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도부터 양키스까지..류현진 '천적' 변천사

안희수 2021. 4. 2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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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다음 보스턴전 등판이 기대된다. 게티이미지

류현진(34·토론토)의 빅리그 커리어는 어깨 수술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아시아 투수 최초로 평균자책점 1위(2.32)를 차지한 2019시즌을 기점으로 삼는 야구팬도 있다. 선수의 위상이 달라졌다. 2018시즌을 변곡점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부상으로 풀타임은 소화하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1점(1.97)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즌이다. 커터(컷 패스트볼)를 확실한 무기로 장착한 시점이다.

정상급 투수로 올라서기 전까지는 류현진에게도 '천적'으로 여겨지는 상대 타자가 꽤 많았다. LA 다저스 소속 시절에는 지구(내셔널리그 서부) 라이벌 팀에 1명 이상은 있었다.

폴 골드슈미트가 대표적이다. 현재 그는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의 팀 동료지만, 류현진이 빅리그에 입성한 첫해(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애리조나 소속이었다.

류현진은 2013시즌에만 14번 승부 중 7안타(1홈런)를 허용했다. 어깨 부상에서 재기하고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2017시즌 재대결(8월 31일)에서도 홈런을 맞았다. 2018시즌 대결(9월 1일)에서도 피홈런 1개가 더 쌓였다.

샌프란시스코 간판타자였던 헌터 펜스도 있다. 2013~14시즌은 22번 중 10안타를 맞았다. 타점 7개를 허용했다. 피홈런은 없었지만, 주자를 두고 상대한 승부에서 고전했다. 통산 피안타율은 0.382.

콜로라도전 등판에서는 찰리 블랙몬과 놀란 아레나도(현재 세인트루이스)에게 약했다. 블랙몬은 2013~14시즌에 10번 승부에 5안타를 맞았다. 2017시즌에는 블랙몬 상대 피안타율을 0.182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아레나도에게는 9번 중 8번이나 안타를 맞았다. 피홈런만 3개. 류현진 커리어 최고 시즌으로 평가받는 2019시즌도 피홈런 1개 포함 5피안타(피안타율 0.417)를 기록했다.

DENVER, CO - JUNE 28: Colorado Rockies third baseman Nolan Arenado (28) points to the sky after hitting a two-run home run against Los Angeles Dodgers starting pitcher Hyun-Jin Ryu (99) in the first inning scoring Charlie Blackmon at Coors Field June 28, 2019. Los Angeles Dodgers catcher Russell Martin (55) watches as Arenado crosses home plate. (Photo by Andy Cross/MediaNews Group/The Denver Post via Getty Images)

천적이 2명이나 있다 보니 콜로라도전 성적도 안 좋았다. 류현진은 2017시즌 콜로라도전에 4번 등판했는데, 16⅔이닝 동안 21점을 내줬다. 모두 패했다.

5월 12일 등판에서는 10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MLB 커리어 최다 실점이었다. 콜로라도 홈 쿠어스 필드 평균자책점은 10.13에 이르렀다. 2019시즌도 콜로라도전에서 상승세가 끊겼다. 시즌 15번째 등판까지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하며 이 부문 MLB 1위를 독주했지만, 6월 30일 콜로라도전에서 피홈런 3개 포함 7실점 하며 무너졌다. 이때도 아레나도에게 1회부터 투런포를 맞았다. 평균자책점은 1.83까지 올라갔고, 2.13을 기록하며 2위에 올라 있던 마이크 소로카(애틀란타)와의 차이가 줄었다.

그러나 약 한 달이 지난 8월 1일 콜로라도전 등판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설욕했다. 쿠어스 필드 원정에서 처음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9월 23일 나선 2019시즌 콜로라도전 마지막 등판에서도 7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리그 정상급 반열에 올라서고 있던 시점에서는 '지난' 데이터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가장 최근 부각된 천적은 뉴욕 양키스였다. 양키스도 2019시즌 류현진의 평균자책점 1위 수성에 타격을 가했던 팀이다. 류현진은 2019시즌 8월 24일 등판에서 4⅓이닝 동안 9피안타 7실점을 기록했다. 이전 경기까지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했던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이 경기 뒤 2.00까지 올라갔다. 애런 저지, 개리 산체스, 디디 그레고리우스에게 홈런 3개를 맞았다. 토론토 이적 뒤 첫 맞대결이었던 9월 8일 경기에서도 5이닝 6피안타 5실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도 '한 경기' 3피홈런.

NEW YORK, NEW YORK - APRIL 01: (NEW YORK DAILIES OUT) Hyun-Jin Ryu #99 of the Toronto Blue Jays in action against the New York Yankees at Yankee Stadium on April 01, 2021 in New York City. The Blue Jays defeated the Yankees 3-2 in ten innings. (Photo by Jim McIsaac/Getty Images)

그러나 17일 뒤 등판한 9월 25일 2020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토론토는 이 경기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은 2일 개막전 5⅓이닝 2실점, 14일 2번째 맞대결에서 6⅔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거포' 애런 저지,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첫 대결에서 잘 구사하지 않았던 커브 구사를 늘렸고, 허를 찌르는 볼 배합과 로케이션 보여줬다. '농락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류현진은 가장 최근 등판에서 보스턴에 5이닝 8피안타 4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2번째 패전을 당했다. '한 이닝 팀 사이클링히트'를 허용하기도 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이전 등판인 양키스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보스턴은 22일 현재 팀 OPS(출루율+장타율) 1위다. 뜨거운 공격력을 앞세워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선두를 지키고 있다. 양키스 타선이 팀 OPS 최하위(30위)까지 떨어지자, 국내 MLB팬은 '경계해야 할 팀은 따로 있었다'는 목소리를 냈다.

전적도 열세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보스턴전에 3번(월드시리즈 포함) 나섰다. 2019시즌 등판에서는 7이닝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호투했지만, 다른 2번은 모두 4점 이상 내줬다. 올 시즌 등판을 포함해 펜웨이파크 원정도 3번 중 2번은 고전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해도, 보스턴 타선을 류현진의 새 천적으로 단정 짓기는 이르다. 류현진의 커리어에 천적 타자, 유독 약했던 팀은 항상 있었다. 아레나도에 대해서는 류현진도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천적 관계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팀은 없다. 맞대결이 늘어나면 더 불리한 쪽은 투수인데, 류현진은 반대 양상을 보여줬다. 승부를 통해 상대 타자를 밀도 있게 파악하고 다채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9시즌 이후 뚜렷하게 약세를 보인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현재 류현진은 2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 안에 오른 리그 정상급 투수다. 2013~17시즌과는 다른 투수다. 아레나도, 골드슈미트와의 맞대결이 올 시즌 펼쳐진다면,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

토론토와 보스턴은 5월 19일부터 시즌 두 번째 3연전을 치른다. 5인 로테이션이 변수 없이 이어지면 이 3연전 중 한 경기에 류현진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은 올 시즌 두 차례 등판만으로 양키스 앞에 붙었던 '천적'이라는 표현을 지워버렸다. 재대결이 성사됐을 때 불리한 쪽은 보스턴 타선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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