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K] 경로당 쏠림..주민참여예산은 선거용?

안태성 2021. 4. 2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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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문제점,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올해 전라북도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천 개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많은 사업들이 경로당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안태성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주시내 한 경로당.

경로당 회원들이 신청도 하지 않은 방진망을 업체가 멋대로 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CCTV를 설치해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전주 ○○경로당 회장 : "여기 앞에 CCTV가 한 50대가 있는데, 뭔 경로당에 가져갈 것도 없는데 CCTV까지 해주냐고…."]

경로당조차도 의아해 하는 경로당 주민참여예산 사업.

어떤 사업에, 예산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전라북도에 자료를 요구해 살펴봤습니다.

사업비 전액을 도비로 지원하는 전라북도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올해 9백90여 개.

이 중에서 경로당 사업만 추려봤더니 3백 개가 넘습니다.

사업비는 25억 원.

전체 주민참여예산의 13퍼센트를 차지합니다.

도배나 장판 교체, 전자제품 구매 같은 기능 보강 사업이 주를 이루지만, 이미 보도한 방진망과 인덕션 사업 말고도 보안 카메라, 태양광 발전시설. 자동문 설치 등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로당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신청한 사업인지입니다.

[군산시 ○○주민센터 직원 : "젊으신 분들은 당연히 자기들이 신청을 하고, 의견을 내고 하시지만, 어르신들 경우에는 특수한 상황이에요. 거동도 못 하고, 의사소통도 어렵고, 서류도 못 쓰고…."]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주민 신청을 받아 사업성을 검토한 뒤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의원 몫'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아 지방의원이 정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산시 ○○주민센터 직원 : "위에서 결정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올려서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고, 도에서 재배정해서 내려오는 사업들이다 보니까…."]

군산시 주민참여예산 사업 목록입니다.

전체 백27개 사업 가운데 64퍼센트, 81개가 경로당에 쏠려 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예산이 경로당에 치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시군별로 주민참여예산 사업에서 경로당 지원 사업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조사를 해보니, 군산 다음으로 김제 55%, 전주 42%, 무주 37% 순으로 많았습니다.

전체 주민참여예산 사업비 가운데 경로당에 쓰는 예산 비율은 군산, 김제, 정읍, 장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경로당마다 규모와 여건이 다른데도 획일적으로 세워놓은 예산들.

나눠주기식, 선심성 지원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A 전북도의원 : "경로당 민원에 대해서 의원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정치인으로서 선거라든지, 표라든지 이런 걸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경로당 지원에 신중한 도의원들도 있습니다.

[B 전북도의원 : "문틀 고장 났다고 바꿔달라고 하는 데도 있고, 식기 세척기 해달라고 하는 마을(경로당)도 있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어디 마을 해주고, 어디 마을 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저항도 심할 것 같고, 표하고 연결된다는 인식을 할 수도 있고…."]

4년 전, 전북도의원 보궐선거때 전주시의원이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 경로당에 물품을 지원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일도 있습니다.

전북 14개 시군의 경로당은 모두 6천 8백여 곳.

시군에 따라 적게는 2백여 곳에서, 많게는 7백여 곳까지 전체 회원 수가 20만 명이 넘습니다.

전북 인구의 12%, 전북 유권자의 14%에 해당합니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경로당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선거를 겨냥한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은 경계해야 합니다.

KBS 뉴스 안태성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

안태성 기자 (tsa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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