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재수·삼수가 드문 이유

문혜진 2021. 4. 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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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 <3>


미국의 대학 입시 결과는 보통 3월에서 5월 중에 발표됩니다. 필자가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지금 한창 4년제 공립대학들의 합격 여부가 속속 발표되는 중입니다. 코로나 19에도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던 입시에 학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가슴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문으로 평가받는 캘리포니아의 UC system은 신입생과 편입생 모두에게 큰 인기가 있지만 해가 갈수록 입학이 어려워지는 게 현실입니다. 이에 각 지역의 커뮤니티 칼리지들은 다양한 편입 지원 프로그램(ADTs: Associate Degree for transfer)을 적극 운영해 UC 편입을 원하는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기획 연재 '커뮤니티 칼리지' 3편에서는 4년제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커뮤니티 칼리지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UCLA 캠퍼스 ⓒ문혜진  


처음 목표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지원한 대학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이 다른 4년제 대학을 선택하지 않고 처음 목표한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한다면 2가지 선택지가 남습니다. 바로 재수와 커뮤니티 칼리지 진학입니다. 이는 신입생으로 입학할 것이냐 편입생으로 진학할 것이냐의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만약 재수를 선택한다면 다음 입시에 도전해 4년제 대학 1학년 신입생으로 입학하지만 커뮤니티 칼리지로 진로를 정하면 원하는 대학의 3학년 편입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UC대학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아도 다른 지역의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고 UC에 진학하길 원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캘리포니아를 벗어나지 않고 대학, 대학원, 인턴십, 직장까지 이어지는 미래를 계획하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수업료...대학 등록금 절약


일반적으로, 미국 4년제 대학을 졸업하려면 전공과목 학점과 더불어 필수 교양 과목(General Education subjects) 학점 이수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4년제 대학생들은 보통 2학년까지는 필수 교양 과목 학점 이수에 집중합니다. 


커뮤니티 칼리지의 '편입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4년제 대학보다 훨씬 저렴한 수업료로 필수 교양 과목을 이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UC대학의 1년 평균 수업료는 평균 14,100달러(약 1,570만 원)이지만 캘리포니아의 커뮤니티 칼리지 1년 수업료는 1,484달러(약 165만 원, 캘리포니아 거주민 기준) 수준으로 UC대학들보다 9배 이상 저렴합니다. 


때문에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저렴한 수업료로 필수 교양 과목 수강을 모두 이수한 후 홀가분하게 4년제 대학 3학년 과정에 편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UC대학, 1년 평균 수업료 (캘리포니아 거주민 기준)


고교 때부터 편입 목표


캘리포니아 고등학교 과정은 총 4년인데 한국의 고3은 미국 11학년과 12학년에 해당합니다. 입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 시기는 학부모와 수험생에게 민감하고 힘든 시간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4년제 대학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학업 성적(GPA)과 SAT 또는 ACT (미국 수능 시험) 점수를 제출해야 합니다.(코로나 19로 2021년도 입시부터는 SAT/ACT 점수 제출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변경) 또한 에세이와 과외 활동 이력, 수상 경력 (Extracurricular Activities & Awards)도 준비합니다.


이곳 실리콘 밸리에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입시 준비를 도와주는 입시 전문 학원이 성업 중이고 개인 고액 과외 또한 존재합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 중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온전히 대학 입시에 쏟아붓길 원하지 않는 경우 일찌감치 커뮤니티 칼리지로 진로를 변경합니다. 


전공 선택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의 공부는 대학 전공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대학 필수 교양 과목과 전공 기본 과목을 접하며 자신의 적성을 확인하고 전공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년제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에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도중에 전공을 바꾸거나 학교 자체를 옮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생들은 2년 간 앞으로의 전공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에 전공 선택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4년제 대학 신입생과 커뮤니티 칼리지 신입생의 차이 


4년제 대학 신입생과 편입을 목표로 정한 커뮤니티 칼리지 신입생 간에는 분명 경험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4년제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할 경우 대학이 주는 수많은 혜택을 1학년 때부터 맘껏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통과 역사가 있는 캠퍼스에서 학교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풍부한 학문 자료들을 1학년 때부터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학이 제공하는 인턴십, 클럽 활동, 외국 대학 연수, 선후배 동문회를 통해 폭넓은 경험과 관계를 맺습니다. 또한 일찍부터 전공과 관련된 직업 체험을 하며 본격적으로 현장을 경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편입을 최종 목적으로 두고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면 캠퍼스 생활을 누리기보다 편입에 필요한 학점 이수와 준학사 학위 졸업장을 위한 학업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분명 명문대로 진학할 수 있는 증명된 기회이자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학생 개인이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신중하게 수업들을 선택하고 이수해 나가며 우수한 학점으로 졸업해야 편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작년 9월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 학생 중 4년 안에 편입에 성공한 학생은 19%이며 28%는 6년 안에 편입을 했습니다. 즉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한 4년제 명문대로의 편입에는 많은 준비와 노력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대학 입학 여부와 최종 대학 선택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커뮤니티 칼리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부를 못해서 아니면 가난해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선택한다는 선입견은 이제 더 이상 효력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 문혜진 글로벌 리포터 haejinmoon@gmail.com


■ 필자 소개 

현 프리랜서 작가및 교육자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Hotel & Restaurant Management 학부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Hospitality Management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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