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학이란 이름의 횡포 / 김소연

김소연 2021. 4.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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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돼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상당 기간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로 1차 정화를 해보니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다고 홍보해왔다.

일본 정부는 바다 방류가 아닌 더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인접 국가인 한국은 더 치열하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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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지난해 7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규탄하고 있는 그린피스 회원들. 그린피스 제공

김소연

도쿄 특파원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2년 뒤부터 시작해 약 30년 동안이다. 현재 125만톤에 달하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예정이라 바다로 버려지는 양은 가늠하기 힘들다. “사람의 생명과 환경 전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에도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며 주변의 우려의 목소리를 감정적 대응이라 치부했고, 특히 한국의 반발은 ‘반일’ 정서라고 보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돼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고로 녹은 핵연료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스며들어 오염수가 지금도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상당 기간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로 1차 정화를 해보니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다고 홍보해왔다.

신뢰가 무너진 것은 2018년이다. 일본 언론은 오염수의 약 70%에서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있다고 폭로했다. 오염수의 상태는 지금도 그대로다. 다만 그 전까지 ‘트리튬수’(삼중수소물)로 부르던 이름이 ‘알프스 처리수’로 바뀌었을 뿐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방사성 물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차 정화를 하면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도쿄전력은 전체 오염수의 0.16%인 2천톤가량을 2차 정화했더니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다며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이 일본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저명한 원자력 교수들도 동참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만든 그래프를 보여주며 “호들갑 떨지 말라”고 말한다. 괜히 어민이나 수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받는 피해자들, 먼지 하나 없이 관리되던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간 노동자들, 미세먼지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없는 사회, 기후변화의 재앙을 시시각각 목격하며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면 정말 괜찮은 걸까.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의 맹독성 물질은 보통의 원전에서도 바다로 보내면 안 되는 것들이다. 자연과 음식, 엑스레이 등 우리는 지금도 어쩔 수 없이 방사선에 노출돼 있다. 추가적 위험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상식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오염수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말했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어렵게 얻은 성과를 잊은 것인가.

한국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일본이 제소한 사건에서 1심 패소 판정을 뒤집고 이례적으로 상소기구(최종심)에서 이겼다.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을 표본조사 해보니, 세슘 등 기준치 이하로 다른 나라와 비슷한데 수입이 금지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은 원전 사고 뒤 방사성 물질 유출 등 일본의 특별한 환경을 다른 나라와 다른 ‘잠재적 위험’으로 봤다. 또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위험요소를 최대한 낮춰야 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로 세계무역기구를 설득해 값진 결과를 얻은 것이다. 환경과 건강보다 무역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세계무역기구조차도 시대적 변화를 읽기 시작했다고 본다.

일본 정부는 바다 방류가 아닌 더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인접 국가인 한국은 더 치열하게 요구해야 한다. 두려움 없이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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