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17일 만에 7연패 키움, 야구의 신은 홍원기 감독의 승부수도 외면했다 [스경X승부처]

대전|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1. 4. 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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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키움의 선수들이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 5회말 역전을 허용한 후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올시즌 키움의 초입은 여러모로 낯설다. 선발들의 위태로운 투구가 그렇고, 뒤를 받치는 불펜진의 헐거움이 그렇다. 이정후, 박병호 등 중심타자들의 부진도 야구팬들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무엇보다 키움의 연패가 낯설다. 키움이 7연패를 했다.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시작된 키움의 위기는 벤치로까지 전이됐다. 21일 대전 한화전 5회말은 그러한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이닝이었다.

한화 선발 김민우와 키움 선발 에릭 요키시는 모두 초반 흔들렸다. 김민우는 2회까지 볼넷만 5개를 내주며 영점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키움은 1회초 김웅빈의 적시타와 2회초 이용규의 희생플라이로 2-0으로 달아났다.

요키시는 2회말부터 흔들렸다. 노시환, 김민하에게 거푸 볼넷을 준 후 노시환을 포수 견제구로 잡아냈지만 이해창의 안타로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유장혁의 희생플라이 이후 태그업해 홈을 쇄도하는 김민하를 우익수 송우현이 홈 송구로 아웃시키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3, 4회 요키시는 한화 타선을 잠재웠지만 투구수가 86개로 불어났다. 홍원기 감독은 5회말 첫 타자 유장혁이 유격수 방향의 내야안타를 치고 나가자 요키시를 퀵후크했다. 팀의 에이스였지만 연패를 6연패에서 끊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김태훈은 정은원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박정현의 타석 때 유장혁의 2루 도루를 포수 박동원이 저지하면서 이닝을 마치는 듯 했다. 하지만 박정현이 중전안타를 치고나가는 순간부터 암운이 드리웠다.

하주석의 타석 때 박정현을 견제하던 김태훈의 1루 송구는 박병호를 지나 빠져나갔고 박정현은 3루까지 내달렸다. 김태훈은 이어 어이없는 보크로 3루주자 박정현을 홈으로 보냈다. 볼넷으로 살아나간 하주석마저 라이온 힐리의 적시 2루타로 돌아오자 경기는 순식간에 2-2 동점이 됐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홍원기 감독은 다시 2사 2루 상황에서 5번 노시환을 자동고의사구로 거르고 6번 김민하를 상대했다. 전날까지 18타점으로 타점 선두를 달리는 노시환과 1할대 타율의 김민하 중 홍원기 감독의 선택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악수가 됐다. 김민하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보란 듯이 내야 중앙을 갈랐고 힐리마저 들어와 역전이 됐다. 결국 김태훈은 이어진 2사 1·3루 위기에서 정진호에게 다시 자신에 몸을 맞는 내야안타를 허용하면서 4점을 내주고 양현으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뒤집힌 점수는 굳건히 유지됐다. 한화를 상대로 2점 뒤진 상황은 예전 키움이라면 어렵지 않을 수 있었으나 키움의 타선은 무기력했다. 6회부터 이어나온 한화의 불펜진 윤대경(1.2이닝)-김범수(1.1이닝)-정우람(1이닝)에게 키움은 1점밖에 만회하지 못했다.

키움의 7연패는 2017년 4월4일 사직 롯데전 2-5 패배 이후 4년17일, 1479일 만의 일이었다. 키움의 최다연패 기록은 넥센 시절을 포함해 8연패 3번, 2009년 9연패 한 번이다. 어느새 구단 최다연패 기록이 턱밑까지 다가왔다.

안 되는 팀은 어떻게 해도 안 됐다. 마운드도 방망이도 심지어 승부수까지도 모두 의도에서 벗어났다. 키움의 2021시즌 초입은 고난의 연속인 흙길이 되고 있다.

대전|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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