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 '도라마'와 '사쿠라'.. '문제없다'는 키르기스스탄 방송사

유민 2021. 4. 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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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드라마로 일본 홍보하는 중앙아시아-러시아 TV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최대 IT TV사 중 한 방송사가 '한류 드라마' 채널을 운영하면서 채널 이름과 로고에 일본어인 '도라마'와 일본 국화 '사쿠라(벚꽃)'를 사용해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리포터 취재 결과 이 '한류 드라마' 채널은 러시아 민영방송사인 N-TV가 운영하는 것으로 키르기스스탄뿐만 아니라 러시아어권 전역에 방송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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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드라마로 일본 홍보하는 중앙아시아-러시아 TV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최대 IT TV사 중 한 방송사가 ‘한류 드라마’ 채널을 운영하면서 채널 이름과 로고에 일본어인 '도라마'와 일본 국화 ‘사쿠라(벚꽃)’를 사용해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리포터 취재 결과 이 ‘한류 드라마’ 채널은 러시아 민영방송사인 N-TV가 운영하는 것으로 키르기스스탄뿐만 아니라 러시아어권 전역에 방송을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러시아권 전역이 한류 드라마를 일본 문화로 혼동할 우려가 있다. 


◆비슈케크의 한 음식점에서 틀어 놓은 '도라마'채널. 우측 상단에 일본 국화 사쿠라와 도라마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한국 드라마 틀며 '도라마'와 '사쿠라' 24시간 노출


러시아 민영 N-TV 자회사인 키르기스스탄 최대 디지털 TV 방송사업자인 ‘메가콤(24시간 드라마 방송 채널)은 채널 이름인 도라마와 사쿠라(벚꽃)을 화면 우측 상단에 24시간 노출시키고 있다. 


‘도라마’ 채널은 자사 홈페이지에 “일본, 한국, 중국, 타이완 드라마를 24시간 365일 편성하는 채널”이라고 소개돼 있다. 그러나 글로벌 리포터가 일일 프로그램을 확인해본 결과, 타이완 드라마 1개를 뺀 나머지는 모두 한국 드라마로 편성해 방영하고 있었다. 사실상 한국 드라마 전문 채널인 것이다. 즉 우리 드라마가 방영될수록 일본의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데 이용당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4월 7일 일일 편성표에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한국 드라마 5편이 편성돼 있었다. 오전 6시부터 SBS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피노키오’를 시작으로 오전 8시에는  jtbc의 ‘무정도시’ , 오전 9시에는 KBS 드라마 ‘화랑’, 오전 10시 45분에는 tvN 'K2'가 보디가드라는 러시아식 제목으로 방영됐다. 오전 11시 55분에는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러시아어 ‘쁘라르봄쌰’(밀고나가자라는 뜻의 러시아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고 오후 1시부터 밤 12시까지는 다시 피노키오 등 모두 5편의 한국 드라마가 재방송되었다. 


한국인 교수들 “사쿠라(벚꽃) 생일 케이크" 받고 당황 


이처럼 우리 드라마에 벚꽃 로고와 일본어 채널 이름이 선명히 박힌 채 방영되면서 “한국 드라마가 일본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젊은이들 중에는 한국 드라마를 일본 드라마로 착각하거나, 한국을 표현할 때 일본의 국기, 국화, 일본 용어를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비슈케크 국립대학의 한 한국인 교수는 얼마 전 얼굴에 일본 국기를 그리고 나타난 키르기스스탄 제자들이 벚꽃 모양을 넣은 생일 축하 케이크를 선물한 황당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해당 교수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일본 국화인 사쿠라(벚꽃) 케이크를 받았을 때 정말 충격이었다”면서 학생들에게 이유를 묻자 ‘도라마’채널의 로고를 예로 들었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얼굴에 벚꽃을 그린 제자들이 벚꽃 그림이 있는 생일 카드를 내민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음식 문화를 혼동하는 일도 흔하다. 중앙아시아의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의 김밥을 스시로 부르는 것은 다반사다.


‘도라마’ (DORAMA)채널을 운용하는 메가콤 측은 “러시아 N-TV와의 계약을 통해 채널을 서비스하는 것 일 뿐 우리는 자세한 것은 모른다"라며 “문제가 있으면 도라마 채널을 판매한 러시아 측에 문의하라”라고 대응하고 있다. 또한 방영 드라마 대부분이 한국 드라마인 것은 맞지만 일본식 채널 이름과 로고를 노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류 전문가들 “배급사가 일본 홍보 금지 조항 특약해야”


하지만 한류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한류 드라마가 일본 홍보에 이용되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저작권을 가진 국내 배급사가 계약  체결 시 '일본 홍보 금지 조항'을 삽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영향력이 큰 방송사의 팩트 오류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 공관이 나서 시정토록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키르기스 국제대학(KIKU) 커뮤니케이션학과 자파로브 에미르 교수는 '문화의 상호성 다양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팩트 자체의 오류는 국가 간의 관계를 오히려 저해하므로 강력히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 유민 글로벌 리포트 ryumin00@naver.com


■ 필자 약력 

키르기즈국제대학(KIUC)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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