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예뻐 베팅" 순식간에 수천만원 대출금 날린 '코인 빚쟁이'

김도엽 기자 입력 2021. 4. 22. 16:59 수정 2021. 4.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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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복사 광풍]⑦ 푼돈 수익률 30% 치솟자 거액 투입→반토막
"극소수 투자자만 큰 수익, 착시현상에 속지 말고 빠져나와야"

[편집자주]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거세다. 2017~2018년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가즈아 열풍'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코인에 투자금을 넣으면 넣은 만큼 돈이 복사된다고 해서 '돈복사'라고 불릴 정도다. ‘한탕’을 노리고 불나방처럼 너도나도 투기열풍에 뛰어든다. ‘도박판’이 따로 없다.

21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암호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투자해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는 성공담이 전해지면서 직장인들이 근무시간에도 투자에 몰두하거나 전업 투자로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021.4.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너도나도 다 벌었다고 자랑하는데, 쪽박 찬 사람 말이 귀에 들어오겠어요? 다들 언젠가 나도 빨간불(수익) 들어오겠지 하면서 존버하는 거지."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32·남)의 말에는 기대감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씨가 코인판에 뛰어든 건 지난달이다. '코린이(코인 투자+어린이)'였던 이씨의 첫 투자금은 '잃어도 된다는 마음가짐'에 200만원 소액투자로 시작했다.

어떤 코인이 오르고 내릴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하는 건 사치였다. 어차피 잃어도 될 돈이라고 생각했기에, 동료 직원들이 하는 것처럼 멋있어 보이는 코인명을 2개 골라 투자했다.

수익률은 일주일 만에 30%를 기록했다. 다만 자본금이 작아 수익금도 적다고 느낀 이씨는 투자금액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약 3000만원을 모아둔 적금 통장과 대출 중 이씨는 대출을 선택해 2000만원을 받았다. 적금을 중도해지하기에는 아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버려도 될 돈으로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아무것도 몰라도 수익을 내고 24시간 돌아가 수익률이 왔다 갔다 하니 사람이 미치겠더라"라며 "대출받은 돈으로 다른 코인에 넣었는데 처음엔 수익을 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마이너스 37.4%를 찍더라"라고 했다.

이씨는 손실이 난 앱 화면을 보며 후회하기도 했으나, 현재 받는 월급으로는 목돈은 꿈도 꿀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손실을 기록해봤으니 확실한 코인 아니면 욕심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이씨는 코린이들에게 "코인에 24시간 매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최대 수익·손실률 기준을 본인이 정하고 그 선을 넘으면 후회 없이 매수·매도하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손실률이 마이너스 52.3%를 기록해 대출금의 절반을 잃은 상태다. 최근 적금 중 2000만원을 중도 인출해 대출금은 갚았다. 대출 이자까지 낼 자신은 없었던 터다. 이씨는 "아직 희망은 있다"며 "끝까지 존버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5·남)는 이달초까지만 해도 700~800%의 수익을 냈다. 지난 2017년 1차 비트코인 광풍 당시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2000만원 비상금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기록하자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웠는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비트코인 뉴스를 보고 뒤늦게 로그인해 확인해보니 엄청난 수익을 낸 것이다.

◇잊고 지낸 비트코인 모두 환전 알트코인 -40%…"그래도 중독"

아무것도 안 하고도 돈을 벌어 기분이 좋아진 김씨는 수익금 전액을 인출했지만, 인출 후에도 더 오르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며 후회했다. 김씨는 이미 높은 가격을 형성한 비트코인 대신 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암호화폐)에 수익금 전액을 다시 넣었는데, 약 40%의 손실을 기록했다.

김씨는 "그래도 아직 1억 가까이 수익을 기록 중인데, 돈을 실제로 만져보니 중독되더라"라며 "차라리 더 놔뒀으면 상관이 없었는데 크게 벌고도 크게 잃어도 보니 크게 벌었던 생각만 계속 나서 끊을 수가 없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무슨 코인을 사고팔라는 사람들의 말은 듣지 않아야 한다. 큰 손실을 냈거나 시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라며 "적어도 최대 투자금액 상한선을 정해두고 무리해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코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코인판은 수익을 내는 10%, 그들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90% 손실자로 구성된다'는 말도 있다. 카카오톡 대화방이나 커뮤니티 등에 '조심히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으나 "이런 시기에도 수익을 못 내면 왜 하냐" 등의 조롱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직장인 남모씨(28·남)는 "엄청난 수익을 낸 0.1%의 투자자가 유튜브 등에 자극적으로 과대 대표되니 모든 사람이 언젠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 같다"며 "올라도 왜 오르는지 모르고 내려도 왜 내리는지 모르겠다면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도망쳐라"라고 했다. 남씨는 비트코인이 최고점을 찍었던 8100만원대에 매수해 현재 약 20% 손실을 기록 중이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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