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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나였나"..염산 맞고 카메라 앞에 선 인종증오 피해자

이지은 기자 입력 2021. 04. 22. 17:50 수정 2021. 04. 2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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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미국 뉴욕에선 아시아계를 향한 염산 테러가 또 있었지요. 피해자는 롱아일랜드에 사는 파키스탄계 예비 의대생이었습니다. 지난달 17일 집에 들어가던 이 여대생에게 누군가가 염산을 들이부었습니다. 얼굴에서부터 흐른 염산은 온몸에 심한 화상을 남겼습니다. 꼭 일 년 전 가까운 브루클린에서도 염산 테러가 있었는데, 경악할 일이 또 벌어진 것이지요. 그때도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동양 여성이 집 앞에서 봉변을 당했었습니다.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염산 테러를 당한 뒤 현지 언론에 어렵게 입을 연 파키스탄계 21살 대학생 나피아. 얼굴과 몸에 끔찍했던 당시 흔적이 선명하다. 〈사진=ABC NY〉

피해자는 현지시간으로 21일 미국 NBC, ABC, CBS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나피아는 피해 직후 두 주 동안 병원에서 지냈습니다. 예전의 나피아 모습이 아닙니다. 온 얼굴과 가슴, 그리고 팔에 화상 흔적이 남았습니다. 게다가 앞이 잘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당시 끼고 있던 콘택트렌즈가 녹아내렸기 때문입니다. 시력을 언제 되찾을진 모릅니다. 그 날처럼 다시 운전할 수 있을지 알 길이 없습니다. 딱딱한 음식은 못 먹습니다. 공격받고 너무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소리 지르다 염산이 입 안에 들어갔고 삼켰기 때문입니다.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차에서 먼저 내린 어머니를 뒤따라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는 나피아에게 낯선 남성이 모퉁이에서 뛰어나와 컵에 든 액체를 뿌립니다.
지난달 17일 차를 대고 롱아일랜드 엘몬트의 집에 들어가던 나피아에게 후드티를 입은 남성이 달려들어 염산을 들이부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 캡처〉

나피아는 그 컵에 든 염산을 맞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그때는 그게 염산인지 몰랐다. 주스를 장난처럼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서서히 열이 오르더니 몇 초 뒤 타오르는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먼저 집에 들어가 있던 어머니에게 공포에 질린 그녀가 뛰어들었습니다. 급히 물을 뿌리고 응급차를 불렀습니다. "염산인 줄 몰랐으니 부모님이 집에 없었으면 난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얼결에 먹은 염산 탓에 구급차에선 숨도 잘 못 쉬었습니다. "죽음보다 더 심한 경험이었다. 구급차를 탄 동안 너무 고통스러워서 내 가슴이 영혼으로부터 찢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고 그 순간을 표현했습니다. "염산을 뒤집어 쓴 그 5분에 내 모든 인생은 달라졌다"고도 했습니다.

타깃이 된 건 분명한데 "왜?", 나피아는 고통스럽게 되묻고 있습니다. "내가 외향적이고 친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하필 나였을까' 매일 스스로 반복해 묻는다"고 했습니다. "(아시아계인) 날 그렇게 해치고 싶었던 것이라면, 내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막을 순 있었을까" 자조 어린 말도 했습니다. "아시아계를 왜?" 그 물음표는 증오 범죄를 겪은 그 어떤 아시아계 피해자라도 풀리지 않을 물음일 것입니다. "이 미국 땅에서 딸은 평생 끔찍한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나피아의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나피아에게 염산 테러를 한 용의자는 아직도 붙잡지 못했습니다.

염산 테러를 당하기 전 나피아의 모습. 나피아는 산부인과나 소아과 의사가 되기를 꿈꾸며 호프스트라 대학에 다니던 학생이었다. 〈사진=고 펀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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