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 지금 국민의힘 들어가 흙탕물서 놀면 백조가 오리 되는 것" [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박주연 선임기자 2021. 4.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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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힘 비대위장 김종인

[경향신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과 16일 이뤄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내가 제일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의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당의 앞날은 생각하지 않고 외부세력에만 의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합당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근본적인 변화를 해서 표를 준 의의를 확인케 해달라는 것이다. 당은 선거 승리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이 준 표를 내년 대선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를 준비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81)에게는 최근 ‘김종인 매직’이라는 찬사와 함께 ‘정당 소생술사’라는 새 별명이 생겼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 2016년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을 화려하게 소생시킨 데 이어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재건을 위해 투입된 지 10개월 만에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퇴임했음에도 김 전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권과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다. 2002년 노무현, 2007년엔 이명박 후보가 자문했고, 2012년 박근혜, 2017년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도움을 준 ‘킹 메이커’로 불리기 때문이다. 이번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을 잡고 내년 대선판을 뒤흔들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4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광화문 개인사무실에서 김 전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강력한 대권후보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지금 (정돈되지 않은) 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1월6일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찾아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하면 당신이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내 말대로 했다면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됐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정치사회구조는 커다란 변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윤, 만난 적도 대화한 적도 없어
연락 기다리냐고? 천만에 내가 왜
검찰관료로 소신 높이 평가할 뿐

- 민주당의 정권연장은 매우 힘들 것이라 했고, 국민의힘도 ‘아사리판’이라며 비판했어요. 내년 대선에서 3자 구도를 생각하는 건가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정치사회구조는 커다란 변형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어떻게 제대로 운영할 것인가가 다음 대통령의 가장 당면한 과제가 될 거예요. 그러니까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절호의 기회가 온 거지.”

- 그런 인물, 그런 세력이 등장하면 대통령이 되도록 도울 겁니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용의가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누군지 몰라요.”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닌가요. 윤 전 총장이 연락해오길 기다리고 계시나요.

“천만에. 내가 뭐가 답답해서 연락 오길 기다리겠어요?”

- 윤 전 총장에 대해 호평했잖습니까.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거나 “지금 시대정신인 공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면서요.

“나는 만나본 적도, 대화해본 적도 없어서 (윤 전 총장을) 잘 몰라요. 다만 지금은 그 사람이 검찰총장으로서 보여준 것만 갖고 판단하는 거지. 나는 대한민국에서 검찰관료가 그만큼 소신을 갖고 일한 사람을 여태껏 처음 봤어요. (윤 전 총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 경력을 쌓아왔고.”

- 정말 국민의힘에는 다시는 안 돌아갈 생각인가요.

“나는 한 번 결심하면 변경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 최근 신당 창당 의지를 표명한 금태섭 전 의원과 16일에 아침식사를 같이하셨는데, 신당과 윤 전 총장 관련 논의를 한 건 정말 아닙니까.

“나는 신당 창당 이런 거 안 해요. 내가 뭐하러 신당 창당을 해?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난 건 보궐선거 때 오세훈 후보를 도와준 게 고마워서 밥 한 번 사주겠다고 한 거지.”

-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으로 안 갈 것 같다”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고 다른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말씀하셨는데.

“윤 전 총장이 지금 정돈되지도 않은 곳에 불쑥 들어가려 하겠어요?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은 거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들이 여당이 잘못해서 반사이익으로 이번 보궐선거에서 얻은 표를 내년 대선에서도 어떻게 유지할지를 연구하지는 않고 당권경쟁이니 통합이니 하면서 자중지란 모습을 보인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내 입에서 합당 언급한 적 없어
국민이 바라는 것도 그거 아냐
승리 도취돼 붕 뜨면 희망 없다

- 이번 보궐선거에서 압승까지 안겨줘놓고 왜 그렇게 국민의힘을 호되게 몰아치십니까.

“(목소리를 높이며) 내가 나오자마자 당의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당권경쟁이니 뭐니, 통합이니 뭐니 하며 시끄럽게 딴짓만 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나오면서 쓴 퇴임사 있잖아요. 그걸 잘 읽어보라고. 이번 선거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에요. 승리에 도취돼 붕 뜨면 희망이 없는 거야.”

지난 8일 퇴임사에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아직도 부족한 점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강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세력에 의존하려 하거나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일부 당내 인사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아니어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대선을 치르려면 돈과 조직이 있어야 할 텐데요.

“특정 정당에 들어간다고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에요. 프랑스의 마크롱은 선거 한 번 치러본 적 없는 사람이에요.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하다 장관시켜주니까 1년 한 게 정치경력의 전부지. 이런 식으론 프랑스가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니까 집어치우고 나간 거예요. 그래서 올랑드가 마크롱을 배신자라고 했어요. 국민의 신망을 받은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서 기성 거대 양당(사회당, 공화당)이 붕괴됐잖아요.”

