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신속 검사 도입하는 서울대 가보니.."1시간만에 확진 판정, 정확도 95%"

김윤수 기자 2021. 4.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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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실험실로 변신한 선별진료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분석까지

검사 6시간 이상→1시간으로 줄여

연세대 등 준비…대학가 도입 확산되나

21일 오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건물 앞에 더아이홀딩스의 조립식 선별진료소 설치가 마무리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25-1동 앞 주차장. 1시간 만에 비교적 정확하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진단할 수 있다는 ‘신속 분자진단(PCR)’ 검사 시행을 앞두고 선별진료소가 설치되고 있었다. 천막이나 컨테이너로 짓는 기존 선별진료소와는 모습이 달랐다. 약 33㎡(10평) 정도 면적의 1층짜리 작은 건물이었지만 바이러스 분석을 위한 실험 장비, 음압 설비, 환기 시스템, 자체 전원 등을 완전히 갖춘 바이오 실험실이었다.

보통 선별진료소는 검체만 채취하고 본 검사 과정인 유전자 분석은 씨젠의료재단 같은 외부 검사기관이 검체를 받아 수행한다. 그래서 선별진료소는 저렴하고 설치·철거·이동이 쉬운 천막이나 컨테이너로 지어진다. 그런데도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선별진료소용 새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설치 현장을 점검 중이던 업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그들은 "PCR 진단키트가 좋아지면서 원래 6시간 넘게 걸리던 검사가 1시간 만에 가능해졌다"며 "이 장점을 살려 실제로 검사 현장에서 감염 여부를 바로 진단하려면, 외부 검사기관에 맡기던 유전자 분석도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전용 실험실을 갖춘 조립식 건물로 선별진료소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건물을 조립하는 데 14일 정도가 걸린다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건물 앞에 더아이홀딩스의 조립식 선별진료소 설치가 마무리되고 있다.

서울대는 오는 26일부터 교내 구성원 일부를 대상으로 신속 PCR 검사를 시작한다. 건물 출입 전 감염자를 선별해 건물을 다수의 사람이 모여 연구하고 수업할 수 있는 ‘코로나19 안전지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연세대 등 다른 대학도 비슷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 계획을 위해 진단키트 제조업체 시선바이오머티리얼즈의 제품을 도입했다. 1시간 만에 약 95%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는 신속 PCR 진단키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사용 허가를 받은 제품 2종 중 하나다. PCR은 검체 속 유전자의 양을 증폭한 후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는지를 쉽게 확인하는 기술로, 정확도가 높지만 증폭을 포함한 유전자 분석 과정에 6시간 정도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20분 만에 현장에서 검사가 가능한 항원진단키트가 있지만 정확도가 낮아 국내에선 활용이 제한적이다. 시선바이오는 유전자 증폭의 속도를 높이는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로 시간을 단축했다. 기존 PCR과 항원진단의 단점을 보완한 셈이다.

검체 채취 부스(왼쪽)와 유전자 분석의 첫 과정을 수행하는 RNA 추출실(오른쪽).

하지만 기존 PCR처럼 외부 검사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맡기는 방식으로는 서울대가 의도하는 현장 진단이 어려워진다. 검체를 모아서 외부 검사기관에 운반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존 PCR도 유전자 분석은 6시간이면 끝나지만 이런 부수적인 과정 때문에 실제로는 대부분 검사 다음날이 돼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신속 PCR로 유전자 분석을 1시간 만에 끝낸다고 해도 여전히 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 분석은 검체 속 바이러스를 다루고 그 양을 정밀하게 검출하는 작업이다. 검체가 이물질에 오염되거나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밀폐·음압 환경이 갖춰진 실험실에서만 이뤄진다. 이런 용도로 사전에 설계된 건물에 실험실을 두는 게 효율적이었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존 PCR은 어차피 현장 진단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굳이 비용을 들여 현장에 설치하는 조립식 건물을 새로 만들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PCR 진단키트의 성능 향상으로 현장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보조할 선별진료소도 발맞춰 진화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조립식 선별진료소의 일부인 RNA 추출실 내부. 6.7㎡(약 2평) 공간에 유전자 분석에 필요한 장비와 음압, 환기 시스템, 냉난방과 조명 등이 갖춰졌다.

서울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아이홀딩스라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조립식 선별진료소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정식 명칭은 ‘조립형 현장 진단 모듈’이다. 인트론바이오, 솔젠트 등 진단키트 업체 출신들이 모여 지난해 세운 이 기업은 검체 채취, 유전자 추출, 증폭, 피검사자 대기, 확진자 격리 등 코로나19 진단의 모든 과정에 필요한 공간을 14일 만에 조립해 만드는 기술을 지난 1월 개발했다. 현재 국내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며, 이번 서울대 시범 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상용화에 나선다.

한칸의 크기는 가로 2.1m, 세로 3.2m, 높이 2.3m로 면적은 6.7㎡(약 2평)다. 서울대에는 검체 채취 부스 3개, 유전자 분석의 첫 과정인 RNA 추출실 1개, 유전자 증폭과 바이러스 분석을 위한 PCR실 1개, 대기실 1개, 확진자 음압 병동 1개가 설치됐다. 이 규모 기준 공급가는 20만달러(약 2억24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설비부터 창문, 벽, 기둥까지 하나하나 자체 기술을 적용해 조립함으로써 외부 공간과 격리되도록 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안철홍 더아이홀딩스 대표는 "공기가 통하면서도 외부의 이물질이 유입되지 않고 내부의 바이러스가 유출되지 않는 밀폐·음압 환경을 조립식 건물로 구현하기 위해, 설비와 자재들을 정교하게 조립하는 기술를 우리가 개발했다"고 말했다.

기존 천막·컨테이너형 선별진료소. 지난 7일 오전 대전시 동구 가오동 동구청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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