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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 연구본부장 "핵융합 공동 연구에서 한국 위상 올라" [2050 과학오디세이]

입력 2021. 04. 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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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땅 위의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구상은 1950년대에 나왔다. 그때도 핵융합 발전은 꿈의 에너지원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꿈’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당초 과학계가 예상한 핵융합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상용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핵융합 발전 상용화로 점쳐지는 시기는 2050년쯤이다. 2050년에는 핵융합 발전이 가능할까. 누군가는 2050년에도 핵융합 발전은 또다시 ‘30년 뒤’를 기약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핵융합 연구자는 양치기 소년인가. 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케이스타) 연구본부 본부장을 만나 물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4월 13일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 연구원에서 이뤄졌다.



-핵융합 발전 원리는 무엇인가.
“핵융합은 원자핵이 합쳐지는 반응이다. 가벼운 원자핵 여러개가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을 융합이라고 하는데 융합 과정에서 에너지가 나온다. 원자가 가벼울수록 핵융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벼운 수소가 주원료가 된다.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그런데 핵융합 반응이 여간해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굉장히 높은 온도로 가열하지 않으면 두 입자가 만나 융합을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섭씨 1억도 이상 가열해야 핵융합이 된다. KSTAR는 원자핵을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 상태로 유지시켜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는 장치다. 지난해 KSTAR는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 동안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목표는 300초다. 300초 동안 유지가 가능하면 장시간 초고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20초 운전 성공이 어떤 의미인가. KSTAR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이 안 된다.
“한국의 핵융합 연구는 역사가 짧다. KSTAR라는 중대형 장치가 설치된 시기가 2007년이다.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하는 게 핵심인데 적어도 초고온 플라스마 유지 시간을 늘리는 건 세계에서 제일 잘하고 있다. 사실 핵융합 연구는 1950년대부터 선진국에서 했는데 지금까지도 구현이 안 됐다. 그만큼 어려운 연구다. 처음에는 10년, 20년 하면 될 것이라 했는데 연구를 할수록 새로운 문제가 노출된다. KSTAR가 잘하는 부분이 있지만, 실험 기간이 짧아 부족한 점도 있다. 플라스마 압력이 높아지면 안정적이지 않은데 이 부분이 약하다. 그래서 안정화 작업은 외국과 함께 연구한다. 핵융합은 특정 국가 한 곳에서 모든 기술을 독점하는 게 아니다. 나라별로 잘하는 분야가 있어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게 한국과 미국, EU와 러시아 등 7개 나라가 참여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다. 한국은 후발주자지만 KSTAR도 성공적으로 만들었고, 최근에는 여러차례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적어도 10년 전보다는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실험 과정이 까다롭다고 들었다.
“일단 실험을 시작하면 초고온 플라스마 실험에만 3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에는 아침부터 내내 실험에만 매진하는데, 정신이 없다. 플라스마 상태를 오래 유지하려면 초전도 자석이 필요한데, 영하 270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냉각을 해야 한다. 냉각에만 2주가 걸린다. 플라스마 실험하려면 장치 운전에 6개월이 소요되고, 나머지 6개월은 유지 보수를 한다. KSTAR는 대형장치다. 100명 이상 연구진이 동시에 연구에 몰입해야 하는 장치다. 누군가 어디 한 곳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실험이 안 된다.”

