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어떻게 문화 올림픽을 유치했나

조창완 입력 2021. 4. 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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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유니마총회 개최, 세계인형극축제와 함께 열려.. 3백만 명 관람 예상

[조창완 기자]

 
 21일 밤 11시 유니마 총회 개최지로 춘천이 결정되자 감격하는 이재수 춘천시장과 임정미 유니마코리아 이사장
ⓒ 조창완
 
지난 21일 밤 11시 춘천인형극장에서는 거대한 함성이 터지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끌어 안았다. 프랑스 샤를르빌에서 열린 2025년 유니마 총회 개최지 투표에서 춘천이 캐나다 몬트리올을 큰 표 차로 제치고 선정된 것이다. 춘천은 전체 141표 가운데 92표를 얻어 27표에 그친 몬트리올을 압도적인 표 차로 이겼다(기권 22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됐지만 이번 개최지가 아시아인 인도네시아 발리였기에 대륙 간 교차 개최를 선호하는 특성상 몬트리올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근소한 차이도 아니고 유효표의 77.3%를 얻었다.

유니마(UNIMA 국제인형극연맹)는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문화단체이다. 1929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 인형극 박람회로 시작했고, 유네스코 산하 공식 민간기구이자 공연예술 국제기구 중 가장 오래된 단체다.

현재 공식 회원국만 101개국, 활동 회원국은 70여 개국이다. 유니마의 가장 큰 행사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총회와 세계 인형극 축제다. 두 행사는 같이 열리며 통상 열흘에서 2주간 행사가 치러진다.

행사는 대륙별 순환을 원칙으로 하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쿄(1988년)와 중국 청두(2012년)에서 행사가 열렸고, 올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됐다.

유니마 행사는 보통 100여 개 극단, 3000여 명의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여한다. 개최도시에서는 크고 작은 공연장이 개설되고, 세계의 관람객들이 모인다. 중국 청두 대회도 100여 개 극단이 750여 차례 공연을 벌였고 300만 명이 관람했다.

유니마 대회는 다른 국제행사들과 달리 거대한 시설을 지을 필요가 없다. 초청비용도 들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모두 자비로 행사에 참여하는데 총회 임원들과 빈곤국 초청자들의 비용 정도만 지원한다.

이날 춘천인형극장에서 환성을 지른 이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이 대회 유치에 공을 들여온 사람들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2016년 스페인 톨로사에서 열린 총회에서 인도네시아 발리와 경쟁을 벌일 때 한국 측 책임자인 유니마 한국 지사장이었다. 이 유치전은 총회 직전에 춘천시가 지원을 거부하는 등 갈등을 빚어 결국 발리에 패했다. 이재수 시장은 춘천인형극제 이사장 임기의 절반을 남긴 상태에서 사퇴했다. 그리고 5년 만에 시장으로 이 대회 유치에 공을 들였고 이번에는 낙승한 것이다.

23일 열린 유치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은 뼈 있는 농담을 했다.

"그때 시가 지원을 끊어서 유치를 못 한 게 전화위복이 된 면도 있다. 그때 우리가 유치했다면 발리처럼 취소될 운명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온라인 총회에서 만난 각국의 담당자들도 이전에 제가 읍소하면서 유치 활동을 한 것을 기억하고 있던 것 같다. 재수해서 된 만큼 잘 준비해 세계에 인형극뿐만 아니라 문화도시로 춘천을 알리겠다."

춘천의 미래 동력, 인형극
 
 22일 춘천시장 브리핑룸에서 유치 결정 기자회견을 하는 유치 주역들. 왼쪽부터 조현산 춘천인형극제 이사장, 이재수 춘천시장, 임정미 유니마코리아 이사장, 최돈선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 조창완
 
유니마 코리아 임정미 이사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유치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공을 세웠다. 2020년 9월부터 두 달간 알제리, 아르헨티나 등 13개국에 마스크를 보내 코로나19로 곤란을 겪는 인형극인들을 위로했다. 올해 3월에는 원주 한지개발원의 협찬을 받아 30여 개국 58개 팀에 한지를 배송해 국제 영상 공모전을 개최했다. 공모전에서 폴란드가 대상을 받고, 아이슬란드와 미국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 춘천은 인형극으로 독보적인 지역이다. 국내 유일의 인형극 전문극장이 있고, 춘천인형극제는 마임축제와 더불어 33년간 춘천을 대표해 온 문화예술 축제다.

인형극의 발판을 놓은 사람은 1989년 작고한 강준혁 기획자인데 그는 삼천동 어린이 회관에서 춘천 인형극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춘천인형극제는 행정이 아닌 인형극인들과 시민의 주도로 민간 공연예술제로 자리 잡았다. 춘천시민의 인형극 사랑과 인형극인들의 열정이 쌓여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시립 인형극단이 창단했다. 내년에는 국제 인형극 학교도 문을 열어 세계적인 인형극 도시로 발돋움할 준비도 하고 있다.

인형극은 이제 한 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이날 같이 자리한 조현산 춘천인형극제 이사장도 그 핵심 인물이다. 조 이사장은 2012년 중국 청두 세계인형극제에서 '달래 이야기'로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했고, 2015년 월간 <한국연극>의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되는 등 연출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달래 이야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공연되는 인형극으로 자리 잡았다. 조씨는 지난해 3월부터 춘천인형극제 이사장을 맡고 있다.

 
▲ 국내 유일의 인형극전문극장인 춘천인형극장 33년 역사를 가진 춘천인형극제의 주관 극장으로 건립됐다. 코로나로 위기지만 유니마 총회 개최로 큰 역할이 기대된다.
ⓒ 조창완
 
2025년 유니마 총회와 세계인형극축제는 춘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문화산업이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기간 춘천인형극장은 물론이고 강원대, 한림대 등 대학과 남이섬 등 다양한 공연 공간도 인형극 공간으로 활용된다. 중국 청두 대회의 경우 100여 개 극단이 800회가량의 공연을 했고 300만 명이 관람했다.

또 광주 아시아문화원, 서울문화재단 등이 협력단체로 있는 만큼 관련 지역도 각국 참가자들이 참석할 수 있는 공동기획을 해갈 계획이다. 또 이번 대회 유치를 계기로 인형극으로 원 소스 멀티유즈(OSMU)를 구현할 수 있다. 현재 인형극은 연극뿐만 아니라 이야기책, 영상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춘천의 다른 문화 축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춘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춘천마임축제나 연극제, 영화제를 온오프 라인으로 다양하게 진행해 위기에 빠진 문화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춘천시는 또 세계인형극 축제를 남북 평화를 이루는 계기로 만들 예정이다. 유치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재수 시장은 "2025년 유니마 총회는 인형극을 통해 전 세계가 생명과 평화의 울림을 나누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인형극단을 초청해 공동기획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평양 인형극단'은 5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연간 100여 편을 창작하고 1만 회의 공연을 할 만큼 북한에서 인형극은  활발한 예술 장르로 알려져 있다.
 
▲ 춘천인형극제 즐기는 관람객들 춘천 인형극제는 33년의 역사에 걸맞게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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