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다 까먹었다..'한번 승리'에 취해 퇴행하는 국민의힘

김민순 2021. 4.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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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 압승의 기쁨을 맛본 것은 불과 2주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이라는 '오욕의 역사'를 다시 부각시키는 것도 국민의힘이다.

선거 승리 전까지는 사면도, 두 전직 대통령의 이름도 금기어였지만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2030세대의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싫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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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국위원회의에 당직자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 압승의 기쁨을 맛본 것은 불과 2주 전. 기쁨에 과하게 취한 건지 패착이 거듭되고 있다.

'선거 승리의 기세를 몰아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다짐은 흩어지고 보수세력 주도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으로 연일 시끄럽다. 보수에 사망 선고를 내린 '박근혜 탄핵'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가 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조급해한다. '자칭 청년 정치인'은 청년들의 마음을 오독하고, 이 모든 혼란을 틈타 '극우'를 연상시키는 정치인들이 부활을 시도한다.

거칠게 말하면, 국민의힘은 '다 까먹을' 위기에 처했다.


①'김종인 vs 중진그룹' 주도권 싸움

요즘 국민의힘을 채우고 있는 단어는 '쇄신'이 아닌 '싸움'이다.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싸움의 한 축이다. "아사리판" "흙탕물" "작당" 등의 표현으로 국민의힘을 공격했다. 김 전 위원장이 조준하는 건 '상왕 김종인의 복귀'를 경계하는 당 안팎의 중진 의원들이다. 공격받은 쪽도 참지 않았다. "마시던 물에 침을 뱉었다"(권영세 의원), "노욕에 찬 정치 기술자"(장제원 의원) 같은 저격이 이어졌다.

내년 대선을 앞둔 보수 야권의 주도권 경쟁이 싸움의 본질이다. 재보선 직후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고 겸손해 하더니, 어느새 '잘해서 이겼으니 이대로 대선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②스스로 소환하는 '적폐의 흑역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을 함께 하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 시장과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이라는 '오욕의 역사'를 다시 부각시키는 것도 국민의힘이다. 선거 승리의 주역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처음 내놓은 공동 메시지는 '민생'이 아닌 '사면'이었다. 21일 청와대 오찬에서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요구했다. 부정부패로 투옥된 두 전직 대통령을 "최고의 시민"이라고도 불렀다.

친박계 출신으로, 당내 최다선(5선)인 서병수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탄핵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했다. 선거 승리 전까지는 사면도, 두 전직 대통령의 이름도 금기어였지만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이는 이번 보선을 통해 확인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유권자의 염원을 배반한 것이기도 하다.


③'청년 표심' 갈라치는 청년 정치인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4월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2030세대의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싫어서'였다.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우연히' 잡은 청년 표심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2030세대의 보수화'라는 편의적이고도 단편적인 해석에 취해 있다.

청년 정치인을 자처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진단했다. 2030세대 남성의 여성 혐오와 피해의식을 부추겨 보수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그의 의도인 듯하다. 그의 '안티 페미니즘' 행태에 소수의 2030세대 남성 유권자는 매력을 느낄지 몰라도 여성들은 국민의힘에서 더 멀리 떠나가게 한다.


④겨우 멀어졌는데, 다시 드리우는 '태극기 그림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해 4·15총선 당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선거 패배를 직감하고 당대표직 사퇴를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보궐 승리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최근 정치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태극기 부대와 적극 손잡고 당을 패배로 이끈 '패장'의 등장은 중도층에게는 감점 요인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러다 도로 미래통합당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제발 나서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며 "그 분들이 등장하는 순간 우리 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 건 너무 확실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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