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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장 중 화이자 백신 맞았다

백상현 입력 2021. 04. 19. 11:09 수정 2021. 04. 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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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출장 기간 중 외국 국적도 코로나19 백신접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4일(현지시간)이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중보건국에 접속해 접종 가능한 지역을 검색했더니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순서대로 접종 가능지역이 나왔다. LA다운타운 랄프스 마트 내 약국으로 향했다.

미국 LA 다운타운 랄프스 마트 내 백신 접종 안내문구. 주민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마트 내 약국에서도 접종을 한다.

랄프스 마트는 계산대가 6개 정도 있는, 한국의 동네 마트와 비슷했다. 한쪽 구석에 갔더니 ‘Limited supply of Covid-19 Vaccine’ 문구와 함께 작은 글씨로 ‘예약자만 접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있었다.

유리 칸막이 너머 약사에게 당일 현장 접수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휴대전화로 수차례 예약하려 했지만, 전화로 예약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계속 통화 중이었다.

미국 LA 다운타운 랄프스 마트 내 약국에 설치된 무료백신 접종소. 지난 14일 주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약국 앞 의자에 앉아 접종을 기다리던 60대 남성이 접종실로 들어가며 “나도 전화 예약이 안 돼 한참 걸렸다”고 했다. 마트를 나서면서 백신접종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약국 겸 편의점 개념인 CVS처럼 주민들이 찾기 쉬운 편의시설로 접종 위치를 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15일 휴대전화로 코로나19 무료접종 신청 사이트인 ‘myturn.ca.gov’에 접속해 예약을 시도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중보건국은 ‘카운티 내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기에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카운티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데 시민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공지가 나왔다.

미국 LA 체육관에 설치된 무료접종소.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 건강상태 등을 기재하고 우편번호를 넣자 현 위치에서 가까운 거리순으로 접종 가능한 날짜와 무료접종 서비스가 가능한 위치가 떴다. 하지만 출장 기간을 초과해서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장소에서 16일 오전 화이자 접종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클릭 후 신청했다. ‘16일 오전 9시40분 예약이 확인됐다’는 이메일과 함께 큐알코드가 왔다. 주민등록번호와 거주지, 거주형태 등을 꼼꼼하게 묻는 한국 같으면 신청조차 불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종 당일 대기자가 많은 것을 대비해 1시간 일찍 숙소를 나섰다. 오전 9시 도착한 곳은 공원 내 실내 체육관이었다. 주변을 노란색 라인으로 쳐놓고 입구와 출구를 각각 하나로 통제했다. 규제지역으로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백신 사전 신청자들은 접종소 입구에서 이름과 생년월일, 큐알코드만 제시하면 된다.

입구에 파란색 텐트가 보였다. 열 체크를 한 뒤 접수대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휴대전화로 큐알코드를 보여줬다. 노트북으로 예약내역을 확인한 담당자는 기자의 미국 내 주소를 요구했고 숙소 주소를 제시했다.

실무자는 옆에 동행한 지인에게 “다른 주소를 확인할 방법이 없느냐. 당신의 주소를 달라”고 요청했고 지인은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했다. 실무자는 자신의 재량권을 활용해 외국인인 기자에게 접종을 허가해 줬다. 한국과 달리 백신 공급 여유분이 있는 상황에서 실무자에게 감염방지 재량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접종 부스는 실내 체육관에 설치돼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니 번호가 적힌 곳으로 가서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2인 1조가 돼 주사를 놔주고 있었다. 보건국 관계자가 생년월일과 이름을 확인한 후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설명한 뒤 주사를 놨다.

관계자는 백신카드를 제시하며 만약 접종 후 몸살이나 근육통, 두통이 생기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라고 했다. 2차 접종일은 다음달 7일로 잡아줬다.

무료접종 후 체육관 밖으로 나오니 의자 20여개가 놓여 있었다. 접종 후 15분간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신분 확인부터 접종까지 걸린 시간은 30분이 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중보건국이 제공하는 스티커.

미국은 확실히 한국보다 느슨한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강제로 설치해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지도 않는다.

현재 미국은 1억3000만여명이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으며, 조만간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다수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는 위중한 상황에서도 개인의 자유, 종교의 자유, 사생활을 최우선시했던 것은 자유쟁취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백신확보라는 자신감에서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제중심의 ‘K방역’은 뒤집어 말하면 정부의 뾰족한 해법이 없으니 국민이 더욱 희생해야 한다는 뜻 아니었을까. 로스앤젤레스=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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