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김치 종주국 논란' 대응법 [공복 김선생]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1. 4. 23. 00:02 수정 2021. 4. 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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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걸 공격 당하면 어떻게 방어할 지 모르게 됩니다. 최근 ‘김치 종주국 논쟁’에 대한 국내 반응과 대응이 그렇게 느껴집니다. 김치는 너무나 당연히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여겨 왔는데, 그렇지 않다는 중국의 황당한 주장에 어떻게 대응할 지 갈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김치 종주국 논쟁은 중국 쓰촨 지역 파오차이가 지난해 11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 인증을 받은 뒤 시작됐습니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굴욕’이라는 내용의 환구시보 기사를 시작으로 중국은 김치의 중국 기원설을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치가 뭔지 정확히 모르니 우왕좌왕

‘중국의 김치 종주국 주장을 우리는 어떤 근거와 논리로 대응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는 행사가 최근 열렸습니다. 지난 16일 한국식생활문화학회와 세계김치연구소가 공동으로 ‘김치, 현대적 가치와 미래적 대안’을 주제로 춘계 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음식인문학연구원 김홍렬 원장은 ‘김치 종주국 논란의 배경과 진실, 그리고 대응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김 원장은 “현재까지 우리 대응 활동과 논란의 전개 양상 및 대응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김치 정체성에 대한 정리의 부재와 그에 따른 홍보·교육의 방향 및 내용의 한계’를 꼽았습니다.

“놀랍게도 우리 김치 전문가들이 가진 김치 관련 지식과 정보가 생각보다 빈약하고 한정적이다. 만드는 법 위주의 김치 지식은 과학적 검증을 받지 못한 내용이 많고 특히, 역사·문화 부문을 제대로 공부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얼마 전 담당 부서 주관으로 김치 종주국 논란 대응 토론회가 열렸다. 참가한 전문가 대다수는 우리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가 무엇이 다르며 그러한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자신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상대의 주장에 맞서려면 김치의 역사·문화적 및 과학적 연구 결과 데이터 등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된 완벽한 대응 논리로 무장되어 있어야 함에도, 아직 학계에서조차 김치와 타 채소 절임 식품 간의 차이점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와 정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방송과 신문에서 김치를 홍보하고 교육하는 칼럼니스트나 김치명인들도 유사하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일반 시민들 역시 근본적 차이를 모른 채 그저 김치는 ‘발효식품’이거나 ‘유산균이 풍부한 건강식품’이거나 ‘고추가 들어가서 빨갛고 매운 음식’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김치가 무엇인지, 중국 파오차이나 일본 츠케모노와의 근본적 차이를 몰라서 중국의 허튼 주장에 우왕좌왕했다는 거죠.

◇'김치다움' 젓갈과 고추에서 발현

그렇다면 김치만의 특징 즉 ‘김치다움’은 무엇일까요. 김 원장은 ‘젓갈의 사용’을 꼽았습니다. 한국 김치의 독특성은 고추에 앞서 젓갈에서 발현됐다는 거죠. 이걸 이해하려면 절임채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김치와 파오차이, 츠케모노는 모두 절임채소입니다. 절임채소는 식재료를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이나 식초에 절이는 ‘단순(單純)절임’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발효(醱酵)절임’이 등장했고, 소금과 식초 이외의 식재료를 추가해 다른 맛을 내는 ‘가미(加味)발효절임’(15~18세기)과 전용 양념을 활용한 ‘복합발효절임’(18~20세기) 단계를 거쳐 오늘날의 ‘기능성 발효’ 단계로 진화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원장은 “김치는 발효된 젓갈을 사용하는 가미발효절임이라는 프로세스를 도입하면서 여타의 절임 채소류와 구분되는 독자성을 확립하였고, 여기에 다양한 재료를 포함하는 전용 양념을 만들어 복합발효를 추구하는 기술이 더해지면서 전대미문의 절임채소로 자리잡게 됐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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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을 내기 위해서건 귀한 소금을 대신하거나 보충하기 위해서건, 젓갈을 이용해 가미함으로써 가미발효절임으로 진화했고, 이는 “김치가 세상의 다른 모든 절임 채소식품과 차별화되는 독특성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라고 김 원장은 설명합니다.

이후 18세기 무렵부터 사용된 고추를 더함으로써 복합발효절임으로 다시 한 단계 진화했습니다. 여기에 결구배추(속이 꽉 찬 배추)가 도입되면서 오늘날 한국 김치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다들 익히 아는 내용인가요? 적어도 저는 절임채소와 김치를 진화 단계와 시대로 나눠 정리한 건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김 원장은 “기존 김치 문화사 연구들은 사용 재료(原材料)와 제법(調理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사건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김치 독자성을 명확히 하는데 혼란을 가져다 주었고, 이는 중국의 김치 종주국 주장에 대해 명확한 대응 논리를 찾기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고 했는데, 저는 동의합니다.

김치의 독창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김 원장의 발제 내용을 압축해 소개했습니다. 방대한 내용을 요약하느라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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