌해야 한다. 적발시 집합금지 기간도 6개월 등으로 늘릴 필요도 있다"라고 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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