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저' 양산 주민들 입모아 "공사 전 소통 부족했다"

김명규 기자 2021. 4. 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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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놀이공원 가까운데 사저까지 세우면 마을 혼잡 우려
주민단체 "대화 미루더니 공사 착공..시가 현수막까지 철거"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들어설 예정인 경남 양산 하북면 일대의 주민들이 지역 곳곳에 사저 건립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 뉴스1 김명규 기자.

(경남=뉴스1) 김명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예정지인 경남 양산시 하북면이 어수선하다.

하북면 주민들은 평산마을에 이달 초 사저 경호시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청와대와 양산시에 대한 불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소통 부족'이 이유였다.

지난해부터 사저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걱정이 앞서 있다. 사저 예정지인 평산마을에서 양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통도사가 차량으로 7~8분거리에 있고, 놀이공원인 통도환타지아가 2~3분거리로 코앞에 있다. 대통령 사저까지 더해 관광코스가 돼 혼잡해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북면의 중심인 하북면행정복지센터에서도 차량으로 5분가량 이동해야 나오는 평산마을 일대는 현재 마땅한 주차공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을 내부로 들어오는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만 되어 있지 중앙선을 긋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하다. 주민들은 그밖에도 예상되는 우려를 청와대나 양산시가 들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청와대 경호처가 평산마을 주민 10여명을 모아 공청회를 개최했다. 경호시설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평산마을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공청회는 큰 소란없이 30분만에 끝났다.

경호처가 공사에 따른 주민불편에 대해 양해를 구했고 주민들도 이해하고 협조하는 것으로 이야기 됐다. 주차장과 도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48가구, 100여명이 거주하는 평산마을 주민들 대다수는 사저 건립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마을 이장은 "마을주민 중 1~2사람이 반대하지만 나머지는 대통령이 오는 것을 반기고 있다"면서도 "최근 면이 어수선해진 것은 양산시 등이 하북면의 주민단체들과 소통이 없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사저를 반기는 평산마을과는 달리 하북면의 주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하북면주민자치위원회, 이장협의회를 비롯한 16개 주민단체는 지난 21일 하북면 곳곳에서 '대통령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은 현수막에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사저 건립을 중단하라', '주민 의사 반영 안 된 사저 건립 원천 무효' 등의 문구를 적었다.

대통령 사저 건립이 평산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 주민단체는 경호시설 착공 전 청와대와 양산시가 평산마을은 물론 인근마을을 비롯해 하북면의 주요 시민단체가 참석하는 자리를 마련했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북면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사저 건립과 관련해 주민들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4월9일 양산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시에 요청했지만 시장 일정 등을 이유로 시가 이달 말로 미뤘었다. 그런데 청와대 청호처가 평산마을 주민 몇 명과 자리를 가진 뒤 공사에 들어가버린 것"이라며 "청와대는 물론 양산시와도 대화 한번 없었다. 결국 단체 대표들과의 회의 끝에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을 내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저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지난해부터 나온 뒤 부동산이 요동치고 주민 간의 갈등이 생기는 등 평온했던 면이 뒤숭숭해졌다"며 "경호로 인해 CCTV가 마을 곳곳에 깔리고 관광객이 몰리면 지역주민은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지난 21일 주민단체들이 하북면 곳곳에 내건 현수막을 양산시가 일부 철거하면서 하북면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양산시는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불법으로 현수막을 걸어 30여개 중 일부를 철거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주민단체들은 "소통에 나서지 않았던 시가 재갈까지 물리려 한다"고 발끈하며 29일로 예정돼 있던 시장과의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산시 관계자는 "29일 간담회를 갖기로 약속이 돼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불법현수막을 내걸었다. 주민단체의 주장처럼 시가 다 철거를 한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에서 대통령 사저를 짓는데 성급하게 시가 앞에 나서 주민들과 이런저런 약속을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난감해했다.

문 대통령 사저가 들어설 양산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전경. © 뉴스1

km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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