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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특사까지 '오염수 방류' 日 감싸기..美 의도는?

김경진 입력 2021. 04. 18. 16:31 수정 2021. 04. 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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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만나 기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에도 잠시 들른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

어제(17일) 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만찬을 함께 했고, 오늘(18일)은 오전에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기자들은 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의했습니다.

존 케리 특사가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환경' 문제를 담당하는 사실상 총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존 케리 특사는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믿는다고 여러 차례 말하며, 미국은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환경 문제나 기후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 유독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선 적극적이고 즉각적으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어제 저녁 만찬을 함께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와 정의용 외교부 장관


■ 정의용 우려 표명에도 "오염수 문제 개입은 부적절"

존 케리 특사는 어제 저녁 한국에 도착한 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찬을 함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의용 장관은 방류 결정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이 관심을 가지고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케리 특사는 바로 다음 날인 오늘(18일), 기자들에게 미국의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한국이 요청한 정보를 받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진행 중이고 매우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케리 특사는 "핵심은 IAEA가 방류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일본의 계속된 협조"라며 "일본이 IAEA와 매우 긴밀히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IAEA 검증에 일본이 충실하게 협조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현지시간 22~23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최하는 기후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13일 트위터

■ 미국·IAEA 잇따라 지지 입장 표명

일본 오염수 방류 입장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건 존 케리 특사뿐이 아닙니다.

미국 국무부도 일본의 방류 결정 공식 발표 직후 신속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일본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 관련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며 고마움까지 표시했습니다. 국무부와 국무부 장관 모두 오염수(contaminated water) 대신 처리수(treated water)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일본이 쓰는 용어를 그대로 갖다 쓴 겁니다.

IAEA는 처음부터 일본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지지 입장을 보냈습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현지시간 13일, 일본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IAEA는 이 계획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추적 관찰하고 확인할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IAEA 사무총장 역시 미국 국무부와 마찬가지로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IAEA는 원자력 발전을 권장하는 입장인 데다, IAEA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 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국의 일본 편들기는 정치적 거래"

IAEA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미국의 지지 표명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미국 민주당 정권이 환경 문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거나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예상보다 지지가 훨씬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통령이 국제사법기구 제소 검토까지 지시한 상황인데, 미국의 입장은 명확히 일본 쪽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지지 표명 뒤엔 '미·중 갈등'이란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공조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외교적 차원 협력을 확대했다는 겁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3일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대한 미국의 방치는 일본의 전략적 지원을 대가로 한 정치적 거래"라고 보도했습니다.

오염수 방류 결정 직후인 현지시간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외국 정상으로선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미·일 공동성명에서 52년 만에 대만 문제를 명시했습니다.

■ 오염수 문제로 한중 VS 미·일 구도 형성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집결해 일본을 압박하려고 하지만, 미국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면, 압박이 쉽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오염수 문제에 반발하는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과 미국이 맞서는 형국이 만들어지면서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정부가 국민 안전과 연관된 오염수 문제에 대해선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문제에 대한 우려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현재 기조를 보면 한국에 유리한 답변을 받아내긴 어려워 보입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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