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률이 서울의 10배, 패닉바잉 2030이 몰리는 곳은
서울 마포구 빌라에 전세 살던 신모(38)씨는 지난달 경기 시흥시의 한 아파트를 5억원에 샀다. 전세금이 많이 올라 부담이 커진 데다 청약 당첨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에 은행 대출을 더해 직장(여의도)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아 내린 결정”이라며 “지금보다 출퇴근은 불편하겠지만 기약 없는 전세살이를 더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과 그 동·남권(성남·용인·수원·과천) 집값을 끌어올렸던 20~30대 ‘패닉 바잉’(공황 구매) 수요가 서진(西進)하고 있다. 매매·전세가가 동반 급등하고 청약 시장도 과열되면서 서울과 인접 지역을 떠나, 집값이 덜 비싼 인천, 안산, 시흥 등지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역의 교통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점도 20~30대의 매매 수요를 자극하며, 해당 지역 집값은 가파르게 뛰고 있다.
◇안산·시흥 집값 상승률, 서울의 10배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아파트 매매 가격은 상승률 순위에서 서울과 가까운 의왕(14.6%)에 이어 안산(11.33%), 시흥(10.61%)이 1~3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1.2%)의 10배에 달한다. 인천도 6.45% 올랐다.
특히 이들 지역 아파트값은 갈수록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안산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월 첫 주 0.06%에서 이번 주 0.8%로 오름세가 10배 넘게 확대됐다. 시흥 아파트값 상승률은 1.08%로 연초(0.18%)의 6배에 달한다. 수도권 서부 아파트값 상승은 20~30대의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인천 아파트 매수자 중 20~30대의 비율은 지난달 33.8%로, 지난해 같은 기간(23.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의왕(40.9%), 안산(38.1%), 시흥(32.1%)도 모두 지난해보다 20~30대의 매수 비율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집값 싸고 교통 호재까지
20~30대가 수도권 서부 지역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다. 시흥시 시흥대야역 인근 ‘은계어반리더스’는 전용면적 84㎡의 매도 호가(呼價)가 7억원대 중반으로 인접한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나 경기 광명시의 동일 면적 신축 아파트보다 4억원가량 낮다. 안산 역시 역세권 신축 아파트 84㎡의 시세가 7억~8억원대로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
게다가 교통망이 꾸준히 확충되면서 서울 출퇴근 문제도 해소되고 있다. 2018년 안산 단원구 원시동과 부천 원미구 소사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서해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두 지역 간 이동 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24분으로 단축됐다. 덕분에 안산, 시흥 거주자들은 소사역에서 1호선을 타면 서울 구로, 영등포, 용산, 서울역 등으로 한 번에 갈 수 있게 됐다. 안산·시흥에서 여의도로 직접 연결되는 신안산선도 2024년 개통될 예정이다. 의왕은 월곶판교선과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 수도권 서남부 양대(兩大) 교통 대책의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인천 역시 서울 도심으로 연결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노선이 추진 중이고, 3기 신도시 계양지구가 조성되면서 간선도로망도 확충될 예정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집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교통도 편리한 수도권 서부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남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외곽 집값이 들썩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과열 끝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에도 집값이 하락기에 접어들기 전 수도권 외곽 등 비인기 지역 집값이 급등했다”며 “최근 수도권 서부 집값 급등 역시 대세 하락의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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