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한국 명품 사랑.. 독일 앞질러 세계 7위 시장

문수정 2021. 4. 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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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매출 19% 감소 속 호실적
독일 밀어내고 세계 7위로 껑충
'소비 주역' MZ세대가 매출 견인
시민들이 대구 신세계백화점 샤넬 매장 오픈을 하루 앞둔 지난달 11일 오후 백화점 명품관 입구에서 줄을 서서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샤넬 매장 앞에 이른 아침부터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1년에 두세 차례 가격을 올려도 명품 소비자들의 지갑은 닫히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세계 명품 매출이 19% 감소했으나, 우리나라는 독일을 밀어내고 명품 시장규모 세계 7위에 올라섰다. 처음으로 국내 매출 실적을 공개한 샤넬, 에르메스 등 10대 명품 브랜드 매출만 4조원에 이르렀다.

1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 달러(14조9960억원·작년 평균환율 기준)로 2019년(125억1730만 달러·15조120억원)과 비슷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2869억 달러)가 2019년(3544억 달러)보다 19%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0.1%의 매출 감소는 호실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약 15조원대 명품 시장을 이끄는 주요 브랜드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구찌, 크리스찬 디올, 프라다, 롤렉스, 불가리, 보테가베네타, 몽클레르, 생로랑, 발렌시아가, 페라가모, 토즈 등이다.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구찌를 제외하고 나머지 10개 브랜드 매출을 합하면 4조원가량 된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실적은 한국인의 명품 사랑을 수치로 확인시켜줬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468억원으로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2019년(7846억원)보다 매출액은 33% 올랐고, 영업이익(1519억원)은 전년(548억원) 대비 무려 177%나 상승했다. 루이비통은 2010년 국내 매출이 4974억원이었는데 10년 만에 매출이 배 이상 뛰었다.


샤넬 매출은 9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491억으로 34% 증가했다. 1조원대 실적을 올리던 샤넬의 매출 감소는 매출이 81% 줄어든 면세사업부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마진이 많이 남는 국내사업부 매출이 26% 올랐고, 영업이익 증가로 반영됐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샤넬 전체 매출의 약 10%가 한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는 매출 4191억원, 영업이익 1334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 크리스찬 디올은 매출 3285억원(76% 상승) 영업이익 1047억원(137%), 프라다는 매출 2714억원(5%) 영업이익 174억원(45%)을 기록했다.

대부분 명품 브랜드는 2011년 이후 10년 동안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유한회사로 실적을 밝힐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자산과 매출이 500억원 이상이면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구찌는 구찌코리아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실적 공개를 피했다. 업계에서는 구찌 매출도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명품 시장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시장규모 1위 미국(652억3400만 달러·22.3% 감소)과 3위 일본, 4위 프랑스, 5위 영국, 6위 이탈리아는 모두 매출이 하락했다. 대부분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명품 브랜드 매출도 감소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명품 브랜드가 호황을 맞은 이유는 해외여행 수요가 명품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차단되자 여행 경비를 명품 구매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오픈런(개점 전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렸다가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샤넬 가방을 산 김모(38)씨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들어둔 1년 만기 적금을 탔는데 여행을 못 가니 다른 식으로 나 자신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며 “오픈런이 힘들 것 같지만 하다 보면 기분이 괜찮다. 코로나로 생긴 우울감이 해소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명품 구매에 적극적인 점도 명품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백화점마다 MZ세대를 겨냥한 20~30대 VIP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이들이 명품 소비의 ‘큰 손’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30대 구매 비중은 39.8%, 20대는 10.9%로 20~30대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롯데백화점의 20~30대 매출 비중은 4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명품 실적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는데, 현대백화점의 경우 20대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37.7% 증가했다.

MZ세대는 명품 구매를 취향과 합리적인 소비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리셀 문화가 익숙한 20~30대는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것을 합리적인 소비라고 판단한다. 중고로 파는 상황을 감안하면 무리해서 사치품을 사는 게 아니라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매하는 것으로 여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20~30대 소비자들은 명품을 사치품이 아닌 취향의 문제로 본다”며 “명품을 사용하다가 적절한 금액에 다시 팔면 실제 구매에 든 비용이 얼마 안 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앞으로 20~30대 명품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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