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찾기 넘어선 '로스쿨', 숨겨진 의도에 소름

이정희 2021. 4. 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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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이정희 기자]

 로스쿨
ⓒ JTBC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배우 김명민이 로스쿨 교수 '양크라테스(양종훈)'로 빙의해 학생과 시청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가 싶더니, 첫 회가 끝나기도 전에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렇듯 지난 14일 첫 선을 보인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은 충격적 도입부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회에 들어선 드라마는 사망한 서병주(안내상) 교수의 방에 들어간 또 다른 한 사람, 로스쿨 학생이자 조카인 한준희(김범)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양크라테스, 아니 지금은 로스쿨 교수 양종훈이 검사였던 시절, 서병주는 유력한 대권주자인 친구 고형수(정원중 분)에게 증여받은 땅으로 인해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에 섰다. 서병주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 사건으로 서병주를 법정에 세운 양종훈은 법복을 벗었고, 사법고시 2차까지 합격했던 한준휘는 삼촌에 대한 실망감에 사시를 포기했다. 

서병주와 애증으로 얽힌 양종훈과 한준휘

양종훈과 한준휘, 두 사람은 한때 서병주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다. 그들 앞에서 서병주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심지어 자신의 가족이라 할지라도 법의 저울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신념을 설파했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도 검사장이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간 서병주에게 배신감을 넘어 환멸을 느꼈다. 

공교롭게도 그런 기억을 갖고 있던 둘 중 한 사람이 서병주 살인범이 되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양종훈은 서병주에게 약물을 탄 커피를 강제로 먹여 살해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법복을 벗은 이유가 가장 강력한 '살해 동기'로 작용하며 양종훈을 얽맨다. 한준휘는 로스쿨에 간 조카를 위해 자신이 부당하게 챙긴 56억 원을 희사하여 모의 법정까지 세운 서병주의 숨겨진 죄, 뺑소니 사고를 자수시키려 하다 서병주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린 혐의를 받게 된다.

자신에게 거액의 상속재산을 남긴 서병주로 인해 외려 살해 동기가 생기게 된 한준휘. 서병주의 아내는 그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아니 어떻게든 그가 받은 상속재산을 빼앗기 위해 이미 묻힌 서병주의 시신 재부검을 요청한다. 
 
 로스쿨
ⓒ JTBC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진짜 범인이 되면 다른 한 사람이 '혐의없음'으로 인해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 드라마는 구치소 안에서 과거 자신이 잡아 넣은 범죄자의 칼에 찔려 생사를 오가는 양종훈을 비춘 뒤, 유일하게 수혈을 할 수 있는 성폭행범이자 과거 서병주의 뺑소니 사고에 대해 입을 닫는 대신 그의 운전기사로 취직한 이만호(조재룡)에게 전화를 걸어 수혈을 해주지 말라는 한준휘의 모습을 보여주며 양종훈과 한준위의 긴장 관계가 극에 달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오히려 한준휘가 이만호를 부추겨 수혈을 유도한 상황이었음을 드러낸다. 이후 한준휘는 서병주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진형우(박혁권) 검사의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인상을 흘린다. 양종훈이 풀려날 때까지. 

재부검 과정에서 나타난 약물 과다 복용과 두부 손상이라는 두 가지 사망 원인이 나온데다,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검경은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관계라며 두 사람을 '공동 정범'으로 까지 몰아가려 한다. 

서병주 교수의 죽음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준휘와 서병주 사이에 있었던 상황의 전모는 모두 드러났다. 한준휘는 서병주에게 과거 뺑소니 사건을 자수하라고 종용하고 서병주는 이를 거부한다. 이후 '그럼 내가 신고하겠다'는 한준휘와 서병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그 과중에 서병주는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저 사고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준휘는 다급하게 119에 구조 요청을 하지만 깨어난 서병주로 인해 해프닝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서병주의 죽음으로 한준휘는 내내 자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심지어 재부검으로 두부에 출혈 흔적이 나타나자 결과적으로 자신이 삼촌을 죽였다고 스스로 인정해 버리고 만다. 학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자퇴서와 숙모가 그리도 원하던 재산 포기 각서를 내고 떠나려 한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자신이 삼촌을 죽였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려는 한준휘를 양종훈이 막아선다. 부검의의 수상한 행동에 의문을 느낀 강솔 A(류혜영 분)의 기지로 재부검의 음모를 밝혀낸 것이다. 한준휘에게 간 재산을 욕심낸 숙모가 '재부검을 조작'하여 한준휘를 살인범으로 몰려했음을 양종훈은 폭로한다. 한준휘가 살해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나면 다시 유일한 살인용의자가 되는 상황임에도 양종훈은 거침이 없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범인으로 모는 대신, 서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그들이 법의 여신 앞에서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서병주를 추억하듯, 한준휘는 또 한 사람의 롤모델인 양종훈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양종훈은 자신이 아끼는 제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범인 찾기를 넘어선 <로스쿨>의 숨은 의도 

숨겨진 진실과 음모에 대한 스릴러물인 듯했던 <로스쿨>. 하지만 결국 드러나게 된 한준휘 사건의 진실은 <로스쿨>이 왜 로스쿨인가를 보여준다. 가장 존경했던 서병주가 '법' 전문가이기에 '법망'을 피하는 모습을 본 양종훈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법을 다루는 '사람'의 문제임을 절감한다. 그래서 스스로 법정에 서는 대신 법정에 서는 사람들을 제대로 키우려 로스쿨 교수가 되었다. 

그런 그였기에 취조를 받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죄를 해명하기보다, 학생들의 시험지 채점이 우선이었다. 심지어 재부검 과정에서 드러난 두 가지 사망 사유를 가지고 학생들 스스로 진실을 파헤치도록 기꺼이 '진실의 재물'이 되고자 한다. 그런 그였기에 다시 자신이 유일한 살해 용의자가 되는 상황이 올 걸 알면서도 유망한 법조인 지망생 한준휘를 구한다. 마찬가지로 한준휘 역시 서병주는 구할 수 없었지만, 양종훈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로스쿨
ⓒ JTBC
 
드라마는 혐의를 벗은 한준휘를 뒤로 하고 강솔B(이수경)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양종훈의 컴퓨터를 가져간 부원장 역시 새롭게 용의선상에 오른다. 이렇듯 <로스쿨>은 회차에 따라 '용의자'를 바꾸면서 긴장감을 드높인다. 

<로스쿨>은 새롭게 등장한 용의자를 통해 서병주 죽음에 대한 진실에 또 한 걸음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죽음의 진실보다 더 강조하는 것은 따로 있다. 작품은 양크라테스식 법조인 만들기를 통해 그 과정이 왜 중요한 것인지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제대로 된 균형감각을 갖춘 법조인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양크라테스의 지도 아래 하나 하나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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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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