-왜 그렇게 어려운 핵융합을 선택했나.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연구할 때 참 재미있었다. 안 보이는 미시세계를 방정식을 따라가 보는 건데 그게 멋있어 보였다. 핵융합에 대한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통 원자핵공학과 나오면 원자력발전 쪽으로 많이 간다. 그런데 내 눈에는 원자력보다 핵융합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더 새로운 학문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래서 핵융합 연구는 상용화가 가능한가.
“1997년에 핵융합 석사 과정에 들어갔는데 그때 교수님이 ‘30년 뒤에는 핵융합 상용화 된다’고 말씀하셨다. 따져보니까 25년을 핵융합 연구를 했는데, 지금도 30년 뒤에 된다고 한다. 그럼 ‘언제까지 30년이냐, 계속 30년이냐’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친 양치기 소년 취급도 받는다. 연구를 해보니 플라스마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다. 사실 핵융합이 쉬웠으면 우리보다 먼저 연구를 시작한 나라에서 성공했을 텐데 아직 성공 못 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 상황만 놓고 보자. 우리가 말한 ‘30년’은 설비를 구축한 뒤 실험을 진행하는 데 30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 30년은 실험을 토대로 한 검증 없이 이론적 연구를 하며 흘려보낸 시간이다. 그런데 지금을 보자. 지금이 과거와 같은가. 아무런 진전이 없나? 만약 그렇다면 핵융합 연구는 중단하는 게 맞다. 그런데 진전이 있지 않은가. 이전에는 말로만 연구를 했지만, 지금은 실험과 검증을 한다.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예산을 넣어 연구 투자도 활발히 이뤄진다. ITER 사업비만 20조원이다. 여기 사업비의 9%를 한국이 지원한다.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그렇다면 핵융합 연구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나.
“ITER 기준으로 어느 정도 완성기에 들어섰다고 본다. ITER 건설은 이미 70% 이상 진행됐다. 2025년 완공되면 그때부터 진검 승부다. 이전 30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외부에서 핵융합 연구를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합리적인 비판이고 받아들일 부분도 있다. 그런데 ITER 이후 핵융합 연구는 상용화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척될 가능성이 높다. ITER는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다. KSTAR는 ITER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데 기여할 것이다. ITER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KSTAR의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2032년이 정년이다. 은퇴 후 사비를 내고 와서라도 핵융합 과정을 지켜볼 생각이다.”

-비판 여론이 신경 쓰이지는 않나.
“KSTAR 만들 때 정말 어마어마한 비판이 있었다. 초전도 자석을 만들어 봤느냐부터 사기꾼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받았다. 과학계 내부 비판도 많았는데 아팠다. 그런데 KSTAR 설비 만들고 실험에 성공하지 않았나. 그때 비판했던 사람들 실험에 성공하고 나니 아무 말도 안 하더라.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는 늘 리스크가 있다. 만약 리스크가 없다면 이미 누군가가 성공했을 것이다. ‘어렵다’, ‘안 된다’는 리스크를 안고 할 수밖에 없다. KSTAR? 문제 많았다. 그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런 게 자산 아닌가. 어려워 보여도 가능성이 있으면 도전하는 게 맞다. 100% 성공이 보장된 연구, 그런 연구는 기업이 한다. 그런 연구는 우리가 할 필요 없다. 물론 우리가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10개 가운데 9개 다 실패하고 하나만 성공해도 엄청난 과학의 발전 아닌가. 처음 KSTAR 짓는다고 할 때 외국에서도 한국이 무슨 기술이 있느냐면서 비웃었다. 하지만 한국이 결국 구현하지 않았나. 한국이 기초 물리학은 부족해도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장치 구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 만약에 KSTAR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ITER에는 당연히 참여 못 했을 것이고, 핵융합 분야는 영원한 불모지로 남았을 것이다.”

-핵융합 발전 과정에서도 방사성 폐기물이 나온다. 친환경 에너지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세상에 아주 싸고 안전하면서 아무런 문제 없는 에너지원은 없다. 그런 이상적인 에너지원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만 존재한다.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풍력이나 태양광도 자연환경에 좋지 않다. 무엇이든 100%는 없다. 그렇다면 여러 에너지원과 비교해 봤을 때 장점이 더 많은지, 아니면 단점이 많은지를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태양광은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고 원자력발전은 효율성이 좋은 반면 사고 위험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물론 핵융합 발전도 단점이 있다. 그런데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 경제적이고 장치가 터질 염려도 없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나올 수 있지만 소량이다. 핵융합 발전의 가장 큰 단점은 경제성이 없거나 위험한 게 아니라 구현이 어렵다는 점이다. 장점 대비 단점이 무엇인지를 따져야지 무조건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니까 하면 안 된다’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핵융합은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하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핵융합 연구가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국가의 과학 수준은 전문인력을 몇명이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연구 초창기에 전문인력을 모아 설비를 잘 구축해놓고도 10년 정도 지나면 연구인력이 다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문인력 확보했으면 정책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인력 확보가 연구의 연속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전문인력은 국가의 자산이다. 설비나 장치는 날릴 수 있지만, 인력과 지식은 남는다. 핵융합 분야에 한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모든 과학 연구 분야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긴 호흡으로 연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사진·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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