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동맹 흔드는 발언 할 땐가
줄타기 외교를 접고 '가치 동맹' 복원해야
코로나19 백신 조달에 비상등이 켜져 한·미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북한과 중국을 편드는 메시지를 내 우려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21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 (대화를) 진전시키면 결실을 거둘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싫어하는 소리만 골라서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은 북한의 숙원인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를 실현해 준 싱가포르 합의를 ‘실패작’으로 못박았으며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없다”(3월 29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고 공언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와 정면충돌하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던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미·중 갈등과 관련,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당파를 초월한 국가적 결단이다. ‘ABT’(트럼프만 빼고)로 집권한 바이든조차 대중 정책만은 트럼프를 계승한 이유다. 그런데 동맹인 한국 대통령이 남 얘기하듯 “중국과 싸우지 말라”고 훈수했으니 워싱턴에서 “한국이 우리 동맹 맞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국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보낸 메시지에서도 “아시아 국가 간 신기술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과 ‘글로벌 기술 전쟁’을 개시한 상황에서 대놓고 중국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개도국에 대한 중국의 백신 지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5월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부담스러운 청구서를 쏟아낼 게 확실시된다. 미·중 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고, 북한 비핵화에 공조하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세 가지가 핵심이다. 문 대통령에겐 죄다 난제다. 그런데다 백신을 받아 와야 하는 과제까지 스스로 떠맡았다. 미국산 백신 도입이 절실한 마당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북한·중국을 편드는 발언으로 미국을 당혹에 빠뜨리고 있다. 이래 놓고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 온다면 ‘외교사의 기적’으로 남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줄타기 외교’를 접고 동맹 중심 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인권의 가치와 북한 비핵화의 시급성 및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는 정도의 메시지는 내놔야 한다. 또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에 당장 가입이 어렵다면 산하 기구인 ‘코로나 워킹그룹’에라도 참여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치 동맹’을 복원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백신 도입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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