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이명박·박근혜 사면 요청'이 반가운 민주당?
[경향신문]
여권 내부에서 최근 국민의힘 측이 요청하고 나선 ‘이명박·박근혜 사면 요청’에 대해 내심 반가워하는 기류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촛불을 든 국민들의 여론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냐”며 맹공을 퍼부으면서도 속내는 국민의힘의 ‘헛발질’로 평가하며 이를 통해 4·7 재·보선 참패 이후 다시 지지율 전세를 역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면서다.
국민의힘에서 구속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에 대한 사면 요청이 나온 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였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질문자로 나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며 “과연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느냐”고 발언했다. 이어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을 상대로 사면 요청을 전하기도 했다.
사면 요청은 이튿날인 20일 오세훈·박형준 서울·부산 시장이 청와대 오찬을 하는 중에 다시 꺼내들면서 더욱 가열됐다. 두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통합을 위해 재고해달라”며 사면을 건의했다.
사면 권한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이 “국민 공감대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완곡하게 거절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국민의힘 내부는 들끓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1일 “전직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지 고작 5개월이 지났을 뿐”이라며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4·7 재·보선 승리 이후 한껏 오른 당 지지율을 자칫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제자리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도 기자들을 만나 “(서병수 의원의 탄핵 불복 주장은) 당 전체의 의견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은 즉각 사과하라”고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5선 중진 의원이자 부산시장을 역임한 서 의원이 헌법재판소 판결과 촛불민심을 부정했다”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서 의원이 4·7 재·보선 결과를 엉뚱하게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직격했다.
당대표 후보인 우원식 의원도 22일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과거에 권력을 가졌던 분이라고 해서 아무런 절차나 과정 없이, 또 본인들의 반성 없이 사면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헌재의 판단, 국회의 판단, 국민적 여론도 다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고, 신동근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승리에 겨워 정신줄을 놓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면 주장을 넘어 탄핵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수구 퇴행으로 가려 한다는 신호”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재·보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에 밀려 지지율 열세를 이번 기회에 회복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하는 분위기가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재·보선 이후 백신 수급 차질 논란과 부동산 정책 수정 요구 등으로 속시끄러운 상황에서 ‘야당발 사면론’이 호재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보수 본색을 드러내는 것 아니겠냐”며 “우리가 다시 국정 운영을 잘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민심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야당 못하는 거 보고 웃을 때는 아직 아니다”라며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게 나온다.
정치권 내에선 정권 말 사면론이 현재로선 야당의 요구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내년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여야 대선 경쟁구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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