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탄소 줄이기' 행동이 먼저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2021. 4.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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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월22일, 어제는 알다시피 지구의날이었다. 1969년 캘리포니아만에서 유조선 침몰로 원유가 유출되어 환경재난을 초래한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미국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과 하버드 대학생이 중심이 되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생각과 행동을 모아보자며 센트럴 파크로 모인 게 시작이 됐다. 이후 민간환경단체 중심의 기념일로 통용되고 있고, 정부 차원의 지구환경 보전 기념일은 유엔이 정한 6월5일 환경의날이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그로부터 51년이 지난 대한민국 서울, 그것도 대기업들의 모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보도자료를 통해 “22일은 지구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경보호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지구의날”이라며 “환경 이슈 중에서도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의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경련이 일단 지구의날을 특별한 날로 인식하고 관련 메시지를 언급한 것이 이날 최초가 아닌가 싶다. 매우 기쁘고 환영할 일이다.

사회심리학 개념 중에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 이론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과제를 더 잘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별한 행동이나 주고받음이 없이 단지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수행능력을 높여주는 현상이다. 이때 타인의 존재는 실재하지 않더라도 상상 속에서 평가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요즘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는 ESG 경영도 기후재난을 금융위기로 인식한 대규모 자본이 불러일으킨 일종의 사회적 촉진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타인의 존재가 수행력을 높여주려면 그 과제가 나에게 아주 능숙한 일, 잘하는 일일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게 함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ESG 허들을 넘으려면 ESG 평가 기준에 익숙하고 단련되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현상도 있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혼자 일할 때보다 노력을 덜 들여 개인의 수행이 떨어지는, 일종의 무임승차 현상이다.

다시, 지구의날에 전경련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은 했으나 주요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보다 더 늘었고, 이것은 2030년 한국의 국가감축목표가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인 점을 감안하면 목표와는 거꾸로 가는 중이다. 전경련의 입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포집기술에 집중해야 하고,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일본·호주·아세안이 협력해서 ‘탄소중립판 쿼드’에 합류하자는 것이다. 모두 좋은 내용이다. 다만 협의체에 의탁해서 책임을 분산시키는 탄소중립 태만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는 11월 영국 글라스고에서 개최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알록 샤마 의장이 지난 6일 방한하였다. 그는 한 연설에서 “실물 경제 전반에 걸친 기후행동 없이는 탄소 중립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포집기술도 매우 중요하고, 글로벌 탄소중립 연대를 만들어 상부상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의 전방위에서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기후행동이 더 먼저다. Everyday, Earthday!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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