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막무가내 '탄소중립'은 위험하다

김승룡 2021. 4. 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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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정경부 차장
김승룡 정경부 차장

백신 보급에도 코로나19가 여전히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 최초 발생 1년 3개월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코로나19다. 그러나 언젠간 코로나19가 종식되리라는 팩트는 분명하다. 단지 그 시기가 얼마나 빨리 올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일 뿐이다.

코로나19가 물러간 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무엇이 핫 키워드가 될까. 4차 산업혁명? 미중 갈등? 이것들도 맞겠지만, 무엇보다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것은 '기후변화 위기'일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입은 세계적 피해 규모는 154조원에 달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간 전 세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1000여명에 달한다. 지난 5년간 지구의 온도는 0.2도 상승해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5년 전에 비해 18% 이상 짙어졌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체결된 '파리협정'은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18년 만에 세계가 신기후체제로 나아가기로 합의한 협정이다. 골자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간 세계는 경제침체와 더불어 찾아온 코로나19 쇼크에 잠시 파리협정을 잊었다. 4년 전 미 트럼프 정부는 이 협정에서 탈퇴했다. 중국은 자국 산업 육성에 몰두하느라 협정이 있어도 모른 척 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이제 기후변화 청구서가 각국에 날아들 것이다. 조 바이든의 미국도 다시 파리협정에 가입키로 했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합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인 상태를 말하는 '카본 뉴트럴'(Carbon Neutral), 즉 '탄소중립'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파리협정을 체결한 세계 188개국(미국 제외)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화했고,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인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유엔에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계획의 핵심은 한마디로 말하면 '탈석탄, 탈원전', 그리고 'LNG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다. 정부는 당장 오는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 60기 중 30기를 폐쇄하고, 원전은 26기에서 17기로 9기를 해체하기로 했다. 대신 LNG발전소는 24기 더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현재 약 20기가와트(GW)에서 78GW로 4배 가량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탄소중립 계획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먼저 LNG발전소를 늘리는 게 크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LNG발전소는 석탄발전소 온실가스 배출량의 60% 수준을 배출하는 데다, 2차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을 석탄발전소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둘째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린다고 하지만, 설비를 현재의 4배로 늘리려면 어마어마한 땅이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우리 국토는 매우 좁다. 1GW 용량의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는 약 2.6㎢의 땅만 있으면 되지만, 이 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지으려면 75배, 풍력은 360배 넓은 땅이 필요하다.

끝으로 가장 큰 문제는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린다고 해도 원전을 줄여서는 도저히 탄소중립을 실현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미 바이든 정부는 원전 재건을 내걸었고, 영국·프랑스 등 유럽국가들도 원전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은 현재 원전 19기를 건설 중이고, 전력 생산의 5% 수준인 원자력 비중을 2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일본마저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현 6.6% 수준인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최대 22%로 늘리기로 했다.

장차 원전 대신 안전한 전력원을 개발해야 하는 건 정부의 숙제이지만, 탈원전만 고집해선 해결 방법이 없다. 여기에 정부는 탄소중립 하겠다며 '탄소세' 도입마저 운운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조사한 결과, 기업 4곳 중 3곳은 탄소중립이 경영위기 요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정부 계획엔 절대적 수정이 필요하다. 더욱이 기업 경쟁력을 해치는 규제적 요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중국이 겉으론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지금도 석탄발전소를 대량 건설하고 있고 2030년까지 설비를 300GW 더 늘리려 하고 있다. 지나치게 늦게 가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앞서갈 필요도 없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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