- 대선 치르려면 100억, 200억원이 든다던데요.

“우리나라는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을 국가가 대주는 데 염려할 게 뭐 있어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입당해 경선하면 당신이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말대로 했다면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됐다”고 했다. 연합뉴스
안철수에 ‘입당 땐 당선’ 확신 줘
내 말 따랐다면 그가 서울시장

-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은 왜 그렇게 반대하세요.

“합당하면 국회의원 세 사람 더 들어오는 것 외에 무슨 변화가 있겠어요? 예를 들어 작년 4·15 총선 때 보수대연합을 하면 과반수 이상 의석을 얻을 거라고 자신했더니, 결과가 뭐였어요? 참패였잖아요. 국민은 합당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이번에 승리를 안겨줬으니 국민의힘이 근본적인 변화를 해서 우리가 표를 준 의의를 확인케 하는 일을 해달라는 거지. 당은 선거 승리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이 준 표를 내년 대선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냐를 준비해야 할 것 아니요.”

- 그래도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합당을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나는 합당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안철수 대표가 일방적으로 한 말이고 누가 대꾸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무슨 통합, 통합….”

- 단일화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에게 입당하라고는 하셨잖아요.

“(들고 있던 찻잔을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아, 내가 개별적으로 입당하면 받아준다고 했지! (안 대표가) 1월6일에 내 사무실에 찾아왔을 때 내가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단일후보가 되라고 했어요. 그런데 (안 대표가) 2번(국민의힘)으로는 죽어도 (선거) 안 된다고 해.”

- 당시 안 대표가 입당했다면 당내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를 이겼을까요.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됐지. 지금 속으로 후회가 막심할 거요, 허허허…. 내가 처음부터 그 사람을 거부한 게 아니에요. 아, 내가 그날 그랬어요.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하면 당신이 단일후보가 될 거라고. 그때 들어왔으면 경선에서 됐지. 우리 당 중진의원들이 다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그런데 (안 대표가) 2번 당은 죽어도 안 되니까 안 온다는 거야. 그럼 방법이 없지. 그렇게 해서 결과가 이렇게 된 거예요.”

- 입당하면 단일후보가 될 거란 말씀까지 해주신 거군요.

“그랬지. 내가 둘 중 하나를 결정하라고 했어요. 들어오든지,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든지. 그런데 (안 대표가) 밖에 나가서 자꾸 이러고저러고 이야기를 하니까 내가 말을 안 할 수가 없어. 나는 당 대표로서 국민의힘 후보를 꼭 당선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에요. 아무리 중진의원들이 안철수를 지지해도 나는 그 책임을 면할 수가 없어요.”

주호영, 말도 없이 뒤로 안철수와 작당했던 사람
김병준은 비대위원장 때 한 것도 없으면서 불만
장제원은 홍준표 꼬붕...짖고 싶으면 짖으라지

- 16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데 찬성한다고 의결했어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의 경우는 앞서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을 밝혔고요.

“내가 그 사람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요. 주호영 원내대표가 안철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려던 사람이에요. 나한테는 차마 그 말을 못하고 뒤로는 안철수와 작당을 했다고. 내가 그런 사람들을 억누르고 오세훈을 후보로 만들어 당선시켰는데, 그 사람들이 또 지금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이럴 줄 알고 퇴임사를 통해 당부한 건데 걱정하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는 거지.”

- 예측하셨군요.

“그럼, 뻔히 보이는데. 지금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윤석열 지지율이 높으니까 자기들이 윤석열만 입당시키면 다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식의 정치를 해선 국민의 마음을 끌 수가 없어요. 야당은 여당의 잘못을 먹고사는 거예요. 여당이 잘하면 야당은 영원히 기회가 없어요. 그런데 내가 한 말을 가지고 김병준(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15일) 뭐라고 했습니까?”

- 김 전 위원장을 두고 ‘뇌물을 받은 전과자’라며 윤 전 총장이 손을 잡을 리 없다고 페이스북에 썼죠.

“진짜 하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 친구가 왜 그런 줄 알아요? 그 사람이 비대위원장 했을 때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옛날에 날 만나겠다고 쫓아다녔던 사람인데 지금은 자기가 비대위원장까지 했는데 방치했다고 불만이 많은 사람이지.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옛날에 홍준표 의원은 뭐라고 했어요? 30년 전 동화은행 사건을 맨날 이야기했잖아요. 끄집어낼 수 있는 게 유일하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김 전 위원장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2억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김 전 위원장은 “그것은 (노태우 청와대의 경제수석이었던) 내가 14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한 사건이었다”며 “그런 부정한 일에 조금이라도 개입한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썼다. 홍준표 의원은 당시 검사였던 자신이 김 전 위원장을 심문해 자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 장제원 의원은 왜 그렇게 김 전 위원장을 계속 공격하는 건가요. 최근엔 “노욕에 찬 기술자”의 “탐욕적 당 흔들기”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던데.

