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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페미용어 아닌가요?" 온라인서 '좌표' 찍는 남성들

이소연 입력 2021. 04. 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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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바른연애 길잡이’(왼쪽)의 한 장면과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오른쪽).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온라인에서 남성혐오라고 주장되는 특정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테러’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 오후 3시25분 기준, 네이버웹툰 ‘바른연애 길잡이’에 9만6000여개 댓글이 달렸다. 지난 2월 게재된 회차의 평균 댓글수는 2500여개다. 같은 요일 연재되는 조회수 1위 네이버웹툰 ‘여신강림’의 댓글수는 2000여개에 불과하다. 이례적인 수치다.

전날인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남성혐오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를 테러하자”는 게시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웹툰 속 한 캐릭터가 “조금만”이라고 말하며 취한 손 모양을 문제 삼았다. 여성주의(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남성 캐릭터의 이름 ‘박하남’이 ‘한남(한국남자의 비하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에 쏟아진 비난 댓글. 네이버웹툰 캡처
웹툰 최신화가 무료로 풀리는 같은 날 오후 11시 이후부터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이른바 ‘좌표’가 찍힌 것이다. 특정 게시글의 주소를 알린 후, 댓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뜻한다. “페미(페미니스트)는 뚱뚱하다”, “전세계에서 한국 여성이 성매매를 가장 많이 한다” “여자는 임신공장” 등 여성에 대한 공격이 주를 이뤘다. 여성인 작가를 겨냥한 인신공격성 댓글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네이버웹툰 ‘성경의 역사’와 ‘이두나’, ‘나쁜쪽으로’, ‘시월드 판타지’, ‘정년이’ 등도 남성혐오 웹툰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웹툰에도 별점·댓글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웹툰은 ‘허버허버’ 또는 ‘오조오억’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허버허버는 무언가를 급하게 하는 행위를 표현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오조오억은 많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 등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018년 “남자친구가 입을 메기 같이 벌리고 허버허버 먹는다”는 게시글에서 유래한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것이다. 오조오억은 유래가 불분명하다. 여초사이트에서 남성비하 표현과 함께 쓰이기에 사용을 자제하자는 의견이다.
 
웹툰뿐만 아니라 해당 단어를 사용한 유튜버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요리 전문 유튜버 고기남자는 지난해 6월 올린 영상에 허버허버라는 자막을 썼다. 최근 이에 대한 네티즌 비난이 나왔다. 고기남자는 “허버허버라는 단어의 유래를 모르고 자막에 넣은 점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시스터즈 키퍼스 로고. 
여성을 대상으로 지원을 펼쳐 비난에 휩싸인 일도 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20대 여성들의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시스터즈 키퍼스’ 자유게시판 글쓰기 기능을 지난 15일부터 중단했다. 해당 게시판은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관련 20대 여성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만들었다. 20대 여성을 돕기 위한 간담회 등도 진행했다. 코로나19 시기,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다른 성별·연령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남초사이트에서 ‘역차별’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시스터즈 키퍼스 자유게시판에는 “왜 여성만을 위해서 세금을 쓰느냐”는 비난이 수백건 게시됐다. 전직 대통령 등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성 글도 있었다. 

COVID19 심리지원단은 “자살예방프로그램에 대한 의견 개진이나 건의사항 이외의 혐오 발언과 업무방해성 전화, 폭언 그리고 민원 녹취의 유튜브 게재, 해킹 시도, 운영자 사칭 등 심각한 사이버테러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의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댓글테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오프라인으로의 확산을 우려했다. 윤김지영 창원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허버허버와 오조오억 등 신조어 논란에 대해 “남성들이 주로 생산하는 숱한 여성혐오 용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면서 “여성이 자신들의 공간에서 단어를 만들고 무엇인가 논의하는 자체를 막고 낙인찍으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웹툰작가, 유튜버, 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남성을 기분 나쁘게 한 자는 무릎을 꿇도록 공격하고 있다”이라며 “지켜보는 다른 여자에게 공포감을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김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이미 초연결상태”라며 “(댓글 테러 등이) 온라인 공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으로 페미니스트를 공격하거나 남성역차별론을 펼치는 방향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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