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건 다 손길이 필요해"
[김주희 기자]
삼키지 못한 울음들이 쌓여 어쩌지 못하는 돌덩이를 가슴에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슴을 치며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어도 미처 토해내지 못한 돌덩이 때문에 말문이 먼저 막혀버리는 사람.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 바닷마을 다이어리 Our Little Sister,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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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마음을 추스르며 이따금 바스락 거리는 슬픔으로 울컥거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며 많이 울었다. 소라껍질을 귀에 대고 눈을 감으면 은은한 바다소리로 추억에 잠기 듯 마음의 백사장 위로 낙서처럼 새겨진 따스함을 불러내던 영화였다.
자그마한 바닷마을 카마쿠라의 낡은 이층집에 살고 있던 세 자매는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스즈라는 15살 난 이복동생을 만나게 된다. 세 자매의 큰언니 사치는 일찍 친모를 여의고 어른들이 할 일을 도맡아 하던 이복동생이 마음에 쓰여 스즈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스즈를 가족으로 맞이하며 네 자매가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가족.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다가 주저앉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족 자체가 송곳 같은 아픔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세 자매의 상처는 아버지가 불륜으로 15년 전 집을 떠났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세 자매 모두 나름의 결핍과 상처가 있지만 속 깊은 큰언니, 발랄한 둘째 언니, 해맑은 셋째 언니는 어린 스즈를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따스한 온도로 대해준다. 아직 사춘기 소녀이지만 일찍 애어른이 되어 언니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애쓰던 스즈는 자신의 존재 자체로 언니들의 부모님을 헤어지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살아 있는 건 다 손길이 필요해"(영화 중)
언니들의 따스한 손길 속에 스즈는 잃어버렸던 아이의 웃음을 되찾아 간다. 이와 동시에 언니들 또한 스즈의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의 잃어버린 아이와 조우하게 된다. 포옹할 때 두 사람의 체온이 포개지며 따스함으로 공명하게 되는 울림을 영화는 잔잔한 파도소리처럼 들려준다.
"누구 탓도 아니야"(영화 중)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커다란 에피소드 없이도 평범한 일상 속에 삶과 죽음과 인간 존재의 모순이 모나지 않게 좌우충돌하며, 이러한 모순이 삶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게 바로 너의 삶이라고.
나에게 커다란 실망을 던져준 그 사람은 사실 자신의 최대한으로 나를 대했을 뿐이다. 그의 최대한이 미숙함으로 드러났을 뿐. 나 또한 나의 최대한이 언제든 누군가에게는 미숙함으로 드러날 수 있다. 인간은 언제든 실수 할 수 있는 존재니까. 언제까지나 신처럼 완벽해질 수 없으니까. 아무리 그 사람의 존재가 나에게 신처럼 커다랗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걸었던 기대도 실망도 애초에 나의 몫이었다.
우리는 작은 신들과 결별하면서 성장해 나가는지도 모른다. 작은 신이 떠나간 빈자리를 다시 사랑으로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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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 '느리게 걷는 여자' 중복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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