“홍준표 의원 꼬붕이니까. 난 상대도 안 해요. 지가 짖고 싶으면 짖으라는 거지.”

- 국민의힘 당대표에 김웅 의원을 비롯해 여러 초선 의원들이 도전한다고 해요.

“당이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옛날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다 물러나고 새 사람들이 당을 꾸리는 게 나아요. 국민들도 이 당이 변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고. 그래서 내가 차라리 초선 당대표를 뽑는 게 내년 대선을 위해선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을 줬지만, 경제민주화를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면서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이 정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위기 정당 구하기에 나서는 건
경쟁의 균형 맞춰주려고 돕는 것
고마움 모르고 하는 게 ‘정치’
난 맘 편해, 신세진 게 없으니까

그는 회고록에서 “두 번의 배신”을 거론한 바 있다. 2011년 박근혜 의원, 2016년 문재인 민주당 대표의 간청에 의해 두 번의 비대위 활동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상황을 배신으로 규정한 것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것에 대해 국민 앞에 두 번 사과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연거푸 배신을 당했다면서도 왜 ‘위기에 빠진 정당 구하기’에 번번이 나서는 것일까. 그의 답은 이랬다.

“원래 정치세계란 그런 거요.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거지. 내가 민주당에 갈 적엔 당시 새누리당 사람들이 20년 집권한다고 했고, 지금은 거꾸로 민주당 사람들이 20년 집권한다고 말하잖아요. 나라가 그렇게 되면 안 되니까 균형을 맞춰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돕는 거요.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유지되려면 서로 경쟁하는 정당이 있어야 하는데 한 정당이 완전히 무너져버렸으니 소생시켜줘야 할 거 아니요? 나는 마음이 편해요. 누구에게 신세진 게 없으니까.”

- 배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총선과 대선 승리 후 경제민주화를 철저히 하겠다고 한 약속을 두 정부가 지키지 않아서인 걸로 알아요. 여기에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셀프공천’(김 전 위원장이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된 것을 공격한 당내 인사들의 표현) 논란이 일었을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크게 섭섭하셨다고….

“2016년 1월 사흘내리 밤늦게 우리 집까지 찾아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달라’ ‘우리 당 비대위원장 돼주시면 비례 남자 1번을 하시면서 당을 계속 맡아달라’고 한 게 문 대통령이에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바에는 내 손으로 경제민주화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나가야겠다고 결심해서 그렇게 한 건데 내가 무슨 셀프공천을 해! 그런데 문 대통령이 아무말도 안 해. 그러니까 정직하지 못하다는 거지.”

서울 광화문에 있는 김 전 위원장의 개인사무실 책상 위에는 그가 읽던 \'CHINA 2049\'와 존 볼턴의 회고록 \'THE ROOM WHERE IT HAPPENED\'가 놓여 있었다. 우철훈 선임기자

김 전 위원장은 1974년 박정희 정권의 부가가치세 실시 문제로 정치와 인연을 맺은 후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여러 성과를 냈다. 근로자재형저축과 의료보험 도입, 인천공항·KTX 건설, 재벌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 매각을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 등에 기여했다. 한·중 수교와 한·소 수교의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을 넘나들며 전국구(비례대표)로만 5선을 지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이 직접 대통령이 되거나, 개헌을 통해 내각제 총리에 오르는 꿈을 꾸고 있다고 분석하던데요.

“나이 80 된 사람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그런데 그런 무책임한 짓을 어떻게 해?”

-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대통령을 할 사람은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해요. 최소한 내가 무엇 때문에 대통령을 하려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코로나19 사태로 양극화가 심화돼 내년 대선에선 아마 경제가 큰 이슈가 될 거요. 공정이 결국 경제 속에서 다 나오는 것이거든. 그래서 1970년 이후 출생한 경제전문가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했는데, 지금 그런 사람이 없잖아. 자기가 전문가가 아니면 사람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참모를 제대로 들일 것 아니요.”

‘한국정치사의 살아있는 증인’이자 정치9단인 김 전 위원장은 이번주 휴식차 제주도에 간다. 그는 “당초엔 오래 쉬었다 올 생각이었는데 30일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해서 일주일도 못 쉬고 올라와야 한다”며 크게 웃었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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