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욕설하는 문파, 진보 아니다..솎아내야"

조현호 기자 입력 2021. 4.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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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맛칼럼니스트 "정치적 유불리 너머 윤리와 도덕의 문제, 해체시키지 않으면 문재인-민주당 다 죽일 것"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서울시장 재보선 참패후 조국 사태를 반성했던 '2030 세대'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욕설과 인신공격성 문자 폭탄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이 같은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문재인 지지층에서도 나왔다.

2017년 1월 문재인 후보 지지모임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던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최근 이른바 욕설과 인격모독을 하는 문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황씨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CBS노컷뉴스 기사(“가족 욕에 멘붕”…與 뒤흔든 '문파' 문자폭탄)를 인용했다. 이 기사에는 한 지지자가 초선의원에게 '야이 미친 ○○, 개○○들아, 니네가 잘나서 당선된 것 같지? 그때 너랑 공천에서 붙은 ○○○를 찍을 걸 그랬다. 부끄럽지도 않냐?'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례가 소개돼 있다. 황씨는 “문파의 욕은 일베나 양아치 수준을 넘는다”며 “세상에 어떻게 저런 욕을 하는 사람이 문재인 지지자일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품와 정반대편에 있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황씨는 자신도 “문파로부터 수년간 수시로 온갖 욕설을 메시지와 댓글로 받았다”며 “건수로 보자면 수천만 건은 족히 될 것”이라고 썼다. 그는 문파를 두고 “문재인의 이름으로 욕을 하는 집단”이라며 “욕을 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들이 욕을 하며 보호하려는 인물까지 경멸하게 된다. 문파는 물론이고 결국은 문재인도 경멸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들이 문재인 지지자를 문재인으로부터 떨구어내는 일을 해 문재인과 1000~2000명의 '욕쟁이 문파'만 남기게 될 것이고 우려했다. 황씨는 지난 15일에도 “내버려두면 이들이 문재인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죽일 것”이라며 “당장에 해체시켜야 한다”고 했다.

황씨가 이 같은 비판을 잇달아 한 데엔 자신도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2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저는 지금도 변함없는 문재인 지지자”라면서도 과거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관한 글을 한 번 쓰면서 문제가 됐다. 그는 이재명에 대한 논란이 많아 그의 행적을 찾아봤다면서 그랬더니 이재명이 어렵게 살아온 이력과 가족사 등을 감안하면 이재명을 너무 욕할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해서 '이재명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한마디 쓴 일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얘기를 했다고 저한테 공격이 가해지기 시작해 어마어마한 댓글 인신공격과 욕설에 시달렸다”며 “내가 갖고 있는 전문영역의 것까지 '거짓말', '얕은 지식'으로 비하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으로 먹고사는 나쁜 종자'라는 비난을 했다. (일부의 경우) 집요하게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사진=김도연 기자

황씨는 이들이 왜 이러는지를 두고 “민주당 사람들에 물어보니 이들이 5~6년 전 문재인 팬덤 현상으로 몰려들어온 사람들로, 규모는 작지만 강력하게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큰 목소리를 내는 당원들”이라며 “이들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안고 가기도 버리고 가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황씨는 “이들의 활동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간 사회의 윤리 도덕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초선 의원에 날린 욕설 문자를 보면, 어떻게 같은 당 의원에게 이렇게 모욕적인 쌍욕을 할 수 있느냐”며 “윤리와 도덕을 어기고 해치는 사람은 민주당 안에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런 욕설과 인신공격을 하는 당원들을 어떻게 걸러내고 해체시킬 수 있느냐다. 황씨는 그들의 실체를 두고 “민주당 내 사람들은 잘 안다. 이런 집단을 주도하는 세력이 있다. 좌표를 찍는 사람이 리더”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하거나 가시적인 조직을 통해 질서있게 움직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씨는 “조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이 의지를 갖고 당원 또는 의원을 향해서 욕설하는 사람이 당원일 경우 출당조치하겠다고 하면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정화작업을 한번 해야 한다”며 “마치 욕쟁이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중심당원인 것처럼 돼 있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런데도 당이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계속 이를 문제삼으면 민주당은 더 안좋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말 욕설과 인신공격을 하는 지지층과 그렇지 않은 강성 지지층은 구분할 수 있을까. 황씨는 “조국 지지층 중에 (욕설을 하는) 문파도 있겠죠”라며 “왜 조국을 선거패배의 원인처럼 끄집어 냈느냐며 초선 의원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대부분이 좌표 찍고 욕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극성 지지층이라고 해서 다 욕하지는 않는다. 악랄하게 욕하는 분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파의 이런 행위의 배경을 두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탓에 문 대통령 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기 위해서라고 한 해석에는 견해를 달리했다. 황씨는 “일부 그런 측면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노무현을 잃은 것이 극렬히 지지하지 않아서는 아니다”라며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지지해야 보호받지 소수의 극렬지지층이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이 정권재창출의 동력이나 정치참여의 에너지라는 평가를 두고 황씨는 “욕을 하면서 무슨 에너지냐, 그게 어떻게 진보냐”라며 “비판하고 토론하는 것이 민주공화정 시민의 에너지이지, '가족을 욕한다거나' '근거없이 욕설하는 것'이 어떻게 에너지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당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 아닌가라는 질의에 황씨는 “이런 것을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극렬 지지층의 문제가 정권 초부터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다 알면서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묻자 황씨는 “나도 답답하긴 하다”며 “당 문제일 수도 있고, 문재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본인 이름이 걸려있으니 애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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