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수인선(水仁線)
[경향신문]
수인선은 일제강점기에 경기도 내륙지방의 미곡과 소래염전의 소금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 만든 사설 철로였다. 그 후 국철로 바뀌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역할이 미미하게 되어 1992년에 폐선되었다. 1955년 ‘보통 역’ 아홉 곳, ‘간이역’ 한 곳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그와 반대로 간이역 위주로 달리는 협궤 열차였다. 2012년 일부 구간이 복선철도로 전환되어 개통하면서 지금은 수도권 전철과 연계되어 광역철도망을 이루고 있다.
고정남 작가의 수인선은 도시 변두리 이야기다. 수원과 인천 사이 서울을 비켜간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잡풀이 우거진 철로 위에 한 남자가 우뚝 서 있다. 그의 표정은 어색하기도 하고 담담하기도 하다. 고정남의 카메라는 대도시 인근과 지방의 소외되고 황량한 곳에 시선이 머문다. 수인선 주변의 소소하면서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들. 고정남의 작업은 딱 그렇게 전개된다. 잘 짜인 구도와 형태를 넘어서 ‘삶은 이렇소’ 하고 툭툭 내뱉는 듯하다.
작가는 헝클어진 풍경과 엉뚱한 주제들을 사진에 집어넣는다. 사람이 무시로 걸어 다니는 협궤 철로 위에 선 중년의 남자 뒤로 펄 밭과 아무렇게나 늘어선 작은 배들, 멀리 신축 아파트들이 보인다. 이런 뒤죽박죽인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사진은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전한다. 마치 삶이 잘 짜인 극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사진에는 오늘은 어제와 이어져 있고 어김없이 내일로 향한다는 시대적 통찰이 바탕에 깔려 있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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